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노 케어’의 본보기 장항읍 원수1리
‘노-노 케어’의 본보기 장항읍 원수1리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7.04.05 18:51
  • 호수 8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영재 이장 중심 전 가구에 화재경보기 설치

▲ 원수1리 마을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두 주역 김영재 이장(왼쪽)과 하두호 선임반장
장항읍 원수리는 서천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었다. 원수리 용당산 아래의 마을이 옛날에는 용당리였으며 이곳에 있던 용당진, 또는 용당포는 서천에서 가장 큰 포구였다. 예로부터 군산을 오가는 나룻배가 있었으며 1960년대 초까지 도선장은 이곳에 있었다. 또한 용당포는 해양문화와 내륙문화가 만나는 접점이었다.

이러한 원수리의 모습은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 금강하굿둑이 생기며 수산업이 무너지자 원수리의 모습도 달라졌다. 지금의 원수리는 원수1리부터 원수4리까지 나뉘어 있다. 장항중학교와 등기소가 있는 지역과 성주산 아래에 있는 동네가 원수1리이고, 용당포가 있던 금강변이 원수 2리이며, 왕재산 아래가 원수3리, 원수농공단지와 고순개 지역이 원수4리이다.

원수1리 마을에는 모두 243세대가 살고 있다. 천산스카이빌아파트에 42세대가 있고 나머지는 모두 단독주택이다. 201가구의 단독주택에 모두 화재경보기를 설치해 스스로 화재로부터 안전을 지키는 데 앞장 선 이 마을 김영재 이장을 만나보았다.

▲ 마을 201가구에 설치한 화재경보기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들을 제외한 201세대 70% 정도가 독거노인입니다. 나머지도 대부분 노약자들입니다. 화재가 발생하면 연기가 발생하고 한참 연기가 난 후에 그제야 알고 신고를 해서 소방차가 오면 이미 한 발 늦은 겁니다.”

가정용 소화기와 화재경보기가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안 것은 그가 마을 반장을 할 때였다.
“마을에 할머니 한 분이 이사와 살았는데 밤 11시쯤 뭐가 툭툭 타는 소리가 나서 나가봤더니 이웃집에서 연기가 나는 거예요. 그래서 가정용 소화기를 들고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 할머니를 구하고 소화기로 불을 껐습니다. 불을 잡고 나니 소방차가 오더군요. 그 소화기가 아니었으면 할머니 목숨도 위험했습니다.”그는 조기발견과 소화기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이장 일을 보면서 소화기 보급과 화재경보기 설치를 적극 추진하게 된 동기가 됐다. 이번에 화재경보기뿐만 아니라 기존에 있던 소화기 30개에 새로 12개를 마련해 각 반별로 배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재원 마련은 외부 도움 없이 모두 마을 자체 기금으로 충당했다. 여기에는 화재경보기 50개를 기부한 청년회 회원 김정훈씨가 큰 도움이 됐다.

화재경보기를 설치한 후 지난 3월 17일에는 마을 잔치를 열고 의용소방대를 초대해 소화기 다루는 법을 배우고 심폐소생술도 익혔다.

“1년에 4번 주민들 전체가 모여 대청소를 하고 함께 식사를 합니다. 또 회관에 모여 정월에는 떡국, 동지에는 팥죽을 함께 나누어 먹습니다.”

평시에도 마을회관에 독거노인들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함께 하는데 김 이장은 주방장 역할도 맡고 있다.

“혼자 있으면 끼니를 거르기가 십상이지요. 회관에 나와 근심걱정도 함께 해야 노년기에 찾아오는 우울증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 마을 주민들 연락처가 빠짐없이 적혀있는 마을회관 사무실 칠판
이처럼 김 이장을 구심점으로 마을이 끈끈한 공동체 정신을 이어가는 데에는 선임반장인 하두호씨의 역할도 크다. 늘 손발을 맞추어 마을 일을 함께 상의하며 추진해 나가고 있다.

서천군 통계에 따르면 관내에 5000여 가구가 독거노인들이라 한다. 군에서도 이들을 위한 여러가지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웃들이 공동체 정신을 살려 서로 돌보는 이른바 ‘노-노 케어(老老care)’가 더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김영재 이장을 중심으로 한 원수1리의 사례는 훌륭한 본보기가 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