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장터 ‘메꽃’과의 이별
모시장터 ‘메꽃’과의 이별
  • 칼럼위원 신응순
  • 승인 2017.08.02 13:47
  • 호수 8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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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사람들과 만나고 사람들과 이별하는 것은 누구나 겪어야할 숙명이다. 세상에 부모와 만나고 부모와 헤어지는 것만큼 기쁘고도 슬픈 일은 없다. 나는 서른에 아버지를 여의었고 40 후반에 어머니를 여의었다. 

눈물 젖은 빵을 먹지 않은 사람과 인생을 논하지 말라 했다. 이별하지 않은 자와도 인생을 논할 수 없다. 자식을 낳아 키워보지 않고 어찌 부모의 마음을 알며, 부모를 잃지 않고서 어찌 부모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가. 

나는 얼마 전 정년퇴임 기념으로 ‘언어와 절제의 미학’이라는 시․서전을 가졌다. 작품이라도 팔려 전시비에 도움이 되었으면 그런 막연한 생각도 했었는데 다행인지 몇 점의 작품이 팔렸다. 

 아이를 시집 보내는 기분이었다. 사람의 마음이 왜 이리 간사하고 요사스러운가. 내가 썼으니 당연히 내 것인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세상에 내 것인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세나 월세로 살다 가는 것이 인생인데 네 것 내 것이 어디 있겠는가. 

  작품 ‘메꽃’을 시집보냈다. 사랑해줄 사람에게 보냈으니 한편은 행복해야하는데 가슴 한켠이 허전한 것은 어인 일인가. 이별은 이별인가보다.  

      갈대밭 사이로
      바람이 스쳐 갈 때
      빗방울이 창포잎을 두드리며 지나갈 때
      그리고 산그늘이 질 때
      아내 같이 예쁜 메꽃
      세상에 그보다 더 예쁜 꽃이 없습니다.
                              - 메꽃 -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옥계천이 있다, 가끔 산책을 나간다. 거기에는 철마다 온갖 꽃들이 핀다. 물오리, 백로, 왜가리, 해오라기들도 물질하러 나온다. 민들레, 오랑캐꽃, 붓꽃, 메꽃, 찔레꽃, 애기똥풀, 개양귀비, 달개비, 망초꽃, 오동꽃 나머지는 내가 모르는 꽃들이다. 갈대도 있고 억새도 있고 수양버들도 있다.

산책할 때면 어제나 꽃들이 새롭다. 고향 천변에도 이런 꽃들이 피어났었다. 강가로 고개를 내민 아내 같이 예쁜 메꽃. 그런 고향 강가의 해맑은 메꽃을 떠올리며 썼다. 

아내를 기쁘게 해주었던, 내 변명을 아내에게 대신 해주기도 했던 작품이다.
아내가 조금은 서운해하는 것 같다. 나이에 걸맞는 메꽃보다 더 아름다운 꽃으로 그 자리를 장식해주어야겠다. 꽃은 피고지고 하는 것이 아니더냐?
이별은 아픔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나와 그 사람과의 인연을 맺어주는 또 다른 기쁨도 있는 것이다. 이별은 이렇게 서운하고도 아름다운 것이다. 슬픔 뒤에 기쁨이 있고 기쁨 뒤에 슬픔이 있는 것이 어찌 사람만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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