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조류독감, 기르는 방식 개선이 근본대책
■ 기고/조류독감, 기르는 방식 개선이 근본대책
  • 김종덕 한국슬로우프드협회 회장
  • 승인 2017.01.11 17:31
  • 호수 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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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식 축산, 밀집 사육이 더 문제”

조류독감이 극성을 부리고 있어 방역당국은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격상했으며 계란값이 치솟자자 정부는 미국산 계란 164만개를 수입키로 결정했습니다. 매년 되풀이되는 조류 독감의 근본적인 치유책에 대해 한국슬로우푸드협회 김종덕 회장의 글을 싣습니다. 김 회장은 서천을 수 차례 방문해 지역 순환형 먹을거리체계에 대해 강의를 한 바 있습니다. <편집자>

조류 독감으로 전국에서 벌써 3000만 마리 이상의 닭이 살처분되었습니다. 국민 1인당 0.6마리를 살처분한 셈입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닭을 더 살처분해야 하는지, 언제쯤 살처분이 끝날지 모르는 상태입니다. 참으로 갑갑하고 안타깝습니다.

살처분은 살아있는 닭을 죽이는 것입니다. 독감에 걸린 닭을 살처분하는 것은 그래도 납득이 가지만, 같은 공간이나 인근 공간에 있는 정상 상태의 닭까지 모두 살처분하는 것은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지금 조류독감에 대한 대응은 조류독감이 발생된 곳과 인근지역의 닭을 모두 살처분하는 방식입니다. 매년 조류독감이 발생했을 때 같은 방식으로 대응합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조류독감의 대응책으로 닭 살처분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조류독감의 원인을 철새 분변 등으로 보고 있습니다만, 그 보다 공장식 축산, 밀집 사육이 더 문제라고 보아야 합니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산물인 공장식 축산, 좁은 공간에 밀집 사육은 닭을 면역력에 취약하도록 만들 뿐만 아니라, 닭을 키우는 사람이 닭을 사랑과 애정을 갖고 사육을 할 수 없게 만듭니다. 이러한 사육장에서 닭은 생명체가 아니라 알 낳는 도구, 사료를 단백질로 만드는 도구에 불과합니다. 더욱이 닭이 대기업의 소유가 되어 닭을 키우는 사람이 사육수수료를 받는 상황에서 닭은 주문에 의한, OEM 방식에 의한 상품에 불과합니다.

조류독감에 의한 대규모 살처분의 악순환을 끝내려면, 살처분에 대한 대안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파주 현인농원의 홍승갑 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정부는 면역력이 강한 닭과 오리들은 매몰 처분하지 말고 상황을 지켜 보고 어떻게 살아남는지 충분히 과학적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제 닭을 기르는 방식과 닭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어야 합니다. 닭의 사육과 소비에서도 생명존중과 지속가능성에 기반을 두어야 합니다. 닭도 동물권을 가진 살아있는 생명체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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