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장터 노부부의 해맑은 미소
▇모시장터 노부부의 해맑은 미소
  • 칼럼위원 한기수
  • 승인 2017.09.05 21:30
  • 호수 8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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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덥고 습했던 여름 날씨가 물러가고, 높고 푸른 가을 햇살과 밤에는 신선한 바람결이 가을임을 알리고 있는 계절이다.

필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농촌 마을을 찾는다. 도시의 빌딩 숲을 지나 농촌 풍경의 길목에 다다르면 공기와 내음부터 다른 것을 늘 느끼곤 한다. 또한, 찾을 때마다 변화하는 자연의 풍경화는 나의 마음을 편하게 한다.

드문드문 10가구도 채 남지 않은 계절의 변화를 수놓고 있는 작은 마을······.
마을 주민 수 역시 20명도 안 되는 아주 작은 마을이다. 동네에서 육십 대 후반 되시는 분이 반장 일을 맡고 계시고, 그 외분들의 연세는 7-80대 이상이라 젊은 사람 만나기란 참으로 힘든 마을이다. 그러다 보니 어르신들을 뵐 때면 건강문제부터 여쭈는 것이 매번 첫 번째 순서가 됐다. 필자가 찾는 마을에서는 주민이 적다 보니 온종일 아니 며칠 만에 동네 주민 만나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어떨 때는 이곳이 자연인이 사는 곳인가란 생각이 들곤 한다.

필자는 그곳 마을에서 머무르는 동안 꼭 만나는 노부부가 있다. 두 분의 연세는 80대 중반, 어딜 가시던 늘 함께하신다. 그리곤 한참 후,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찾으신다. 약 1년 전부터 할머니는 치매기가 있는 관계로 두 분이 함께 하시다도, 갑자기 자취를 감추는 바람에 할아버지를 항상 애타게 하신다.

필자와 마주친 후 30분 만에 다시 만나 필자가 또 인사를 하면 언제 왔냐며 다시 안부를 묻는다. 필자는 그런 할머니의 건강상태를 알고 있기에 다시 얘기해드린다.

그런 풍경이 1년이 넘었다.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안 보이시면 온 동네를 찾아 헤매시며 매우 불안해하신다. 그런 할아버지의 마음을 즐기시는 듯, 한참 후 할머니는 아무 일 없었다는 표정으로, 숨바꼭질하듯 살며시 나타나신다. 그러면 할아버지는 그제야 안심의 미소를 지으며 할머니를 반기신다.

행정 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 인구는 2017년 8월 말 기준, 주민등록상 인구가 5175만 3820명인데, 이 중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725만 5885명으로 14.02%를 기록해 노인 인구가 유소년 인구수보다 많으며 ‘고령사회’로 접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농촌은 젊은 사람은 없고, 노인들이 마을을 지키고 있다. 그래도 부부가 함께 지내는 가정은 서로 의지할 수 있으니 다행이다. 홀로 남겨진 노인은 건강이 좋지 않으면 할 수없이 노인 병원, 아니면 자식에게 갈 수밖에 없는데, 자식들이 모신다는 것은 직장문제 등, 여러 사정으로 쉽지 않다.

허리 굽은 할아버지의 오른손에는 지팡이, 왼손에는 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하루에도 여러 번, 밭과 동네 이곳저곳을 다니시며 소일거리를 하시는 노부부······. 그러다 수시로 숨바꼭질하시는 할머니는 그래도 할아버지만은 잊지 않고, 또렷이 기억하신단다. 6-70년을 함께 하면서도 놓지 않는 손과 옛 추억들, 그건 바로 부부밖에 없을 것이다. 꼭 잡은 노부부의 손과 미소를 보면서, 필자는 많은 것을 생각한다. 그곳이 매연과 소음으로 얼룩진 도시의 빌딩 숲이 아니라 다행이고, 시냇물과 드넓은 들녘이 있기에 지난 추억을 생각하며 숨바꼭질할 수 있어 더 행복할 것이라고, 필자의 이번 방문은 높고 푸른 가을 하늘처럼, 노부부의 해맑은 미소를 가득 품고 상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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