■특집/제6회 충남청소년환경토론대회
■특집/제6회 충남청소년환경토론대회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6.08.24 15:10
  • 호수 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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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푸른 충남, 재생에너지로 가능하다”
대안에너지 태양광 발전이 산으로 가는 이유는 대형화 때문
소규모 업자 수익 보장하는 발전차액지원제도 재도입 필요

충남에는 전국 석탄화력발전소 53개소 중 26개소가 밀집해 있으며, 신규로 석탄화력발전소 9개소가 충남에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이다. ​최근 미세먼지에 대한 이슈가 대두되면서 그 주요원인 중 하나로 석탄화력발전소가 지목되고 있고, 이미 선진국에서는 온실가스 및 대기오염물질 배출에 따른 피해 등으로 석탄화력발전소를 더 이상 증설하지 않거나 단계적으로 폐쇄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한국은 경제성과 안정성의 이유로 석탄화력발전의 유지 및 증대를 고수하고 있다. 이에 충남지속가능발전협의회에서는 제6회 충남청소년환경토론대회의 주제를 ‘석탄화력발전과 태양광발전을 연계한 지속가능한 충남 에너지 정책’으로 정하고 지난 19일 홍성군 홍주성 역사문화관에서 본선에 오른 12개팀이 참가한 가운데 본선 대회를 진행했다. 뉴스서천이 이를 밀착 취재했다. 이날 토론대회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철회’ 요구한 지자체장

일본 오사카 출신의 시민과학자로 환경운동에 투신한 토다 키요시는 그의 저서 <환경정의를 위하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환경문제에는 “잘사는 사람이 파괴하고 못사는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 사회구조와 환경파괴의 발생, 영향, 대책의 여러 단계에 걸쳐 강자가 문제를 만들고 이득을 보며 주도권을 쥐고, 약자가 손해를 보고 책임을 질 뿐만 아니라, 그러한 상황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를 유통시키는 넓은 의미의 엘리트주의의 구조가 깔려 있다.

이 말은 당진시 정미면 사관리 마을에서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복자여고 ‘별 해는 밤’(손소현, 임가희, 진현지) 팀이 이를 조사했다. 1997년 신당진변전소 설치 이후 암 환자 수가 급격히 늘었다. 180여명 남짓하는 마을 주민들 가운데 총 42명이 암으로 사망했거나 현재 투병을 하고 있다. 사관리의 암 환자는 철탑 200m 안에 거주하는 17가구에 집중돼 있음도 알아냈다.

▲ 천안 복자여고 ‘별해는 밤’ 팀이 당진시 정미년 사관리 마을의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사관리 주민들의 고통은 이뿐만이 아니다. 비가 오거나 흐린 날에는 철탑에서 발생하는 기괴한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을 호소하고 있고 가축이 유산하거나 기형을 출산하는 경우도 있었다. 토지는 매매가 이루어지지 않아 재산상의 피해도 심각하다.

지난 7월 26일 김홍장 당진 시장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인 ‘당진 에코 파워’ 건설 계획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였다. 미세먼지, 초고압 송전선, 온배수 등으로 생태계에 치명적 피해를 주는 석탄화력발전소의 이름이 ‘에코 파워’이다.

석탄화력발전소에 어떤 문제가 있길래 지자체장이 나서서 단식농성까지 하는 것일까. 신당고등학교 ‘신나고 당당하게’(이경민, 정윤아, 이희원) 팀, 청수고등학교 ‘에코사랑’(김소은, 이한빛) 팀, 온양고등학교 한가람(강민구, 서혁준, 한승권) 팀, 충남외국어고등학교 북극곰(권민정, 이정연, 전여린) 팀, 서산고등학교 자연인(오일교, 오성군) 팀 등이 지자체장의 단식농성 사건을 출발점으로 삼아 탐구를 시작했다.

지난 봄부터 언론은 미세먼지의 주범이 석탄화력발전소이며, 전국 석탄화력발전소 53개소 중 26개소가 충남 연안에 집중돼 있음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나머지 팀들도 이같은 소식을 주시하고 석탄화력발전소가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상세한 탐구활동을 시작했다.

▲ 2015년 시·도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신당고등학교 ‘신나고당당하게’ 팀 제출 보고서에서
◇석탄화력발전소 집중 탐구

학생들은 많은 자료를 뒤져가며 석탄화력발전소의 문제점을 파헤쳤으며 이날 포스터를 통해 이를 요약 발표했다. 또한 토론 대회를 통해 자신들이 탐구한 결과에 대해 상호 토론을 벌였다. 발전소 주변 마을을 직접 방문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팀도 있었다. 다음은 청수고등학교 ‘에코 사랑’ 팀이 서천과 보령 화력발전소 주변마을 주민 27명(남 18명, 여 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이다.

Q1. 귀하의 주로 활동하는 장소는 어디입니까?
⇒ 약 55.6%는 실외, 약 44.4%는 실내
Q2. 충남지역에 전국 53개위 화력발전소 중 26개가 위치한 것을 알고 계셨습니까?
⇒ 약 92.6%는 예, 약 7.4%는 아니요.
Q3. 귀하는 호흡기 문제를 앓고 계십니까?
⇒ 약 29.6% 기침가래, 약 3.7% 천식, 약 66.7% 없음.
Q4. (위에서 없음을 선택하지 않으신 분만) 이러한 질병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약 11.1% 가족력, 약 22.2% 알 수 없음, 약 66.7% 미세먼지, 0% 기타.
Q5. 화력발전소에서 매연이 나오는 것을 얼마나 자주 보십니까?
⇒약 70.4% 매일, 약 14.8% 2~3일에 한번, 약 14.8% 일주일(~이상)에 한 번.
Q6. 화력발전소로 인한 생활 불편함을 있는 대로 골라 주시기 바랍니다. (중복가능)
⇒약 96.3% 미세 먼지, 약 22.2% 소음, 29.6% 수질오염, 11.1% 기타.
Q7. 본 지역의 산을 깎아 태양광 발전소를 짓겠다고 한다면 찬성 하시겠습니까?
⇒ 약 18.5% 찬성, 약 81.5% 반대

▲ 신보령 1.2호기 증설로 인한 초미세먼지 영향. 신당고등학교 ‘신나고당당하게’ 팀 제출 보고서에서
“설문에 참여한 50대 여성은 이곳 주민들은 모두 이주를 원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먼지 때문에 빨래도 밖에 널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불만을 표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또한 ‘에코사랑’ 팀이 조사한 당진은 이런 곳이었다.

“충청남도 당진은 예전부터 청정 지역이라 불리며, 믿고 먹을 수 있는 농산물을 파는 슬로건을 내걸었던 곳이다. 당진은 바지락을 특산물로 내세우며 매년 5월 중순 쯤 많은 관광객들이 자신이 직접 잡은 바지락을 바로 그곳에서 요리해 먹을 수 있도록 하는 축제를 개최한다. 바지락 축제는 당진의 청정을 입증하는 듯 항상 사람들로 붐볐다. 이토록 당진은 그 자체의 깨끗함에 자부했고, 많은 관광객들은 이곳을 방문하며 청정을 인정해왔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당진의 자부심이자 주민들의 수입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바지락이 집단 폐사 했다.”

◇태양광 발전에 무슨 일이?

태양광 발전은 원자력발전이나 화력발전을 대체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에너지이며 많은 나라에 태양광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은 농촌 지역에서 산림을 훼손시키며 태양광발전 단지를 만드는 것을 보고 12개 팀 거의 모두가 이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공주사대부고의 가이아팀(박채린, 이효나, 김단희, 김민정)은 산으로 파고드는 태양광 발전을 환경적 측면 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측면에서도 고찰했다. 다음은 이들이 쓴 보고서의 일부이다.

경남 사천시에서는 한 업자가 태양광 발전이 고수익을 낸다고 홍보해 공사를 유도한 뒤 공사비만 챙겨 도망가는 일이 있었다. 태양광 발전사업의 허가를 받은 해당 임야는 잡종지로 바뀌게 되기 때문에 다른 개발행위나 이러한 범죄로의 악용이 쉬워진다. 땅 주인들은 꼭 태양광발전이 아니더라도 다른 마음을 먹으면 얼마든지 정당하지 않은 행위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여러 선례들로 인해 사천시 주민들은 “지난번에 채석장을 하겠다던 사람이 이번에는 태양광발전소를 짓겠다는데,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거 아닌가?”, “발전소를 한다고 나무 다 베어내고 나면 얼마든지 다른 걸로 전환할 수 있을 거다.”, “어쩌면 사업 준비 기간 3년 동안 토석을 채취할 수도 있다.” 라고 하는 등 이미 태양광 발전소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차있다.

기성세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추악한 모습을 학생들은 예리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 탐구 결과를 포스터에 요약 정리한 충남외고 ‘북극곰’팀
◇대안은 무엇인가?

이날 환경토론대회에서 학생들은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대안들 가운데 원자력은 없었다. 원자력은 대안에너지가 아니라 차츰 폐쇄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자력발전은 청정에너지이며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며 더 지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지속적으로 배출하는 온배수가 해수면온도를 상승시키는 데 일익을 담당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을 터이다. 더구나 사용후핵연료는 처리 방법이 없어 독성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10만년 동안을 관리해야 한다. 여기에 드는 비용은 발전원가에 포함시키지 않은 채 원자력발전의 발전 원가가 가장 낮다고 한다. 처리 비용은 고스란히 후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학생들이 제시한 대안은 다양했다. 크게 다음과 같이 분류됐다.

△폐염전을 활용한 태양광발전(태안여고 그린랜턴, 아산고 에코라이프)
△수상 태양광발전(청수고 에코사랑, 아산고 에코충남)
△조력발전(온양고 한가람)
△패시브 공법을 이용한 열효율 증대(서산고 자연인)
△지붕이나 베란다에 소규모 태양광 설치(복자여고 별해는 밤, 온양여고 엔도르핀)
한편 공주사대부고의 가이아 팀은 “태양광 에너지가 자꾸 산으로, 산으로 올라가는 것의 근본적인 원인은 재생에너지 개발이 대규모화되기 때문”이라며 “현재의 의무할당제를 보완하여 소규모 태양광 발전 사업자들의 적정한 수익을 보장해 줄 수 있도록 발전차액지원제도를 재도입할 것”을 제시했다.

이날 심사위원들을 대표해 이재영(공주대 환경학과 교수) 심사위원은 총평을 했다. 그는 “처음에 주제가 너무 어렵지 않았나 하고 생각했는데 학생들이 진지한 탐구 정신으로 모두 훌륭한 결과를 도출해냈다”며 “이번 대회에서 제시된 대안들을 안희정 도지사에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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