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장터]학부모 상담
[모시장터]학부모 상담
  • 권기복 칼럼위원
  • 승인 2017.03.23 11:33
  • 호수 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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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3월은 교사들에게는 정신없이 분주한 달이다. 서류상으로 학급운영계획 수립, 각 교과별 운영 계획 및 평가계획서 수립, 교실 환경 정리 등으로 눈코 뜰 새 없다. 게다가 새 학년 새 학기를 맞아 학생들과 학부모 상담까지 해야 한다.

필자도 요즘에는 초과 근무를 달고 학부모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 주까지 5명 학생의 학부모가 다녀가고, 오늘도 2명 학생의 학부모를 만나기로 약속되어 있다. 아마 이번 주 내내 정시에 퇴근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그렇지만, 담임교사로서 의당 해야 할 일이니 불만의 여지는 없다. 교육 활동에서 가장 소중한 3주체인 학생과 학부모, 교사의 만남과 대화는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교직에 30여 년을 넘게 봉직하다 보니, 학부모 상담의 경향이 확실하게 달라졌음을 절감한다. 예전에는 한결같이 “우리 아이가 여러모로 부족하니 선생님께서 살펴주시길 바란다.”이거나 “우리 아이를 많이 혼내서 지도해 주길 바란다.”는 말씀이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우리 아이가 이런 면은 잘 해요. 그러니 그 쪽으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지도해주세요.” 아니면, “우리 아이를 많이 칭찬해 주세요.” 하는 내용이다.

학부모의 태도에서도 큰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예전에는 학교를 방문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담임교사를 만나기를 부담스러워 하였다. 그러나 요즘의 학부모들은 확실하게 다르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당당하다. 학교에 대해서도 할 말은 확실하게 하고, 담임교사에게도 요구할 것은 당당하게 요구한다. 그 요구 또한 다양하고, 세밀하다. 학습뿐만 아니라 생활 지도에 이르기까지 일제식 지도를 단호히 거부한다. 그만큼 담임교사는 개별적이고, 창의적인 학생 및 학부모 접근을 위해 머리를 쥐어짜야 한다.

학부모와의 상담 때, 대화를 주도하는 대상도 바뀌었다. 예전에는 담임교사가 주도를 하고, 학부모들은 주로 듣는 편에 속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학교와 동반하여 가정지도를 해주기를 부탁하는 쪽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학부모들이 상담을 주도한다. 교사는 잘 듣고, 학부모들이 학교에서 이러저러한 교육을 해주기를 원하는 쪽으로 초점을 맞춘다.

필자는 요즘의 학부모 상담 방향이 대부분 바람직하다고 여긴다. 교육의 주체는 바로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상담도 학생에게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그와 같이 상담 활동이 이루어질 때,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좀 더 가까이 살피게 되고 교육의 발전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인성적 측면에서 미흡함을 느낀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자녀의 사회성 함양까지는 말을 하고,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웃어른에 대한 예절이나 또래들에 대한 배려하는 마음 쪽은 상대적으로 거의 말이 없다. ‘똑똑한 내 자녀’는 원해도 ‘공손한 내 자녀’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내 것’ 챙기기에는 거의 빈틈이 없지만, ‘네 것’ 챙겨주는 마음의 여유가 없다.

우리 사회는 어떤 사람을 더욱 원하고 있는가?  아마 ‘똑똑한 사람’ 보다는 ‘겸손한 사람’, ‘내 몫을 잘 챙기는 사람’ 보다는 ‘네 몫을 잘 챙겨주는 사람’을 원하고 있다. 겸손하고, 남을 위할 줄 아는 사람이 많아져야 우리 사회가 더욱 건강해지고, 행복한 사회가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남보다 앞서 가는 사람’을 키우는 교육이 아니라, ‘남과 함께 가는 사람’이 되는 교육이 절실한 시대라고 본다.

이 시대의 교사들은 많은 사회적 요구에 부응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우리 사회의 교단에 대한 지지와 응원을 당부하고자 한다. 교사들은 그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성장의 동력을 얻을 수 있다. 교육이 학생과 교사라는 양 축에서 학부모라는 축, 지역사회라는 축까지 다각화되어 가는 상황에서 교사의 역할은 더욱 더 소중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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