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의 사회적 공헌을 추구하는 사람들/(9)아이마을영농조합 박호선 대표
■ 기업의 사회적 공헌을 추구하는 사람들/(9)아이마을영농조합 박호선 대표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7.07.05 19:05
  • 호수 8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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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체험학습 위한 공간 ‘아이마을’
이하복 가옥·국립생태원 연계 생태교육 완결

▲ 십장생도 벽화
자연생태계의 모든 물질은 순환한다. 순환은 생태계의 작동 원리이다. 따라서 생태계의 순환에 역행하지 않는 삶이 생태적인 삶이고 지속가능한 삶이다.
바둑에서 순환패가 발생해 승부가 나지 않는 경우를 ‘장생(長 生)’이라 한다. 기성 오청원은 이런 경우를 목격하자 “ 팥밥을 지어 경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다. 인간 생활에서도 순환이 잘 되면 장생, 즉 지속가능한 삶이 될 것이다.

▲ 아이마을영농조합 박호선 대표
그러나 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인간의 삶은 순환의 고리를 차단하기 시작했다. 썩지 않는 플라스틱, 화학섬유, 시멘트 덩어리 아파트 등 순환하지 않는 물건들 속에 사람들의 생활이 묻혀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산면 신산리에 있는 ‘아이마을영농조합’은 자연의 순환을 체험하는 공간으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아이마을’은 기산면 신산리에서 막동리로 넘어가는 고갯마루 부근에 있다. 교육농장, 아이마을아트센터, 서천농가맛집 ‘모시’, 카페 ‘촌티’ 등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이름을 보면 미래의 주역인 아이들을 위한 공간임을 알 수 있다. 지난 3일 아이마을영농조합에서 운영하는 농가 카페 ‘촌티(tea)’에서 박호선 대표를 만났다. 카페 벽면에는 각종 도자기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이처럼 잘 정돈된 상태를 유지하는 데에도 많은 공력이 있어야 할 것 같았다.“몸이 열 개여야 돼요.”박 대표의 말이다.

서천읍에서 태어나 자란 그는 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했다. 도자기는 사람이 사용하지 않으면 곧 자연으로 돌아가 순환한다. 95년도에 서천으로 돌아온 그는 ‘호선도예’를 설립했으며, 1997년 기산면 신산리에 터를 잡고 도자기를 생산해 서천군으로부터 서천군특산품으로 지정받았다. 2007년에는 농촌진흥청으로부터 교육농장으로 선정됐다. 2011년에 아이마을영농조합법인을 설립했고 2012년 충남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다. 또한 이듬해 교과부 직업거점학교로 지정됐으며, 충남도교육청 인증체험학습장, 전국우수교육농장 인증(농촌진흥청)을 받았다.

▲ 서천 농가맛집 식당 '모시' 내부 모습
1997년 호선도예 특산단지로 지정되면서 한산소곡주, 한국전통주, 공주백일주, 금산인삼주 등을 담는 병을 제작했으나 현재 아이들 교육프로그램에 전념하기 위해 이 작업은 중단했다.
2005년도에는 서천의 전통 식품인 자하젓, 된장, 간장을 담는 항아리를 납품했으며, 서천천주교회 14처를 제작했고, 한산소곡주 산수문전과 십장생도를 대형 벽화로 제작했다. 고구려 시대의 역사드라마 ‘태왕사신기’에 나오는 도자기 소품들도 박호선 대표가 만든 것들이었다.

▲ 수학여행으로 아이마을을 찾아 도예체험을 하는 포항 환호여중 학생들
이처럼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가운데 그는 체험프로그램 운영에 열정을 쏟고 있다. 그가 아이들과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강조하는 것은 흙을 주제로 생태환경의 소중함을 배우고 실천하며 농촌의 가치를 스스로 알게 하는 것이다.

“흙을 만지며 노는 것 자체가 인성 교육에 좋지요.”

옛날 농촌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야기 때부터 흙장난 하며 놀았다. 프로그램내용을 보니 ‘빗살무늬토기로 지어보는 밥알 이야기’, ‘오카리나 만들기’, ‘지구를 살리는 나만의 찻잔 만들기’등 흙과 관련된 내용들이었다.

빗살무늬토기로 밥을 짓는다는 말이 흥미롭다. 1997년 장항읍 장암리 패총에서는 7000여년 전의 빗살무늬토기가 발굴됐다.(부여박물관) 빗살무늬토기는 비파형 동검과 함께 우리 선사시대 조상들이 남긴 대표적인 유물이이다. 학생들이 체험을 하면서 우리 문화, 역사의 소중함을 절로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이마을 영농조합에서는 이하복 가옥과 연계해 농가월령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농기구 이름, 농사 속담 등을 공부하고 체험한다. 우리 전통 농기구는 가장 생태적인 도구이다. 이를 통해 우리 조상들의 생태적인 삶을 이해하고 현재 생활에서도 적용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이마을영농조합의 이러한 생태철학이 담긴 프로그램은 인터넷 사이트(i-maul.net. 네이버 블로그 아이마을)를 통해 널리 알려져 전국에서 수학여행을 오기도 한다. 지난해에 강원도 속초의 환호중학교, 서울 성심여중과 동도중학교에서 신산리 아이마을을 찾았다.

▲ 자유학기제 때 서천중학교 학생들이 만든 백제 토우
주로 생태원과 연계해 이곳에 와서 체험을 한다. 국립생태원에서 눈으로만 보는 생태 공부를 이곳에서는 직접 몸으로 체험을 할 수 있으니 국립생태원의 생태 교육은 이곳에서 완결되는 셈이다.

박호선 대표는 학교 교육에서 인성교육과 전인교육을 위해 예체능 시간을 충분히 배정해야  하는데 예체능 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아쉽다고 말했다. 여기에 덧붙였다.“농촌에서 사는 것은 큰 혜택이지요. 자존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7월부터 마서면 장선초등학교 자리에 들어선 친환경쌀문화센터 서천금빛노을캠핑장은 서울시에서 운영한다. 서울시는 아이마을에 프로그램 진행을 위탁했다. 박 대표는 “서천을 알리는 좋은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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