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군민디어문화센터 구재준 센터장
서천군민디어문화센터 구재준 센터장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7.01.18 16:59
  • 호수 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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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프로그램 그대로 답습해서는 안된다
올해에도 더 주민 속으로 들어갈 터

▲ 구재준 센터장
1991년 금강하굿둑이 막힌 이래 침체의 늪에 빠져 있던 장항이 꿈틀거리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에 서천군미디어센터가 있다.
2014년 10월에 개관한 서천군미디어센터에는 라디오스튜디오 3곳, 녹음실, 영상스튜디오, 사진체험실, 기자재실, 편집실, 편집교육실, 공동체상영관(44석) 등의 시설이 있다.

2016년 1월에 기벌포영화관이 개관하면서 서천군미디어센터는 도약을 시작했고, 장항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오기 시작했다. 상영관 2개에 총 150석을 갖춘 기벌포영화관은 충남 작은 영화관 1호이다.
서천군미디어문화센터는 서천군이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전미협)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는데 전미협이 관리 감독하는 지역영상문화협동조합이 운영에 참가하고 있다.

지난 11일 서천군미디어문화센터의 운영을 총괄 지휘하고 있는 구재준 센터장을 만났다. 그는 장항에서 태어나 문성중학교와 군산제일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2012년 1월의 일을 잊지 않고 있다. 구 센터장은 컴퓨터 하드디스크 저장장치를 개발하는 IT벤처기업의 대표였는데 2005년부터 영화진흥위원회가 조직한 디지털 영화 포럼의 기술자문으로 참여하면서부터 베트남을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그가 베트남에서 주로 만난 사람들이 영화산업계 사람들이었다. 그는 베트남 영화산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다양하게 만나며 한국의 영화산업계와 다리를 놓아 주거나 컨설팅을 해주는 등 영화산업 주변부의 일들을 이어갔다.

베트남에 도착했을 때 그 나라가 그렇게 마음에 와 닿았고 푸근했다고 한다. 구 센터장은 틈만 나면 베트남행 비행기를 탔다. 별다른 목적 없이도 한 달에 한 번은 베트남에 가서 2~3일 묵고 오기도 했다고 한다.

2007년부터 ‘베트남 정부가 영화종합촬영소를 세우려 한다’는 말이 들려왔다. 베트남 정부는 영화산업을 육성하기로 하고 1단계로 코로아촬영소 건립을 결정한 것이다. 2009년 베트남 정부가 코로아촬영소 건립 계획을 공식화했을 때 그는 영화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코로아촬영소 공개입찰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베트남 정부의 공개입찰에 제안서를 낸 곳은 미국 할리우드의 워너브라더스 컨소시엄, 중국 문화부를 배후로 둔 문화성 컨소시엄, 일본 굴지의 영화사 도에이영화사 컨소시엄, 그리고 구재준 대표 1인회사나 다름없는 비나코엔터테인먼트 컨소시엄이었다. 자본 규모로나 기술력·경험으로나 다들 게임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2012년 1월 13일 베트남 정부와 코로아(Co Loa) 국립영화종합촬영소(이하 코로아촬영소) 설계·계획권을 따냈다. 평소에 베트남과 맺은 신뢰가 결실을 본 것이다.

베트남 코로아촬영소는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약 14만㎡ 부지에 2억 달러를 들여 베트남의 ‘경복궁’ 격인 ‘탕농성’ 세트와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하노이 시내 모습을 ‘영화 세트’로 재현하는 사업이었다.

이러한 큰 일을 해냈던 그가 고향 장항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평소에 말수가 적고 있는 듯 없는 듯한 성격이지만 그의 가슴에는 장항과 서천에 대한 남다른 열정이 자리 잡고 있다. 미디어문화센터의 직원들은 “한 번 나가면 무슨 일 하나씩 물어온다”고 말했다.

지난 해 그는 마을을 탐방하며 어르신들 장수사진을 찍어드렸다.
“사진을 인화해 액자에 넣어가지고 가면 어르신께서 물끄러미 바라보고 눈물을 흘리십니다. 평생을 살아온 인생에서 어떤 회한 같은 것이 사진 한 장을 보면서 살아나는 듯해보였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영화 상영 기자재를 들고 마을을 찾아다녔다. 지난 해 모두 55개 마을을 찾아가 영화 상영을 했으며 140분의 장수사진을 찍어드렸다.

장항에 미디어문화센터가 운영됨으로써 서천 군민들은 문화적 자긍심을 갖게 됐다. 지난 해에 연인원 6만4694명이 영화관을 찾았는데 이를 경제적으로 따지면 약 5억원 가량이 외지로 누출될 것을 방지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올해에도 군민 속으로 더 들어가겠다는 것이 첫번째 사업 목표이다. 도시의 프로그램을 그대로 답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또한 영상관련 동아리 모임을 현재 3개에서 20개로 확대 운영할 방침이다. 서천은 본디 예술의 고장이다. 많은 예술인들이 이를 계기로 탄생할지 모를 일이다.

한편 올 가을에는 장항문화예술창작공간(구 미곡창고), 청소년수련관, 청소년문화센터, 여성문화센터와 함께 협의체를 구성하고 국립생태원, 해양생물자원관과 연계해 콘텐츠를 개발하고 문화페스티벌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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