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취재 : 뜬봉샘에서 유부도까지 (3)용담호 물 이용
■ 기획취재 : 뜬봉샘에서 유부도까지 (3)용담호 물 이용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7.06.14 16:47
  • 호수 8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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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에서 바다로 유입되는 물 점점 줄어든다
금강 물, 용담호·대청호·백제보·금강호에서 타 수역으로
유역변경 물 공급 생태계 파괴 수반…수역내에서 해결해야

※이 기획취재는 충청남도 미디어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 용담호
예로부터 물줄기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 ‘洞(동)’이라는 한자어에는 ‘물을 같이 쓴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이러한 자연의 순리를 역행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산은 강을 건너지 못하고 물은 산을 뚫지 못한다’는 전통 지리사상도 무색하게 됐다. 발달한 토목기술을 앞세워 강의 물줄기를 변경시키고 있는 것이다. 금강 물줄기 상류을 막은 용담댐 물을 도수터널을 이용해 금남정맥을 넘어 만경강 수역으로 돌려 전북 일원의 상수도와 공업용수로 사용하고 있다. 서천군 일부 지역에 공급되는 수돗물도 용담댐 물을 사용하고 있다. 용담댐 물의 이용 실태와 금강물 타 수역 물공급 체계를 알아본다.<편집자>

◇물줄기를 바꾸는 유역변경식 발전소

우리나라에서 강의 물줄기를 변경시켜 물을 이용한 첫 사례는 ‘금강산발전소’이다.
1918년 4월 일본인 쿠메 타미노스케(久米民之助)는 조선의 금강산 지역을 둘러보았다. 이듬해 8월 그는 ‘금강산 전기철도 주식회사’의 발기인 총회를 열었으며 이어 12월에 창립 총회를 열었다.

1920년 9월 수력발전소 건설이 시작됐다. 공학자였던 구미다미노스케는 금강산 이용을 입체적으로 디자인해 우선 전기를 생산하고 금강산까지 철도를 놓아 관광객을 끌어들이겠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지금은 북한 땅인 강원도 회양군 안풍면 화천리에 댐을 만들고 이곳을 물을 백두대간을 뚫어 동해로 떨어뜨렸다.

낙차는 무려 500미터, 4개의 낙차점에 수력발전소를 건설해 금강산 철도에 전력을 공급했다. 전기 열차가 달리는 금강산 철도는 1924년 8월 1일에 철원∼김화 사이가 1차로 개통되었고, 1931년 7월 1일에는 철원∼내금강 사이의 전체 구간이 개통되었다.

금강산수력발전소는 철원, 포천, 평강, 통천 일대의 8천800여호와 정미소, 광산에 전력을 공급하고도 남아 서울 용산에까지 공급했다 한다. 또한 김화 일대에 풍부한 유화철을 일본으로 빼내가는 역할을 수행했다.

금강산댐에 이어 일제는 1926년 압록강의 지류인 부전강에 댐 건설에 착수해 이 물을 동해로 떨어뜨려 전기를 일으키는 부전강발전소를 만들었으며, 이어 1932년에는 장진강발전소를, 1937년에서 허천강발전소를 건설했다. 모두 서해로 흐르는 압록강 물을 동해로 돌려 큰 낙차를 이용해 전기를 일으키는 유역변경식 발전소이다.

남한에서는 1928년도에 섬진강 물을 동진강 수역으로 돌려 전기를 일으키고 김제평야에 농업용수를 공금하는 운암댐이 건설되었다. 해방 후 1965년에 운암댐의 2km 하류에 더 큰 댐인 섬진강다목적댐을 만들어 동진강 수역으로 더 많은 물을 돌리고 있다.

◇용담댐 도수로

진안군 용담면에 들어선 8억1500만톤 저수용량의 용담댐은 저수용량으로 보면 우리나라 댐 가운데 소양강댐과 충주댐, 대청댐, 안동댐에 이어 5위에 해당한다. 본래 1936년 일본인들이 6개년사업으로 이 댐을 건설을 계획해 수몰지역의 용지 보상까지 마쳤으나 중일전쟁(1937년)과 대동아전쟁의 발발, 일본의 패망에 의해 실현되지 못했다.

▲ 진안군 용담면 옥거리~완주군 고산면 소향리간 도수터널
2001년 댐과 함께 21.9km의 도수터널과 함께 완공되어 담수가 시작됐다. 진안군 용담면 옥거리와 완주군 고산면 소향리를 잇는 직경 3.2m의 도수터널을 통해 용담댐 물이 고산발전소를 통해 만경강으로 유입된다. 고산정수장에서는 금강물을 받아 정수해 전북의 전주, 익산, 군산, 김제, 완주, 군산산업단지 등지에 물을 공급하고 있다. 충남의 서천의 한산면, 기산면, 장항읍 등지에도 공급되고 있다.

▲ 용담면 옥거리에 있는 취수탑
도수터널을 통해 초당 11.9톤이 만경강 수역으로 돌려지고 금강 본류로는 초당 8.7톤이 방류된다고 하는데 하루 135만톤까지 보낼 수 있는 시설용량이다. 만경강 수역으로 돌려지는 용담호 물 가운데 하루 약 40여만톤의 상수도 공급량을 제외한 나머지는 만경강 하천 유지수로 사용된다. 그 양은 하루 60여만톤을 상회한다.

◆지자체간 갈등 소지 커

금강 상류의 물이 용담호를 이용해 전북권의 젖줄이 돼버린 상황에서 전북권에서는 물 이용에 있어 용담호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전북권에서는 “물 공급을 위해 용담호 방류 수량을 유지해야 되는 사태가 발생될 개연성이 높고 그럴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전주권 광역상수도 용수배분을 받은 전북지역 지자체와 주민이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충청권에서는 용담호 물 전북권 공급은 충청권에 고스란히 안겨주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본래 충청인의 젖줄인 금강의 물이 수계를 달리하여 전라북도의 만경강으로 빼돌려지기 때문에 용담댐 하류의 금강은 물 부족 뿐만 아니라 수질도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충청인의 식수원인 대청호에도 매년 녹조가 발생해 홍역을 치르는데 용담댐이 생긴 이후 이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올해 3~5월 강수량 117.6㎜로 최근 30년 평균(236.6㎜)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2015년부터 계속된 이같은 가뭄으로 보령댐의 저수율은 이달 7일 기준 예년 대비 27% 수준에 불과한 9.7%(저수량 1139만㎥)로 나타났다.

▲ 금강물 타 수역 공급
이에 대응해 한국수자원공사는 2016년 완공한 21.9km의 도수관로를 통해 백제보에서 취수한 물을 하루 최대 11만5000톤을 보령댐 물공급 지역에 공급해 왔다. 이와 함께 당진시와 서천군에 대청댐(충북 청주시)과 용담댐의 물을 공급하는 ‘급수체계조정’을 시행해 지난 1일부터 하루 최대 3만1000㎥을 추가로 공급 중이다.

이처럼 기후변화에 따른 물 공급 대책으로 유역변경 물 공급 체계가 확산돼 가고 있다. 그러나 이는 생태계 파괴를 수반한다. 지역의 물 공급은 그 지역 해당 수역 내에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유역변경 물 공급은 금강 하류에서 다시 한번 일어나고 있다. 금강호 물을 만경강 수역으로 양수해 농업용수로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금강 물이 유역을 달리해 타 유역으로 공급되는 일이 용담댐, 대청댐, 백제보, 그리고 금강호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금강을 통해 바다로 유입되는 물이 줄어들어 연안 수산자원에 타격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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