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지수걸 교수 초청 시민강좌
■ 특집/지수걸 교수 초청 시민강좌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7.03.22 17:28
  • 호수 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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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 청년이 돌아와 사는 것이
공단에 기업 들어오는 것보다 낫다”
지역을 지키는 힘의 원동력은 ‘텃세’

지난 16일 사회적 기업 생선구이가게협동조합에서는 세번째 시민강좌로 공주대학교 사학과 지수걸 교수를 초청해 ‘청년과 지역의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다음은 강연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지수걸 교수는 공주에서 동료 교수들과 함께 지역에서 청년들에게 가능성을 보여주는 청년학교를 운영하고 있다.<편집자>

▲ 지난 16일 생선구이가게협동조합에서 강연을 하고 있는 지수걸 공주대 교수
지역과 청년의 상생을 촉진시키는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유능한 청년들이 지역에 와서 살 수 있도록 여러가지 지원들을 해야 한다. 청년들이 어떤 일을 지역에서 하려고 했을 때 과감하게 지원을 해주는 장치가 필요하다.

요즘 학생들 대부분 서울에서 살려고 한다. 같은 직종에서 월급을 더 적게 받아도 서울에서 살려고 한다. 특히 여성들이 더 그렇다. 이들이 지역에서 살아가겠다면 여러가지 사회적 지원들을 해주어야 한다.
청년들이 지역사에 관심이 없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자기가 살 곳이라고 생각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의 역사가 자신에게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서천에서 살아가려고 생각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기벌포가 어떻고, 비인 5층석탑이 어떻고 해봐야 이들에게는 관심사가 아니다.

그래서 교육과정에서 지역 향토사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는 장치를 두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지역을 돌아보게 하고 서울 가서 빌빌대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지역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을 지키는 원동력은 텃세이다. 세상에서 가장 센 힘이 텃세라는 생각이다. 텃세를 나쁜 의미로 받아들이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텃세가 안면도 핵폐기장 들어서지 못하게 했다. 약해보이는 어떤 집단들이 싸움을 제법 하는데 성주 사람들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사드 배치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는데 그게 되는 싸움인가. 세계 최강인 미국이 하겠다는데, 그리고 국가가 하겠다는데.... 이런 엄청난 힘 앞에서 버티는 힘이 바로 텃세이다.

아이들한테 텃세 의식을 심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서천은 우리 거야, 금강? 이거 국가 것 아니야. 내 거야. 공주에 좋은 계곡이 있는 동네가 있다. 여름에 사람들이 많이 온다. 동네사람들이 길을 막아놓고 청소비 명목으로 2000원을 받는다. 얼마 전까지 그랬다. 억지인 것 같지만 동네 입장에서 보면 그렇지 않다. 좋은 곳에 와서 즐겼으면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합리적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향토사 교육을 시킬 때 ‘서천은 우리 것이다’라는 텃세의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막강한 국가권력, 시장권력, 초국적 자본들 이들에 맞서 지역을 지키는 힘이 바로 텃세이다.
국가가 공공의 자산을 대상으로 여러가지 개발을 많이 하고 있다. 그것이 내게 무슨 이익이 되는가를 생각해보면 국가가 정의라는 것을 제대로 실현하지 않은 부분도 많다. 이를 대상으로 싸운 민중운동의 성공 사례들이 있다.

이를 들여다보면 합법적 투쟁을 해서 성공한 경우는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힘이 약한 사람이 센 놈하고 붙어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이러한 텃세의식을 바탕으로 한 전략이다. 국가도 무시하지 못하고 시장도 어찌 해볼 수 없는 힘이 텃세이다. 노동조합 만들어 싸우는 것, 법정에서 돈 많은 사람과 싸우는 것, 모두 100전 100패다. 유전무죄라는 말이 진실이다.

이제 역량이 있는 사람들이 다시 내려와서 텃세를 부리면서 부당한 권력에 저항을 해내야 한다. 젊은 사람들이 지역에 내려와서 살 수 있는 방법이 없겠느냐는 질문들을 많이 한다. 대책 없다는 답변들이 대부분이다. 젊은이들이 시골에 와서 뭘해?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한다.

젊은이들이 뭐 좀 해보겠다고 지역에 와서 일 좀 해보다 결국 떠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안된다. 이러한 현상을 줄일 수 있는 사회적 장치들도 있어야 한다. 그동안 밥상머리에서부터 ‘너는 서천을 떠나 살아야 한다’는 의식을 알게 모르게 아이들에게 심어주지 않았는가. 선생님들도 지역에서 어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전혀 제시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저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청년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지역적 삶의 가능성들을 보여주고 열어주는 수업이 지역사회에서 진행돼야 한다. 지역에 어떤 자원들이 있고, 지역에서 어떤 일들이 진행되고 있고, 잘 안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알려주는 교육이 중고등학교 때부터 필요하다.

연어 이야기를 해보자. 연어는 부화를 하면 먼 바다로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다. 졸업하고 도시로 나갔다가 고생만 하다 보면 옛날 생각이 날 것이다. “그때 선생님이 지역에서 이런 가능성들이 있다고 얘기했는데 한번 깊이 생각해보자. 서울 사는 것보다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는 그런 것들이 있다고 했는데 한번 검토해보자” 이런 생각을 하게 되고 “그래 다시 가자”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돌아오는 학생들이 한둘이라도 있으면 기업이 들어오는 것보다 수지맞는 장사일 수도 있다. 지역에 청년들이 돌아와서 이런 생선구이가게 같은 사회적 경제의 가능성을 조금씩 확장해가면서 오순도순 사는 것이 지역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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