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들판의 토착미생물이 한산소곡주 낳았다”
“한산들판의 토착미생물이 한산소곡주 낳았다”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7.03.29 17:44
  • 호수 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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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 마양리 이충복씨의 귀거래사

▲ 자신이 추출한 황곡균을 이용해 소곡주를 빚은 이충복씨
울타리섶이나 대나무밭, 산 계곡의 가랑잎이 쌓인 곳 등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을 들추어보면 미생물군이 하얗게 서식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토착미생물군이 스스로 자신의 안전한 생활 터전을 확보한 것이다.

토착미생물이란 그 지역에서만 고유하게 서식하는 미생물을 총칭하는 말이다.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이를 이용해 퇴비를 만들어 유기농업을 해왔고 여러가지 발효식품을 만들었다.

▲ 배양에 성공한 덩어리 황곡균
토착미생물은 지역 여건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채취할 수 있다. 고두밥을 이용해 야산에서 직접 채취할 수도 있으며 부엽토를 이용할 수도 있다. 또 원하는 미생물만 채취할 수도 있다고 한다.
우리 민족은 이러한 토착미생물을 이용해 김치, 메주, 젓갈 등 각종 발효식품을 만들었다. 술도 이러한 발효식품 가운데 하나이다. 

전통가양주란 한 나라나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양조법으로 빚은 술, 한 민족의 식생활 풍속이 담겨있는 술을 말한다. 유교를 국가 이념으로 채택한 조선시대에 관혼상제, 손님 접대 등 유교 이념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기 위해 가정에서는 가양주를 빚어 상비하면서 가양주 문화가 꽃을 피우게 되었다.

▲ 콩, 쌀, 솔잎에 12가지 약초를 첨가해 만든 선식
한산소곡주도 한산 지역 고유의 토착미생물을 이용한 산물이다. 고향 한산으로 돌아와 살면서 한산지역 고유의 토착미생물을 연구하는 사람이 있다. 마양리에 사는 이충복씨이다.
그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했다. 84년도에 입학해 전두환-노태우로 이어지는 군사독재가 한창일 때 학교를 다녔다. 당시 군사독재에 저항하는 학원가의 열기는 뜨거웠다. 그 역시 이 같은 대열에 서서 함께 고민하며 20대를 보냈다. 그때의 시대상황을 생각하며 지난 겨울 봄의마을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하곤 했다.

그가 태어나 자라고 부모님이 계신 한산 마양리 집으로 돌아온 것은 9년 전이다. 고향의 품에 안겨 예술가의 길과는 다른 농부의 길을 가게 된 것이다. 서천군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농업대학도 졸업했다. 이후 한산소곡주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인 쌀과 물과 누룩 중에서 누룩과 이를 낳게 한 토착미생물을 연구하게 되었다.

“소곡주란 본래 누룩이 적게 들어간다는 뜻으로 작을 소(小자) 소곡주입니다.”
이씨는 마침내 누룩 속에 들어있는 황국균(누룩곰팡이) 만을 별도로 추출해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그가 큰 자루에 담긴 황국균 덩어리들을 보여주었다. 모두 한산 들판에서 온 토착미생물의 산물이다.

“벼포기에서 채취한 것입니다. 논에 자라는 풀 한포기도 유용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논에서 가장 먼저 제초제를 맞고 쓰러지는 것이 올망개이다. 이씨가 추출해낸 황국균은 바로 이러한 논에서 온 것이다. 황국균의 대량 배양과 이를 이용해 쌀가루와 쌀빵 등을 만들어내는 것이 이씨의 올해 목표이다.
그는 산과 들에서 자생하는 우리 풀에 대해서도 많은 공부를 했다.

“약초가 아닌 풀이 없습니다. 특히 겨울을 넘기는 풀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동덩굴, 곰보배추, 냉이, 갈대 뿌리 등에는 약리 성분이 많습니다.”

변산공동체학교를 일군 철학자 윤구병 선생이 쓴 책 ‘잡초는 없다’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몸이 원하는 최상의 음식은 자연의 기를 듬뿍 간직한 자연식이다. 야생초, 나뭇잎, 줄기, 뿌리, 열매 등은 대지의 에너지와 햇살, 신선한 공기가 빚어내는 파장으로 동물들의 먹이가 된다. 그는 콩과 쌀, 솔잎을 주성분으로 각종 약초 12가지를 더해 선식을 만들고 있다. 이를 위해 하수오 등 약초를 직접 재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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