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장터/어떤 대통령을 뽑아야 하나
■모시장터/어떤 대통령을 뽑아야 하나
  • 정해용 칼럼위원
  • 승인 2016.12.14 15:47
  • 호수 8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늘을 따르는 사람은 살 수 있고, 하늘을 거스르는 사람은 망한다’(順天者存 逆天者亡)는 말은 맹자의 말인데, 이와 유사한 훈계의 말은 역대 고전에서 숱하게 볼 수 있다. 백성의 마음이 곧 하늘의 마음이니, 백성의 마음을 보살피고 따르는 것은 곧 하늘의 마음을 읽고 따르는 것이 된다.

마침내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찬성 의원이 234명 반대 의원이 56명. 대략 열 사람 중 7-8명이 대통령의 탄핵을 찬성했다. 일반인 대상의 전국 여론조사에서도 탄핵찬성률은 70~80%를 오갔다. 압도적 다수의 국민들이 대통령 탄핵을 바란 이유는 대통령이 민심을 거스르는 정치를 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자격과 책임감으로 정치를 하기보다는 근본도 알 수 없는 막후의 지인들에게 국정을 맡겨버렸다. 국가 공무원 시스템을 통해 양성되고 걸러진 인재들의 국가 공조직을 천학무지(淺學無知)한 개인들이 마음대로 쥐고 주무른 것이 단순한 의혹이 아니었다. 외교 안보 경제와 같은 중요한 사안들이 전문 관료들이나 학자들의 자문과 판단에 의해서가 아니라 최순실과 그들이 앉혀놓은 몇몇 탐욕가들의 즉흥적 판단에 의해 결정되고 농락되었다.

최순실과 선이 닿은 사람들은 출신이나 경력, 능력과 상관없이 장차관급의 요직에 기용되었고 이에 반발하거나 그들의 조종을 거부하는 기관장, 공직자들은 스스로 사표를 쓰거나 사직을 강요당했다. 능력과 소신을 갖춘 인재들이 밀려난 자리를 최순실의 허수아비들이 앉아 주물렀으니 무엇 하나 제대로 돌아갔다고 볼 수가 없다. 대통령 자리부터가 그랬으니 말할 것도 없다.

4백여 명의 인명을 실은 세월호가 바다에서 침몰하고 있을 때 인명을 제대로 구조하지 않고 원인조차 미궁에 빠트리는 해괴한 사건이 벌어졌다. 그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민심이나 언론의 노력을 마치 반국가세력 다루듯 억압하고 탄압한 정황들은 대체 무슨 명분으로 이해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외교안보에 있어서 초기에는 대통령이 반드시 참석해야 할 국제회의와 가지 않아도 될 회의를 혼동하는 해프닝 정도가 있었는데, 점차 되돌릴 수 없는 정책적 실수가 늘어났다. 민족통일의 씨앗과도 같은 개성공단을 하루아침에 폐쇄하고, 남북간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었다는 구실로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사드배치를 느닷없이 결정했는데, 최순실은 미국의 무기상 로비스트와 수상한 접촉을 가졌다는 의혹도 제기돼 있는 상태다.

그런 결정은 단지 국고에 손실을 끼치는 선에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 노태우-김영삼 정권 이후 발전적으로 지속되어 온 중국과의 우호관계가 단번에 수십 년을 후퇴하였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을 무시한 결과는 곧바로 경기 불황과 국가경제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이미 국가경제의 파국은 진행 중이다. 원칙 없는 국정 끝에 당연히 찾아오는 결과겠지만, 지금 우리 경제는 97년 IMF환란 위기 당시에 비견될 정도로 위태롭다. 중국 관광객들로 활기를 띠던 서울의 경기마저 찬물 뒤집어쓴 듯 가라앉았고, 수출은 위축되었다. 실업률이 두 자릿수를 넘어선지 오래인데, 올 봄에도 더 많은 기업들이 고용 감축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서 보듯 세계는 격동의 용트림을 시작했다. 단 한 수 앞도 내다볼 줄 모르는 지도자를 두고는 하루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원칙도 소신도 능력도 없고, 민생은커녕 최소한 국민의 목숨조차 중시하지 않는 대통령을 이제라도 퇴진시킬 수 있게 된 것은 요행이다. 하루라도 빨리 새 정부가 탄생해야 한다.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이 격동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민족의 자존심을 되살리면서도 슬기롭게 민족 부흥을 이끌 수 있는 지도자를 우리는 냉철한 눈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하겠다.
<시인, peacepress@daum.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