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창 귀농귀촌학교 교장
정우창 귀농귀촌학교 교장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7.02.22 13:15
  • 호수 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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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살림·들살림·갯살림이 있는 서천으로 ‘귀거래’ 돕는다.

▲ 정우창 귀농귀촌학교 교장(왼쪽)과 농업기술센터 박상병 과장.
중국 동진의 시인 도연명(陶淵明, 365~427)은 작은 현의 현령이었다. 그가 받았던 녹봉은 쌀 닷 말이었나 보다. “나는 5두미(五斗米)를 위하여 향리의 소인(小人)에게 허리를 굽힐 수 없다”고 개탄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돌아가자!(歸去來兮 귀거래혜) 고향 전원이 황폐해지려 하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겠는가.(田園將蕪胡不歸 전원장무호불귀)”라고 귀거래사(歸去來辭)를 부르며 고향으로 돌아와 땅을 파고 밭을 일구었다. 귀거래사의 진수는 다음 대목에 있다 할 것이다.

“술병과 잔을 끌어당겨 스스로 따르고(引壺觴以自酌 인호상이자작) / 정원의 나뭇가지 바라보며 얼굴에 기쁨이 가득하구나.(眄庭柯以怡顔 면정가이이안) / 남쪽 창에 기대어 오만함에 의지하고(倚南窓以寄傲 의남창이기오) / 무릎을 겨우 거둘만한 곳을 찾아 편안함으로 바꾼다.(審容膝之易安 심용슬지이안)”

그러나 요즈음의 귀농은 옛날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도시민들에게 농업의 중요성과 공동체 순환의 가치를 확산시켜 도농 간 교류에 기여하는 기업 산지협동조합이 운영하는 귀농.귀촌학교 정우창 교장은 처음 귀농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서둘지 말고 천천히 생각을 해볼 것부터 권유한다고 한다. 실패가 훤히 예상되는 사람들은 우선 만류를 하고 본다.

농촌의 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결단을 내리기까지에는 넘어야 할 산들이 많이 있다. 정우창 교장은 이 결단을 내리기까지의 과정을 안내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가 우리 농촌과 인연을 맺은 것은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에 진학하면서부터이다. 지금도 충북 괴산에 있는 (사)흙살림연구소에서 일을 보고 있고 그곳의 농장에서 농기계를 운전하며 농사를 짓는 농부이기도 하다.

그가 귀농 희망자들을 이끌고 1년에 두세 번씩 서천을 방문한 지가 4년째이다. 지난 15일 1박 2일의 일정으로 54명의 귀농 희망자와 함께 서천을 방문한 정 교장과 한 나절 일정을 함께 했다.

“사실 도시에서 농촌으로, 인생의 마지막 정착지를 향해 떠난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많은 것들을 준비해야 할까 두렵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 여행을 했기에 그들이 많은 것들을 직접 가르쳐 줄 것이기에 서천을 찾아왔습니다.”

▲ 서천군의 귀농지원정책
그가 서천을 자주 찾는 이유는 소박한 인심과 산살림·들살림·갯살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 한다.
“이들과 함께 여행을 하면서 다시 한 번 귀농과 귀촌이 무엇인지, 우리가 왜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가려하는지, 그곳으로 가기 전에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누구를 만나 어떤 조언을 들어야 하는지, 제대로 된 교육은 어디서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우리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등등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이번 여행의 목적입니다.”

그는 오전에 서천군농업기술센터를 방문해 박상병 기술지원과장으로부터 서천군의 현황과 귀농인 지원 정책 등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듣고 미생물 발효 배양실을 견학했다.

▲ 미생물발효배양실 견학을 하고 있는 귀농 희망자들
서천군 농가맛집 1호인 산천리에 있는 ‘다정다반’에서 점식 식사를 했는데 참석자들은 상 위에 오른 음식을 거의 남기지 않았으며, 밥이 모자라 부랴부랴 밥을 다시 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들에게 서천의 음식은 깊이 각인이 되었으리라. 다정다반 사장은 이곳을 단골로 찾는 정 교장과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됐다.

정 교장은 “충북 괴산에서는 최근 5년 동안 2900명이 귀농을 했다”고 전했다. 돌아가시는 노인들이 남기고 가는 공백을 이들이 메우고 있는 것이다. 박상병 과장에 따르면 서천군에서도 귀농하는 인구가 최근 들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재작년에 240여명이었는데 작년에는 450명이었다고 한다. 이들 가운데에는 정우창 교장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사람들도 있다. 정 교장에 따르면 귀촌 희망자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 한다. 도시 직장인들이 직장에서 내몰리는 시기가 점점 빨라지는 것과 비례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귀농 혹은 귀촌은 한 개인에게나 그가 속한 가족에게 매우 엄중한 문제이다. ‘한 가족이 도시에서 농어촌으로 주거를 이전하고 직업을 새로 가져야 하는, 다시 말해 삶의 터전과 직업, 생활 패턴까지 완전히 바꾸는 일’이다. 주거 이전과 직업 전환, 그리고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하는 일이 간단할 리 만무하다. 이들이 편히 정착할 수 있도록 도우려면 이들의 생각부터 이해해야 할 것이다.
▲ 귀농인이 운영하는 생활공방을 방문한 귀농희망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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