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서천갯벌과 도요새/(1)도요새들의 중간기착지 서천갯벌
■기획취재/서천갯벌과 도요새/(1)도요새들의 중간기착지 서천갯벌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6.10.05 19:43
  • 호수 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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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반구 오가는 도요새…서해갯벌은 중간기착지
서해갯벌의 중심 금강하구, 도요새들의 주요 거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서해갯벌은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의 중요한 길목이다. 이 가운데 도요과의 새들은 서해갯벌이 없으면 살아가기 어려운 생태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서해갯벌의 중심에 위치한 서천갯벌은 이들 도요새들의 중요한 서식처이다. 생태도시를 군정 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서천군은 세계적으로 어디에서도 보기 어려운 도요새들의 주요 거점이다. 도요새들의 삶의 터전인 서천갯벌의 의미를 5회에 걸쳐 집중 탐구하고자 한다. <편집자>

◇갯벌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새

▲ 시베리아 습지대에서 둥지를 튼 붉은가슴도요
도요새는 척추동물문>조류강>도요목>도요과의 새로 지구상에 80여 종 이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요목의 물떼새과, 검은머리물떼새과, 도요과, 장다리물떼새과 등의 새들은 물가장자리를 거닐며 먹이활동을 한다. 그래서 ‘섭금류(涉禽類)’라고 총칭하기도 한다. 이들 도요새들은 여름에 동시베리아 아무르강 하류 지역과 알래스카 일대에서 산란을 하며 겨울에는 남반구 호주나 뉴질랜드 등지로 이동해 월동한다.

도요새들은 이동 중에 한반도 서해 갯벌에 들러 1개월 정도 머물며 휴식을 취하며 장거리 비행에 소진된 영양분을 보충한다. 따라서 서해갯벌은 중간 급유를 위한 기착지 역할을 하고 있다.

매년 4월경이면 남반구에서 월동한 도요새들이 서해 갯벌에 나타난다. 이들은 서해갯벌에서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한 다음 산란지인 시베리아로 이동하는데 서해갯벌에서 영양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면 산란율이 떨어진다.

시베리아 아무르강 유역의 여름에는 모기를 비롯한 많은 곤충들 있다. 이들이 도요새들의 먹이이다. 갓 부화한 어린 도요새들은 성장 속도가 매우 빨라 몇 주 만에 다시 남반구로 비행할 정도가 된다. 조류학자들의 관찰에 따르면 갓 부화한 어린 도요새들을 두고 어미새는 바로 남행 길에 오르며 새끼들은 어미의 도움 없이 스스로 먹이 활동을 하며 수컷 도요새들이 새끼들과 더 오래 함께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8, 9월에 서해 갯벌에 들러 10월까지 머물며 남반구로의 장거리 비행에 대비한다.

이처럼 서해갯벌은 도요새들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장소이다. 특히 서해갯벌의 중심을 차지하며 금강이 유입되는 서천갯벌은 매우 중요한 곳이다.

도요새들은 물갈퀴가 없어 갯벌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 썰물 때 드러난 갯벌에서 갯지렁이나 조개, 칠게 등 저서생물을 먹이로 섭취하며 밀물 때는 물 밖으로 나와 쉬면서 다음 물때를 기다린다.

◇가장 멀리 나는 새

9월이 되면 서천갯벌은 분주해진다. 백로와의 여름 철새들과 나그네새인 도요새들이 갯벌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알래스카에서 번식을 마친 큰뒷부리도요 일부는 태평양을 종단해 뉴질랜드까지 논스톱으로 날아가기도 한다.

▲ 도요새의 가을이동경로
▲ 도요새의 봄 이동경로
이 새의 장거리 이동에 대한 비밀은 2007년에야 밝혀졌다. 미국 국립지질조사국 조류학자들은 피부 밑에 작은 무선송신기를 삽입한 큰뒷부리도요 9마리를 알래스카에서 날린 뒤 인공위성으로 이들의 경로를 추적했다. 이들의 놀라운 대양 횡단 비행 궤적은 실시간으로 전세계에 알려졌다.

알래스카 유콘강 하구에서 남행길에 오른 큰뒷부리도요는 무리를 지어 2000~3000미터 상공을 한번도 쉬지 않고 날아 뉴질랜드와 호주 동부로 날아갔다. 8월30일 해가 지기 2시간 전 이륙한 이 새는 8일 동안 1만1680㎞를 쉬지 않고 날아 9월7일 저녁 뉴질랜드 피아코강 어귀의 습지에 착륙했다.

평균 시속 60㎞의 속도로 지구의 반대편으로 비행한 것이다. 1만㎞가 넘는 망망대해를 8~9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잠 한숨 자지 않고, 잠시도 쉬지 않고 비행을 한 것이다.

이 기록은 사람들이 측정한 새들 가운데 가장 긴 비행기록이라고 한다. 제트여객기로 약 23시간이 걸리는 거리이다. 이처럼 호주나 뉴질랜드로 날아갈 때 한반도 서해안에 들르지 않는 이유는 풍향을 이용해 비행을 쉽게 하기 때문이라고 학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장거리 비행을 하기 전 큰뒷부리도요는 갯지렁이 등 영양분을 최대한 많이 먹는다. 무거우면 비행이 어려우므로 지방을 최대한 모으는 대신 내장을 줄여 몸무게를 가볍게 한다고 한다. 장거리 비행을 하고 나면 500g 정도인 이 새의 몸무게는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 보잉 747의 경우 중량의 45퍼센트가 연료 무게라 하는데 큰뒷부리도요의 경우 이보다 연료 비중이 높은 셈이다.

조류 연구자들은 일찍부터 이 새의 대양 횡단을 짐작하고 있었다. 8월 말부터 알래스카에서 이 새가 사라진 뒤 뉴질랜드에 갑자기 나타나기 때문이다. 다리에 식별표지를 붙인 큰뒷부리도요가 가을철 아시아에서는 전혀 발견되지 않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혹시 이들이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섬에서 쉬었다 가는 건 아닐까. 그러나 이동로에 위치한 하와이제도 위로 해마다 10만여 마리의 큰뒷부리도요가 지나가지만 이 섬에서는 거의 목격되지 않고 있다.

몸 길이 41㎝에 70~80㎝ 길이의 날개를 지닌 비교적 큰 도요인 큰뒷부리도요는 약 1000년 전 마오리족의 조상이 뉴질랜드를 발견하도록 만든 새로 유명하다. 일단의 폴리네시아인은 해마다 같은 시기에 남쪽으로 날아가는 ‘쿠아가’ 무리를 따라가면 틀림없이 육지가 나온다고 믿었다. 쿠아가는 물갈퀴도 없고 물에 빠지면 익사하는 육지 새였기 때문이다.

▲ 지난 9월 금강하구에 들른 큰뒷부리도요
큰뒷부리도요는 봄철엔 태평양을 횡단하지 않고 우리나라 서해갯벌을 들러 알래스카로 가는 우회로를 택한다. 그 이유로는 남행길과 달리 북행길엔 기류를 활용할 수 없고, 중간에 두둑하게 지방을 축적하고 번식지에 도착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의 연구 결과 이들 도요새에게는 몸의 조직과 장기가 변하는 극단적 생리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긴 여행을 떠나기 전 최대한 많은 지방을 몸에 채우기 위해 비행 동안 불필요한 소화기관 등의 장기는 가능한 한 축소시킨다.

앞서 출발 직전 죽은 도요새의 가슴 근육은 한쪽이 27g이나 됐지만 간은 7g, 콩팥은 한쪽이 1.5g에 지나지 않았고 위장은 텅 비어 있었다.

중간 기착지에 도착하면 신체는 다시 극적으로 변화한다. 심장, 다리 근육, 콩팥, 위, 간, 창자가 다시 커진다. 하지만 출발 직전엔 다시 지방에 공간을 내주고 움츠러든다.

새만금갯벌이 사라지며 도요새들의 개체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충남연구원의 정옥식 박사에 따르면 새만금 방조제 완공 후 도요새들의 개체 수가 20% 정도 줄었다. 도요새들의 서천갯벌 의존도가 더욱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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