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금 연주자에서 음악치료사로…
해금 연주자에서 음악치료사로…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7.01.26 15:37
  • 호수 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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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 출신 구수정씨의 새로운 삶

음악과 글쓰기, 두 가지가 적절히 조율된 음악치료사로 일하고 있다. 여행과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 20년 넘게 연주자로 살아왔다. 어느날 갑작스럽게 손의 감각을 잃기 전까지. 너무 열심히 하다가 잃은 직업병이었다. 갑자기 텅 빈 시간을 어떻게든 살아내기 위해 애쓰던 때 따스한 위로를 건넨 것은 글쓰기였다. 어린 시절부터 공상을 좋아했고, 끄적이는 것이 좋았다. 그렇게 글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지금은 다른 사람의 아픈 인생을 토닥이는 한편, 치유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음악대학 학사와 석사를 졸업했고, 박사를 수료했다. 한 때 ‘영 아티스트’로 선정되어 국가 지원금을 받았다. 3대륙 여행, 연주여행, 국제교류봉사, NYU교환학생 등 다양한 형태의 여행을 꽤 다녔고 오스트리아 크램스 입주 작가로 선정되어 얼마간 지낸 적이 있다. 국립서울병원, 연세암병원, 서울삼육병원에서 음악치료사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서울시 여성보호센터 치료사다. 특수학교, 대학교를 비롯해 기업의 사원연수 프로그램 등에서 강연하고 있다.

▲장항 출신의 해금연주자 구수정씨
이 글은 최근 ‘별글’ 출판사에서 최근 발행한 책 <가끔은 혼자이고 싶은 너에게>의 서문에 지은이 구수정씨가 쓴 글이다. 그는 뛰어난 해금 연주자였다. 세계 정상급의 성악가 조수미의 노래에 반주를 맡기도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더 이상 연주를 할 수 없는 불행한 일이 일어났다. 위에서 밝힌 대로 손의 감각을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국소 이긴장증’이라는 음악인들의 직업병이었다.

이 책의 저자 구수정씨는 바로 장항 출신이다. 서천이 낳은 국악인이다. 린나이서천대리점을 운영하는 구재효·이인숙 부부의 장녀인 구수정씨는 장항초등학교에서 국악을 처음 접했다. 이후 2002년 국립국악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며 이화여자대학교 음악대학 한국음악과에서 해금을 전공했다. 이화여대 재학시에 국립청소년국악관현악단 단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현악앙상블 ‘초콜릿’과 국악뮤지컬집단 ‘타루’의 동인으로 활동하던 그는 2011년 1월 차세대 예술인력 집중육성지원에 선정되어 2년 동안 국가의 지원을 받기도 했다.
그의 연주 경력도 화려하다. 대학 재학시절인 2004년 ‘이화여대 한국음악과 30주년 기념 연주회 지영희류 해금산조 독주’를 김영의 홀에서 가졌으며, 2005년에는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Behind forgotten eyes’의 작곡 및 녹음을 했다.

2006년에는 중미. 남미. 유럽 순회 극장 및 거리공연을 펼치기도 했으며, 이후 해마다 해외를 드나들며 독주 및 협연 등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2010년에는 상명대학교에서 열린 KBS ‘조수미의 크리스마스 선물’ 콘서트에서 해금 솔로로, 또한 조수미가 부르는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의 반주를 맡기도 했다. 조수미가 이 때 부른 노래는 지금도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유투브에서 감상할 수 있다.

▲ ▲2010년 상명대학교 강당에서 성악가 조수미와 공연하는 구수정씨
구수정씨는 환경 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가졌다. 2011년 10월 ‘구수정의 환경프로젝트1 엄마의 나무(Mother’s Tree)’가 서울에서 열렸다. 이 공연은 춤과 영상, 그리고 음악이 하나의 작품으로 만난 복합음악콘서트로 ‘소녀의 여행, 그리고 자연으로의 회귀’라는 주제로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깨우고 모두의 문제임을 자각하도록 하기 위해 기획됐다. 구수정씨가 중미, 남미, 유럽, 아시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알게 된 전 세계적 화제와 문제를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고민하다 만들게 됐다고 한다.

▲ <가끔은 혼자이고 싶은 너에게> 책 표지
‘구수정의 환경프로젝트’는 2012년과 2013년에도 이어졌다. 구수정의 공연일지는 여기에서 끝난다. 2013년 8월 18일 광주 전통문화관 서석당에서 열린 ‘구수정의 환경 프로젝트3’이 마지막 공연이었다.
깊은 좌절감에 몸부림쳤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거뜬히 이겨내고 음악치료사로 새로운 출발을 했다. 잦은 여행에서 보고 느끼고 사색했던 지난 날이 그를 이미 음악치료사가 되게 했는지도 모른다.

<가끔은 혼자이고 싶은 너에게>는 ‘여행세포, 세포분열의 시작’이란 제목의 프롤로그로 시작되어 일본 도야마 여행 중에 겪은 내용을 ‘바라보기-마주하기-손잡기-들어주기 안아주기’라는 주제로 단계를 나누어 명료한 문체로 정리해 독자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간다. 책 본문의 사진과 그림도 모두 저자의 작품들이다.
구수정씨가 도야마 여행 중에 함께 지낸 가와사키상 가족들은 어른부터 아이까지 심지어 고양이들조차도 저자를 배려하고 따스한 위로를 건네고 보듬어준다. 그런 배려 속에서 저자는 뜨끈한 온천에 몸을 담그고, 설국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본다. 또한 취미인 그림을 꾸준히 그리고, 매일매일을 성실하게 기록한다. 그러면서 점차 마음 깊이 스며 있던 상처를 제대로 마주하게 된다.

▲ ‘구수정의 환경 프로젝트2’ 포스터
사실 일상에 치여 살다보면 정작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할 시간이 없다. 하지만 나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바쁘다는 핑계로 그것을 제대로 마주하지 않고 있지는 않은가.
“나를 보듬는 것도 결국 나였다. 나다움의 회복, 그리고 통찰을 통해 나를 이해하자 당신이 내 안에 들어왔다.”
음악치료사가 된 저자의 간절한 당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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