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문화재 지정됐지만 후계자 없어 안타깝다”
“무형문화재 지정됐지만 후계자 없어 안타깝다”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7.06.14 15:21
  • 호수 8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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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모시문화제에서 만난 베틀장인 윤주열씨

▲ 베틀장인 윤주열씨와 부인 임수월씨
서천에 무형문화재 기능 보유자가 1개 단체 3명이 있었다. ▲한산소곡주(유희열) ▲저산팔읍길쌈놀이(상쇠 조순자, 장구 강선순, 기획 홍경자, 소리 전금순) ▲부채장(이광구) ▲서천침선장(이순동) 등이 그들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30일자로 화양면 화촌리에 살면서 베틀을 제작 보급해온 윤주열씨가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52호 서천 베틀장’으로 지정돼 4명으로 늘었다.

한산모시문화제가 열리던 지난 10일 모시전시관 앞에 마련된 부스에서 윤주열씨와 부인 임수월씨를 만났다. 2009년 뉴스서천이 그의 화촌리 자택을 찾아가 뵌 이후 8년이 지났지만 올해 74세의 연세에도 정정해 보이셨다. 아직도 집에서 베틀 제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주열씨는 1950년대 초등학생 시절부터 작은 아버지로부터 목재 다듬는 법을 배웠다. 그가 처음 본격적으로 베틀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26세 때부터였다. 조부 때부터 내려오던 가업을 이은 것이다.

1980년대부터 전통베틀 및 개량베틀 제작 보급에 힘써왔다. 윤주열씨가 제작한 베틀은 1993년 한산모시관 개관과 더불어 전수자들 및 교육생이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거나 전시되고 있으며, 한국 전통문화대학교 교육용 베틀도 윤주열씨가 보급했다. 2000년도에 중국, 일본 등 여러 나라에 베틀을 수출했다.

▲ 윤주열씨가 제작한 전통 베틀
베틀은 앙상한 뼈대로 이루어져 있어 제작에 고난도의 정교함과 정확성이 요구된다. 끌로 구멍을 깎아내고 짜맞추는 데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그 베틀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가 만든 베틀은 충남 남부지역은 물론이고 전북의 임실, 진안, 정읍, 순창, 남원 등 전북권에도 인기가 높았다. 지금까지 그가 제작한 베틀은 어림잡아 1천여기 이상이다.

베틀 1기를 제작하는 데는 꼬박 사흘이 걸린다고 말했다. 재료는 소나무이다. 그가 만드는 베틀은 3대째 내려오면서 개량한 것으로 옛날 전통 베틀과는 사뭇 다르다. 크기도 작고 사용하기에 간편하다. 신끈(끄실코)을 사용하지 않고 발판을 내리밟아 날실을 끌어올리도록 했으며  도투마리도 베틀 하부에 장착하도록 되어 있어 안정감이 크다.

베틀에서 핵심부품은 바디와 이를 장착시키는 바디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전시중인 할머니 때부터 사용해왔던 바디를 보여주었다.

대나무를 미세하게 잘라내어 만드는 바디는 베의 굵고 가늚을 결정한다. 예로부터 한산의 바디가 유명하였다. 한산면 종지리의 구진갑 선생이 그 맥을 이어 바디를 제작해오다 1988년 중요무형문화재 88호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2006년 구진갑 옹이 90세의 일기로 전수자를 남기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 바디장은 이제 그 맥이 끊긴 셈이다. 그가 만드는 베틀에서는 철제 바디를 장착한다. 윤주열씨는 이를 몹시 안타까워했다. 한산면 동산리에서 윤기문씨가 맥을 잇고 있지만 문화재 지정이 안된 상태이다.

바디장이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듯이 베틀장도 무형문화재 지정됐다. 절 짓는 목수가 돼지우리인들 못 만드랴. 그는 일반 목수일이라면 다 한다. 전통 목조 가옥의 수리도 그의 차지이다. 그는 옛날 목수들이 사용하던 ‘먹통’을 보여주었다. 자신이 손수 만든 것이라 했다.

“원래는 대추나무로 만드는데 요즘 이렇게 굵은 대추나무를 구할 수 있나? 그래서 참나무로 만들었지. 두 개를 만들었는데 1개는 충남도 문화재 당국에서 가져갔어.”
목수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연장이었던 먹통은 길이를 재고 선을 긋는 역할을 하는 도구이다. 그러나 그가 만든 먹통은 수평을 잡는 기능까지 더해졌다. 이로 보아 그는 탁월한 감각과 손재주를 가진 장인임에 틀림없다.

▲ 윤주열씨가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 먹통
그러나 그에게 아쉬움이 많다. 무형문화재로 지정됐지만 후계자가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이다.“목재를 대패로 다듬는 일을 보고서는 다들 ‘이 어려운 일을 어떻게 하느냐’고들 해.”
평생 베틀 만드는 일에 몰두해온 남편을 내조해왔던 부인 임수월씨도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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