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문해학습축제’ 행복한 잔치마당 열려
‘성인문해학습축제’ 행복한 잔치마당 열려
  • 김장환 기자
  • 승인 2016.10.26 18:01
  • 호수 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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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발표·백일장 시상, ‘금빛희망’ 5집 출판

‘서천군문해교사협의회’ (회장 한정화)가 주관하고 서천군이 후원한 ‘제 5회 서천군 성인 문해 학습축제’ 지난 14일 서천군청소년문화센터 강당에서 치러졌다.
또 그동안 지역 내 30개소의 학습기기관에서 배움을 이어온 어르신들이 ‘금빛희망’ 5집을 출판해 선보이기도 했다.
이날 성인문해 학습축제는 ‘흥부와 놀부’제목으로 여든이 넘으신 어르신들의 연극과 함께 편지글 낭독, 신나는 노래와 율동을 선보이며 즐거운 잔치마당가 펼쳐졌다.
이에 앞서 ‘제 4회 성인 문해 학습 백일장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입상자들에 대한 시상식이 열리기도 했다.
올해 ‘성인 문해 백일장 대회’는 서천군종합교육센터 9개 교실에서 일제히 진행됐는데 185명의 어르신들이 참가해 자작글쓰기와 예쁜 글씨 따라 쓰기 부문으로 경쟁을 펼쳤다고 한다.
‘어린시절 이야기’와 ‘우리가족’, ‘문해 교실에서 생긴 일’이란 주제로 글쓰기에 참여한 어르신들은 떨리지만 초연히 앉아 편지글이나 생활문, 시 등 자유 형식으로 한자 한자 정성을 다해 쓰시기도 하고, 제시된 예문을 용지에 옮겨 적는 등 정성을 다해 시험을 치렀다.
그리고 시초면 초현리에 거주하는 최효순 어르신이 ‘성인 문해 학습백일장 대회’ 대상을 영광을 안게 됐다.

<‘2016 서천군 성인문해 백일장 대회’ 입상작들>

◆대상, 최효순(87세) 어르신

▲ 최효순 어르신
나의 어린 시절

장항에서 들을 건너면 내가 태어난 옥산동이다. 모심기 위해서 도랑물이 철철 흘러넘치고 있었다.
어느 날 동생을 업고 붕어 잡으러 냇가에 갔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일이 생겼다. 잠깐 내려놓은 동생이 물에 빠졌다. 그 순간 내가 물속으로 들어가 동생을 잡았지만 우리 둘은 떠밀려가고 있었다.
지켜보던 아이들이 소리쳤다. 지나가던 할아버지께서 허겁지겁 달려 오셨다. 동생하고 나를 건져 주셨다. 우리 둘은 기절하였다. 눈을 떠 보니 집이었다. 할아버지가 나의 생명의 은인이다. 어린 시절을 떠 올리니 새삼 감사할 뿐이다.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금상, 백남죽(76세)어르신

우리 가족

▲ 백남죽 어르신
보고 싶은 언니야
언니한테 쓰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지금까지 한마디도 쓰지 못했습니다. 글을 제대로 쓸 수가 없어서 손은 있지만 글로 쓸 수가 없었습니다. 내 맘대로 글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만 하며 지냈습니다.
지금은 도서관에서 공부를 배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언니한테 편지를 써 보았습니다.
언니, 벌써 가을이 돌아와서 들판에는 벼가 황금색으로 변하여 참 보기가 좋아요.
얼마 전 언니가 오라고 해서 서울에 갔지요. 언니네 가족하고 설악산, 오대산, 통일전망대 여행도 잘 다녀왔습니다. 모처럼 언니네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니 마음이 참 좋았습니다.
다음에는 언니가 서천으로 놀러오세요. 언니, 항상 고마운 우리 언니, 사랑합니다. 언제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동생 남죽이가
 

◆은상, 신경란(61세) 어르신

▲ 신경란 어르신
문해반에서 생긴 일

 ▲가을로 은상을 받은 신경란 어르신
 

가을!
기찻길 옆 코스모스 목이 한들한들, 또 국화꽃이 무리지어 피어있는 천고마비의 계절...
나는 장애로 남편, 아이들, 형제간까지 내 곁을 떠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장애인복지관에 다니게 되었다. 어떤 언니가 물어왔다.
“복지관에서 무엇 하느냐?”고 했다.
나는 컴퓨터만 배우고 간다하니 문해반도 있으니 하라고 했다. 김종연 언니를 만난 건 행운이었다.
나는 시를 좋아한다. 교과서 나오는 동시도 너무 좋았다. 언니와 시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그렇게 목요일, 금요일 행복한 나날은 지나갔다.
그런데 어느 날, 나는 ‘올해가 환갑인데 같이 나눌 사람이 없다’고 했다. 선생님, 언니, 동생들이 환갑잔치를 해 준다고 했다.
문해반 선생님의 주선으로 환갑잔치를 훌륭하게 했다. 또 수련회나 공연을 다니기도 했다. 막혔던 생활에 활력소가 생겼다.
외로운 날 선생님, 언니, 동생을 생각하며 나를 위로하고 나름대로 무지개빛 행복을 펼쳐본다.

 ◆은상, 정채구(85세) 어르신

▲ 정채구 어르신
사랑하는 막내딸에게

 네가 보내 준 홍삼진액 잘 받았다. 네가 좋은 것 철철 보내주어 잘 먹고 잘 지낸단다.
네 언니처럼 자식도 있고 신랑도 있으면 걱정이 없을 텐데 추석에 쓸쓸하게 지낼 것을 생각하니 짠하다. 그래도 친구들과 여행가서 재미있게 놀았다하니 그래도 다행이다.
자식 없고 신랑 없다고 서운해 하지마라. 네 나이 여자들은 신랑 밥 해 주느라 여행도 못 가고 손자 보느라고 허리가 휜다더라. 너는 얼마나 편하냐?
9월 24일 토요일 날 친구 데리고 시골집에 와서 하룻밤 쉬어가면서 고구마도 캐고 바다에 가서 조개 잡으면서 전어축제도 가고 재미있게 놀다가서 그래도 다행이다.
네가 제주도 가서 살까하고 알아보러 다니는데 너만 좋다하면 엄마는 찬성한다.
네 재주 다 누르고 좋은 일 많이 하고 행복하게 살아라. 형제간에 우애하고 잘 살아다오.
2016년 10월 7일 엄마가

◆동상, 장선자(79세) 어르신

▲ 장선자 어르신
우리 가족

▲동상을 받은 장선자 어르신

 나는 우리 집 딸 일곱 명 중에 셋째 딸로 태어났다. 어머니는 애기를 낳으면 딸을 낳고 우리 집은 애기만 낳으면 초상집이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술을 많이 드시고 집에 오시면 엄마랑 싸우고 우리는 밥도 먹지도 못하고 울고만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빨랫줄에 치마만 보면 화가 난다’는 소리를 듣고 마르지도 않아도 미리 걷었습니다. ‘나는 언제 남동생이 있을까?’ 제일 부러웠다.
친구들은 책보를 들고 학교에 가는데 나는 한숨만 쉬었다. 가고 싶은 학교 말도 못하고 한없이 울었다. 여자는 배워야 소용없다고 가르치지 않았다.
나는 글을 배워서 이 세상이 꿈속에서 깨어난 듯 밝고 환하게 보입니다. 예전에는 서천 가는 길이 가시밭길이었는데 지금은 비단길이 되었습니다. 좋은 배움터에서 공부해서 참 행복합니다.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선생님들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동상, 공노순(70세)

▲ 공노순 어르신
우리 가족

  우리 가족은 대가족입니다.

아버지, 어머니, 8남매 10식구가 살았습니다. 부모님은 충청남도 논산에서 태어나서 1939년에 일본 정부가 한인들을 사할린 섬에 끌려왔을 때 부모님도 끌려왔습니다.
그 때 아버지는 26살, 어머니는 17살, 아버지 미혼으로 타향 땅에 보내기 싫어서 할아버지가 아버지를 장가 보내고, 머나먼 타향 사할린 섬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은 일본 말도 모르고 러시아 말도 몰라서 벙어리처럼 살았습니다. 그 당시에 같이 온 한국 친구들이 많이 도와주었습니다.
부모님은 8남매를 놓고 5남, 3녀를 키우면서 고생도 많이 하고, 살기 바빠서 아버지는 기술을 배우고 그리고 목수였으니, 직장에 근무하면서 저녁으로 일하였습니다. 그러니 우리들은 그래도 굶지 않고 살았습니다. 열심히 부모님이 사는 것을 보면서 용기와 인내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우리들 8남매는 다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서 근무했습니다. 8남매가 있으니 부러운 것도 없고 무엇이든지 다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우리 힘으로 8형제가 1992년에 주식회사를 세우고 (한국, 중국, 일본)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슬하에 1남 1녀를 두었는데 다 출가하고 남편과 아들, 며느리, 손녀 5식구가 살고 있습니다. 아들과 딸도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서 근무하고, 3손녀가 있는데 큰 손녀는 대학에서 공부하고, 둘째 손녀는 중학교, 막내 손녀는 1살입니다.
현재 남편과 같이 충남 서천군 서천읍에서 잘 살고 있습니다.

 ◆동상, 김순금(72세) 어르신

▲ 김순금 어르신
내가 좋아하는 문해교실

 나는 문해교실이 너무 좋아요. 왜냐고요?
남편이 하늘나라로 가신 후 자식마저 결혼해서 엄마 곁을 떠나가고 나 혼자 집에 남아 3년 만에 뇌경색이 왔어요. 한방에서 치료하고 있는 중 2년 만에 무릎 관절로 두 다리를 수술했지요. 그래서 농사일도 못하고 병원 신세만 지고 말지요.
그러다가 문해교실이 있어서 친구도 만나고 공부도 하고 한글을 배워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문해교실이 없었드라면 내 마음 줄 곳은 어디요.
낮에는 친구도 만나고 온 세상이 어둠이 오면 내 마음 깜깜해집니다. 텔레비전을 켜 놓고 어디 전화 할 데 없나 생각해보다 부산 동생한테 전화했어요. 동생남편이 있으니까 어려워서 그만 끊고 말지요. 텔레비전만 보다가 그만 잠이 들지요.
그 다음날 설레이는 마음으로 문해교실 가고 있지요. 문해교실이 없었드라면 한글로 내 마음을 표현할 수가 없지요.
문해교실이 너무너무 좋아요. 내 인생 전부예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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