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일상생활의 연장”
“과학은 일상생활의 연장”
  • 최현옥
  • 승인 2003.08.15 00:00
  • 호수 1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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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호기심 천국, 일상에서 과학의 원리를 찾는다
화양초등학교 3학년 1반 교실에는 재활용품이 많다. 우유팩은 학용품 보관대, PET병은 물감통과 연필꽂이, 필름 통은 분리함, CD 케이스는 휴지케이스와 화분 등 쉽게 버려지던 물건이 과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생활용품으로 탈바꿈했다.
“학생들이 과학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내는 경우가 종종 많은데 창의력을 신장시키는 발명활동을 통해 생활 속에 숨쉬는 과학 수업을 하면 수업은 놀이가 됩니다”
10여년 동안 과학분야에서 활동해온 문혜령(41)교사는 과학은 고도의 사고력을 요구, 딱딱하다는 이미지 때문에 학생들에게 재미없는 과목으로 낙인찍히기 쉽다며 이미 존재하는 원리나 개념만을 전달하는 수업 방식을 지양하길 바랬다.
즉 일상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소재를 가지고 토론을 하거나 현장 학습을 통해 과학이 실생활에 어떻게 이용되는지 원리를 깨치면 사물에 대한 호기심이 유발, 과학적 상상력과 창의력을 향상시키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그녀가 담당하는 학년의 교실을 가득 채우고 있는 생활용품 역시 사회성을 반영한 것으로 일상생활의 편리함을 위해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문교사의 이 같은 교육방법은 학생들에게 스스로 학습하고 탐구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지난 7월 개최된 전국학생과학발명품 경진대회에서 폐 CD 케이스와 카세트 테이프 케이스를 활용한 생활용품으로 금상을 차지한 것 역시 이런 학습의 결과물이다. 음반점과 PC방 등 일상에서 버려지는 CD 케이스와 카세트 테이프 케이스 활용 방안을 강구 중 케이스를 붙이거나 쌓아 생활용품으로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특히 플라스틱은 환경오염의 주범이므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었고 학생들에게 자원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기회였다. 학생들과 처음 시도한 작품은 ‘휴지 보관대’ 였다. CD 케이스로 받침을 만들고 그 위에 7개의 테이프 케이스를 실리콘으로 붙이면 둥근 벽이 만들어진다. 중심 축을 세우고 테이프 케이스 측면을 벌려 휴지를 풀어내면 반짝이는 과학적 원리를 접목한 생활용품이 탄생한다. 기본 원리를 터득한 학생들은 전화 받침대, 종합메모판, 회전 학용품대, CD꽂이, 서류함 등 다양한 작품을 만들었고 수업시간에 배운 황화카드뮴이 어두울 때 빛을 감지해 빛을 발한다는 원리를 응용한 작품도 만들었다. 작품을 본 심사위원도 버려진 CD·테이프 케이스가 다양한 생활용품으로 탈바꿈한 것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문교사는 “과학활동은 미적 감각을 요구하는 미술, 수치 계산을 위한 수학, 작품해설을 위한 국어 등 다양한 학문이 접목된다”며 “과학은 모든 학문의 기초다”고 강조했다.
전남 여수 출신으로 92년 서천에 전근 온 문교사는 과학분야를 담당하며 많은 대회에 참석, ‘천재는 1%의 영감보다 99%의 노력이 만든다’는 말처럼 꾸준이 노력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과학 활동을 펼쳤다. 물론 과학 상상화 그리기, 과학상자 만들기, 라디오 조립, 모형 항공기 대회 등 연례적인 행사지만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2∼3달 동안 주말도 학교에서 보낼 정도로 많은 노력이 따른다.
“정신적·물질적 어려움 속에서도 지속적인 활동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문제를 풀어 가며 느낀 희열과 조금씩 변해 가는 학생들의 모습이었다”며 문교사는 미소를 지었다.
문교사는 지난해 전국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한 폐점등회로를 이용한 안전 신호기, 과학완구를 조립한 ‘내 친구 캡틴 미래로 자동차’, 발명상상화 캐릭터 그리기 등 학생들과 함께한 많은 작품들로 보람을 찾고 있다.
과학의 중요성을 학생들에게 전하는 문교사는 최근 과학이 정보교육으로 인해 뒤쳐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현대를 과학기술의 시대라 부르는 것도 휴대폰, 자동차 등 과학기술이 관련되지 않은 곳이 없어 중요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인데 일선 학교에서는 주객이 전도되는 경향이 있기때문.
또 졸속으로 만들어지는 과학교육과정과 부족한 정책지원, 낮아져만 가는 과학교과의 위상과 학생들의 관심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이 중첩된 현재의 과학교육은 개선이 요구된다.
“과학은 거창한 것이 아닌 생활의 일부이다”는 문교사, 탐구중심의 교육으로 서천 교육의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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