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장터 행복을 느끼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들
■모시장터 행복을 느끼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들
  • 칼럼위원 정해용(시인)
  • 승인 2017.06.14 14:58
  • 호수 86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의 성형외과 의사였던 맥스웰 몰츠(1889-1975)는 환자들의 외모를 성형해주면서 한 가지 의문을 가졌다. 왜? 사람들은 왜 눈을 고치고 코를 고치고 가슴을 고치려는 것일까. 생사의 문제와는 별 상관이 없으면서도 비용과 시간 고통의 부담이 따르는 성형수술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몰츠는 환자들을 상대로 매번 그들의 목적을 물어보았고 그 결과 대다수 환자들은 수술을 통해 보다 행복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호기심이 왕성했던 몰츠는 다시 과연 이 수술을 받은 사람들은 전보다 행복해졌을까를 추적 연구하기 시작했다. 성형수술을 받은 수백 명의 사람들을 상대로 예전보다 행복해졌는지를 물은 결과, 일부는 보다 행복해졌지만 다른 사람들은 예전과 다름없이 여전히 불행한 기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알아냈다. 그래서 몰츠는 결론을 내렸다.

“성형수술이 사람을 더 행복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수술을 계기로 마음속에 있던 자기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열등감)을 바꾼 사람만이 행복해졌다. 자기 혁신은 수술 자체보다는 이 수술을 계기로 자기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데에서 시작되는 것이 분명하다.”

우리나라는 지난해부터 큰 정치적 격동을 거치면서 새로운 정치체계를 만들었다. 대통령 한 사람이 바뀐 것은 그것으로 그치는 일이 아니다.

대통령은 국가라는 체제의 조종석에 앉아 국가가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고 조정하는 운전사와도 같다. 술에 취하거나 자기 환상((Narcissism)에 빠져 아무 생각 없이 핸들을 돌려대는 사람이 운전석을 맡으면 체제는 좌충우돌 위태로운 운행을 하게 되고, 유능하고 바른 정신을 가진 운전사를 만나면 어디가 됐든 지금보다는 나은 곳을 향해 조금이라도 더 나아가게 된다.

우리는 한동안 자신의 미모를 가꾸고 재산을 불리는 것밖에는 관심이 없는 운전자에게 핸들을 맡겼다가 전체가 큰 위험에 빠질 뻔했다. 승객들이 멀미를 하고, 차에서 떨어지거나 바다에 빠져 죽고, 노인과 청소년들의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고, 북한에서는 연거푸 핵실험을 벌이고, 영세 자영업자들은 적자로 문을 닫고, 멀쩡한 중년들이 일자리를 잃어 거리로 내몰리고,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달라고 아우성쳐도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그저 흥청대며 앞으로만 나아가던 운전사가 아니었나.

승객들이 화들짝 놀라 강제로 차를 멈추게 하고 착실한 운전자를 구해 그에게 핸들을 맡긴 것이 지금까지 일어난 중대한 변화의 자초지종이다. 

이러한 변하는 국가 시스템에 대한 일종의 성형과도 같다. 앞으로도 여러 가지가 더 바뀌어 가겠지만, 그래서 우리가 보다 행복해질 것인가를 확언하기는 이르다. 이 수술의 결과로 대다수 국민이 보다 행복해졌다고 느끼겠지만, 여전히 불행하거나 오히려 더욱 불행해질 거라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몰츠가 관찰했듯이 그들의 삶은 반드시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몰츠는 이런 말도 했다. “사람은 실제 사실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이 마음속으로 사실이라고 믿는 상에 따라 행동하고 느낀다.”

객관적인 변화의 선후를 무시한 채 지금도 ‘박근혜가 억울하게 당했다’라거나 성년 인구의 절반도 넘는 ‘1천만 이상이 빨간 사상에 물들었다’고 주장하는 ‘가짜뉴스’에 홀린 사람들은 오히려 그동안 바로 가던 세상이 뒤집혔다는 느낌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을 설득하기는 어렵다. 정치적 신념은 종교적 믿음만큼이나 사람 마음을 고집스럽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들은 고통스러운 채로 세상을 다시 뒤집힐 날을 고대하겠지만, 사상의 자유가 있는 사회에서 억지로 어쩌겠는가. 시간이 지나면 그들도 힘든 물구나무를 스스로 중단하고 바로 앉아 세상을 보면서 무엇이 진실이었는지를 헤아리지 않겠는가. 말을 물가에 끌고 갈 수는 있어도 억지로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 그들이 목이 말라 스스로 이 물을 마셔본 뒤에는 깨닫지 않겠는가. 사람을 살리는 물과 죽이는 물의 차이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