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11)큰뒷부리도요
■기획연재/(11)큰뒷부리도요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7.04.19 17:23
  • 호수 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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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에서 뉴질랜드까지 쉬지 않고 1만1680㎞ 비행북상할 때는 금강하구 중간 기착, 산란 위해 영양 비축
▲ 금강하구 큰뒷부리도요

금강 하구에 큰뒷부리도요가 나타났다.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겨울을 나고 번식지인 알래스카로 가던 중 중간 기착지인 한국의 서해 갯벌에 들른 것이다. 여기에서 충분한 먹이를 먹어 지방을 비축해 두어야 번식지에서 무난히 산란을 할 수 있다. 따라서 금강하구는 이들의 종족 보존을 가능케 해주는 역할을 해주는 곳이다.

알래스카에서 번식을 마친 큰뒷부리도요는 9월이면 태평양을 종단해 뉴질랜드까지 논스톱으로 날아가는데 이 새의 장거리 이동에 대한 비밀은 2007년에야 밝혀졌다.

미국 국립지질조사국 조류학자들은 피부 밑에 건전지 크기의 무선송신기를 삽입한 큰뒷부리도요 9마리를 알래스카에서 날린 뒤 인공위성으로 이들의 경로를 추적했다. 이들의 놀라운 대양 횡단 비행 궤적은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알려졌다.
 

▲ 솔리천하구 큰뒷부리도요

알래스카 유콘 강 하구에서 남행길에 오른 큰뒷부리도요는 무리를 지어 2000~3000미터 상공을 한 번도 쉬지 않고 날아 뉴질랜드와 호주 동부로 날아갔다. 8월30일 해가 지기 2시간 전 이륙한 이 새는 8일 동안 1만1680㎞를 쉬지 않고 날아 9월 7일 저녁 뉴질랜드 피아코강 어귀의 습지에 착륙했다.

평균 시속 60㎞의 속도로 지구의 반대편으로 비행한 것이다. 1만㎞가 넘는 망망대해를 8~9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잠 한숨 자지 않고, 잠시도 쉬지 않고 비행을 한 것이다. 이 기록은 사람들이 측정한 새들 가운데 가장 긴 비행기록이라고 한다. 제트여객기로 약 23시간이 걸리는 거리이다. 이처럼 호주나 뉴질랜드로 날아갈 때 한반도 서해안에 들르지 않는 이유는 풍향을 이용해 비행을 쉽게 하기 때문이라고 학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장거리 비행을 하기 전 큰뒷부리도요는 갯지렁이 등 영양분을 최대한 많이 먹는다. 무거우면 비행이 어려우므로 지방을 최대한 모으는 대신 내장을 줄여 몸무게를 가볍게 한다고 한다. 장거리 비행을 하고 나면 500g 정도인 이 새의 몸무게는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 보잉 747의 경우 중량의 45퍼센트가 연료 무게라 하는데 큰뒷부리도요의 경우 이보다 연료 비중이 높은 셈이다.

조류 연구자들은 일찍부터 이 새의 대양 횡단을 짐작하고 있었다. 8월 말부터 알래스카에서 이 새가 사라진 뒤 뉴질랜드에 갑자기 나타나기 때문이다. 다리에 식별표지를 붙인 큰뒷부리도요가 가을철 아시아에서는 전혀 발견되지 않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 장구만 큰뒷부리도요

혹시 이들이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섬에서 쉬었다 가는 건 아닐까. 그러나 이동로에 위치한 하와이제도 위로 해마다 10만여 마리의 큰뒷부리도요가 지나가지만 이 섬에서는 거의 목격되지 않고 있다.

몸 길이 41㎝에 70~80㎝ 길이의 날개를 지닌 비교적 큰 도요인 큰뒷부리도요는 약 1000년 전 마오리족의 조상이 뉴질랜드를 발견하도록 만든 새로 유명하다. 일단의 폴리네시아인은 해마다 같은 시기에 남쪽으로 날아가는 ‘쿠아가’ 무리를 따라가면 틀림없이 육지가 나온다고 믿었다. 쿠아가는 물갈퀴도 없고 물에 빠지면 익사하는 육지 새였기 때문이다.

큰뒷부리도요는 봄철엔 태평양을 횡단하지 않고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에 들러 알래스카로 가는 우회로를 택한다. 그 이유로는 중간에 두둑하게 지방을 축적하고 번식지에 도착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의 연구 결과 이들 도요새에게는 몸의 조직과 장기가 변하는 극단적 생리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긴 여행을 떠나기 전 최대한 많은 지방을 몸에 채우기 위해 비행 동안 불필요한 소화기관 등의 장기는 가능한 한 축소시킨다.

출발 직전 죽은 도요새의 가슴 근육은 한쪽이 27g이나 됐지만 간은 7g, 콩팥은 한쪽이 1.5g에 지나지 않았고 위장은 텅 비어 있었다.

중간 기착지에 도착하면 신체는 다시 극적으로 변화한다. 심장, 다리 근육, 콩팥, 위, 간, 창자가 다시 커진다. 하지만 출발 직전엔 다시 지방에 공간을 내주고 움츠러든다.

도요새들의 중간 기착지인 서해갯벌은 이들의 생과 사를 좌우하는 곳이다. 새만금갯벌이 사라지며 도요새들의 개체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서천 연안의 갯벌도 날로 환경이 열악해지고 있다. 진펄이 쌓이며 이들의 먹이가 되는 갯지렁이나 칠게 등 저서생물들의 개체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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