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권에 거는 기대
새 정권에 거는 기대
  • 편집국 기자
  • 승인 2017.05.11 16:03
  • 호수 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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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태산 기슭을 지나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여자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공자는 제자인 자로를 보내 무슨 연유인지 알아보도록 했다. 자로가 울음소리 나는 곳을 찾아가 보니 한 여인이 세 개의 무덤 앞에서 흐느껴 우는 것이었다.

이에 자로가 그 이유를 물었다. 울던 여인이 대답하기를, “몇 년 전 아버님이 호환을 당해 세상을 떠나셨는데, 지난해에는 남편마저 호랑이에게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자로는 왜 이런 곳을 떠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여인은 울음을 그치고 대답하기를, “이곳에는 가렴주구(苛斂誅求)는 없다. 그래서 떠나지 않는 것이다.”고 대답했다. ‘가혹한 세금이 호랑이보다 무섭다(苛政猛於虎 가정맹어호)’는 고사성어이다.

위 고사에 나오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것이 한국의 농촌에 있다. 사람들이 농촌을 떠나는 것이다. 지난 8일 어버이날 문산면의 한 마을에서 경로잔치가 열렸다. 이날 마을 주민들은 ‘70이 넘지 않은 사람들은 꽃을 달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60대는 마을에서 젊은 축에 속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떠난 농촌의 빈 공간으로 토목건설업체들이 밀고 들어와 주민들은 이들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했다. 판교면과 마산면에서 벌어진 수목장림반대 투쟁이 그것이다.

‘농자 천하지대본’인데 우리 농촌이 어쩌다 이같은 지경에 처하게 됐을까. 그것은 잘못된 농업정책 탓이다. 80년대 이후 일기 시작한 신자유주의 바람이 우리 땅에도 밀어닥쳐 김영삼 정권의 ‘세계화 구호’ 이후 우리 농업은 국제 시장의 경쟁 구도 속으로 편입되었다.

농촌에서 지속가능한 삶을 기약하기 어렵게 되자 사람들은 농촌을 떠나기 시작했고 마을에 아기울음 소리 그친지 오래 됐다.
어촌도 마찬가지이다. 2015년 충남의 어촌지역 65세 이상 고령화 인구는 43%였다. 토목건설자본이 서해안에서 강 하구를 틀어막는 간척사업을 지속적으로 벌이자 바다 환경이 파괴되었고 어족자원이 줄어들었다. 고기가 잡히지 않자 젊은이들이 어촌을 탈출한 것이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토목건설 관련이 30% 이상이라 한다. 유럽에서는 10% 이상이면 위험하다고 본다. 이러다 보니 한국 경제는 끝없이 공사판을 벌여야 경제가 유지되는 나라가 되고 말았다.

사람들이 떠난 비어있는 농촌의 공간은 이들 토목건설업체들의 공사판이 돼가고 있다. 새 정권은 이러한 모순 구조부터 뜯어고치고 농어촌을 살리는 정책을 실시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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