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연재/금강하구 생태계 복원을 위하여 (1)우여①
■ 기획연재/금강하구 생태계 복원을 위하여 (1)우여①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7.01.11 17:16
  • 호수 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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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하류 ‘갈바탕’에 우여가 살았다
‘하굿둑 개방=우여 귀환’, 서천의 문화 복원

 ‘미식(美食)’이든 ‘악식(惡食)’이든 음식은 그 사회를 총체적으로 반영하는 문화이다. 그것은 빈부, 권력, 환경, 노동 같은 사회적 문제들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값싸고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보편적인 욕구이지만 예전에 금강하구에서 흔전만전했던 맛있는 것들이 서민 곁을 떠나간 지 오래다.

▲ 금강하굿둑 아래에서 실뱀장어잡이 그물에 결려든 우여
금강하구에서 이러한 것들 중에 대표격인 우여가 있다. 청어목 멸치과에 속하는 우여는 연안성 어종으로 강 하구의 기수역을 오르내리며 서식한다. 한국의 서·남해, 일본, 중국, 대만 등의 북서태평양에 분포한다.
산란을 위해 2월부터 강을 거슬러 올라오는데 산란은 5∼8월에 갈대가 있는 ‘갈바탕’에서 일어난다. 웅어(雄魚)라고도 불리며 기수역의 갈대 속에서 자라는데 한자어로 갈대 ‘위(葦)’자 위어(葦魚, 갈대고기)가 본 이름이다. 의주에서는 ‘웅에’, 해주에서는 ‘차나리’, 충청도 등지에서는 ‘우어’ 또는 ‘우여’라고 불린다. 부화한 어린 물고기는 여름부터 가을까지 바다에 내려가서 겨울을 지내고 다음해에 성어가 되어 다시 산란 장소에 나타난다.

우여의 몸통은 가늘고 길며 배의 모서리 부분은 칼날처럼 날카롭고 꼬리는 길다. 입은 커서 아가미 뚜껑의 뒤쪽까지 벌릴 수 있으며 아래턱은 짧고 위턱 밑에 가려진다. 작은 둥근비늘이 몸을 덮고 있다. 뒷지러미가 매우 길어서 몸길이의 반이 넘는다. 다 자란 우여는 길이가 20cm 정도이다.

▲ 금강 하류의 1차 생산자는 갈대였다. 그 일부가 남아있는 곳이 신성리갈대밭이다. 하굿둑이 막힌 이후 육상화가 진행되고 있다.(뉴스서천 자료사진)
화양면의 주민들은 금강변에서 우여를 잡아 강경에 내다팔아 많은 소득을 올렸다 하는데 화양에서 우여가 가장 많이 알을 낳고 가장 많이 잡혔다 한다. 금강 유역 우여의 본관은 화양인 셈이다.

조선시대에는 우여를 잡아 진상하던 ‘위어소(葦魚所)’라는 곳이 한강 하류의 행주산성 부근에 있었다 한다.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우여를 도어(도魚)라 하고, 속명을 위어라 하였으며, 빛깔이 희고 맛이 좋아 회의 상품이라 했다. <세종실록> 지리지의 토산조에 우여의 생산지로 경기도 양천현과 충청도 부여현이 등장하고 있고 성종대에 간행된 지리서인 <동국여지승람>에도 한산군과 서천군의 토산조에 특산물로 ‘위어(葦魚)’ 가 실려 있다.

<인조실록>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있다.
사옹원이 아뢰기를, “위어(葦魚)를 잡는 어호(漁戶)에게는 급복(給復)해 주었는데, 지난번 호변(胡變)과 흉년을 만나 모두 재감(裁減)하도록 명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공(上供)하는 물품을 모두 이미 옛날대로 복구하였으니, 어부 20호(戶)에게 도로 급복해 주어 예전대로 봉진(封進)하게 하소서.”

사옹원이 우여를 잡는 어호 20호의 조세·부역을 면제해 줄 것을 청했다는 기록이다. 이처럼 기수역이 발달한 서해에서 잡히는 우여는 쌀보다 더 소중했던 식량이었던 것이다.

우여는 성질이 급해 그물에 걸리면 금세 죽어버리기 때문에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즉시 내장이나 머리를 떼어내고 얼음에 재어 보관해 놓는다. 옛날에는 주로 젓갈을 담가 사시사철 밥 반찬으로 상에 올랐으며 김장철에 인기가 높았다. 박달나무를 태워 훈제품으로 만들기도 했다고 한다.

산란을 위해 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3월경에 잡은 우여가 가장 맛이 좋다. 이 무렵에 잡은 우여를 회로 먹으면 살이 연하면서도 씹는 맛과 향이 독특하고 지방질이 풍부하여 고소하다. 그러나 익혀 먹으면 아무런 맛이 나지 않는다. 금강하구역에서 가을 전어와 대비되는 봄철의 미각이다. 싱싱한 우여를 길죽하게 썰어 미나리와 갖은 양념에 새콤하게 무쳐내는 우여회는 비린내가 나지 않으며 부드럽고 담백한 맛이 난다. 김에 싸서 먹기도 하고 초고추장과 밥에 비벼 먹기도 한다. 6~8월에도 잡히지만, 뼈가 억세지고 살이 빠져 제맛이 나지 않는다.

금강 하구에서 우여는 하굿둑으로 인해 멸문지화를 당하다시피 하고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금강하굿둑을 개방하여 기수역을 복원하는 일은 우여의 귀환과 함께 우리 문화를 복원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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