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올해 비료 왜 안 나오나
■ 모시장터/올해 비료 왜 안 나오나
  • 최용혁 칼럼위원
  • 승인 2017.04.25 21:06
  • 호수 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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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용혁 칼럼위원

“모 심을 때 다 됐는데 왜 비료가 왜 안 나온다나?” “돈으로 준다네. 집집이 36만원씩.” 올해부터 시행되는 ‘농업환경개선사업’에 관한 이야기다. 앞뒤 사정 모르는 사람들은 농사지어서 무슨 큰 횡재하는 줄 알겠다. 얄팍하고 못돼 처먹은 지주들은 또 잔대가리 굴리면서 실경작자들하고 직불금 나눠가질 궁리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보조라는 말이 보충하고 도와준다는 말이니 농민들을 정부에서 퍽이나 생각해주는 것 같지만 대부분 ‘아침에 뺨 때리고 저녁에 약 주는’ 격이다. 당장 작년 가을만 해도 그렇다. 쌀값을 10만원 언저리로 만들어 놓고 정부 목표가격에 맞추어 지원되는 변동직불금을 좀 더 얹어 주어서 쌀값이 보전되었다고 떠드는 말을 듣고 있자면 남들이 ‘믿을까’ 겁이 나기도 했고 맞장구치는 사람들을 보면 조삼모사 하다가 조사모삼 하니 좋아하더라는 원숭이 생각까지 나곤 했다. 

 ‘농업환경개선 프로그램 실천 사업’은 대농가에게 편중될 수 있는 농업 보조금을 균등 분배한다는 명분으로 2002년부터 시행되어 온 맞춤형 비료사업과 2012년부터 시행되어 온 충남 벼 경영안정 직불금의 예산을 통합하여 2017년부터 시행되는 사업이다. 기존에 2ha까지 주었던 비료와 5ha까지 지급됐던 충남 벼 경영안정직불금을 합쳐서 농업환경개선 사업에 참여하는 농가에게 36만원씩 지급한다는 것이다. 뭔가 복잡하고 여러 장치가 있는 것 같지만 동네 아저씨들 말로 표현하자면 비료 안주고, 도에서 나오는 직불금 안 주고 기존 벼농사 짓는 농가들에게 경영규모에 상관없이 36만원씩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쌀 직불금이 대농들에게 유리하게 책정되어 있는 것은 분명하다. 농민들 사이에 어느 정도 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농업 보조금을 균등 배분한다는 명분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농업환경 프로그램 역시 그 목적이 규정한 바 ‘지속가능한 농업 구현과 미래지향적 환경 개선을 위해 마을 농업인들이 합심하여 질소질비료를 적정시비’한다는 데에도 하품은 나오지만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동의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안희정 지사가 유행시킨 ‘선의’로 생각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끝나면 말장난이다.

첫째, 예산 증액없는 균등분배 논리는 농가 기만이다. 자세한 설명은 없지만 농업환경개선 사업의 지원 한도는 농가당 2ha 지로 설계된 듯하다. 균등 분배라는 명분을 실현하기 위해 실제로는 2ha에서 5ha사이의 농가들이 감수해야 하는 몫이 있었는데 대한민국 행정의 특성상 당연히 물어보지 않았을 것이다. 5ha, 즉 1만5000평 농사짓는 농가를 대농 또는 중농 정도 된다고 볼 수 있을까? 1만5000평 농사는 평당 아파트 분양가 찾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상상력을 자극하겠지만 농민들에게는 굶어죽기 꼭 알맞은 규모다. 균등배분을 위해  무언가를 양보해야 될 대상들이 전혀 아닌 것이다. 기존 두 사업비 외 단 한 푼의 예산 증액도 없이 소농가들 사이의 조정을 통해서 균등 분배를 이야기하는 것은 충남도청 좋으라고 하는 일이지 충남 농민 좋으라고 하는 일은 결코 아니다. 충남도는 이름 바꾸는 값, 즉 개명 비용도 지불하지 않고 앉아서 좋은 이야기만 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농업환경개선사업의 내용은 공허하다. 충남형 직불금을 하겠다면 차라리 좀 더 분명한 목적의식과 방향을 설정하고 어느 정도의 저항을 감수하더라도 더 높은 전망과 실천방안을 구체적으로 내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 시행하는 사업을 농업환경개선과 연관시켜 생각하는 농민은 거의 없다. 더군다나 마을공동체를 다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는 마을을 너무 우습게 보는 짓이다. 쉽게 개입하여 마을을 깨는 데 일조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는 것이 더욱 마땅하다. 

좋은 명분, 좋은 구호에는 그에 따른 실천이 있어야 한다. 행정에서 보일 수 있는 진정성은 무엇인가? 두 가지다. 첫째는 귀찮을 때까지 물어보는 것이고, 둘째는 예산이다 

“말로 떡을 하면 조선 사람들이 다 먹고 남는다”는 속담이 있다. 농업, 농촌과 관련한 말잔치는 언제쯤 끝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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