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서천군에는 30여 곳에서 군이 운영하는 문해학습 강좌가 진행되고 있다. 문해학습장이란 한글을 깨우치려는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 한글교실이다. 강좌당 보통 15명 안팎이니 한글을 깨우치기 위해 일주일에 두 번 문해학습장을 찾는 어르신들이 400명 이상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교직생활을 마감하고 자신의 경험을 살려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하고 생각하던 중 천안에 본부를 둔 삼락회에서 운영하는 한글교실을 열기로 했다. 지현리에 있는 유림회관에서 시작했다. 이후 한산향교에서, 교회에서 한글 교실을 이어갔으며, 한 지인의 도움을 받아 회사 사무실로 옮겨 2년 전 문을 닫을 때까지 한글교실을 한 번도 중단한 적이 없었다.
“한산 장날에 교실을 열었지. 많았을 때는 30여명이 왔었어.”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한글을 가르치고 1시까지는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 수학을 가르쳤는데 수학은 다들 어려워했다고 한다.
그에게서 한글을 배운 후 혼자서도 서울 딸네 집에 갈 수 있고 농협에 가서 돈을 찾을 수 있게 된 사람들이 계속 배출됐다. 어떤 할머니는 밤에 잠이 안올 때 책을 보게 돼 독서가 습관이 된 사람도 나타났다.
“한글교실을 마친 학생들이 서툰 글씨로 편지를 보내올 때 가장 보람이 있었어.”
김인겸 선생님은 호암리 경로당 회장, 한산게이트볼 총무를 맡는 등 사회활동도 활발히 하셨다.
거실에 5형제가 나란히 선 사진이 눈에 띄었다. 유교에서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을 오상지덕(五常之德)이라 한다. 그가 장남이니 “막네는 신겸(信謙)이시냐”고 물었다.
“셋째 예(禮)에서 실패했지. 그래서 막네는 무(武)로 지으셨어”
그의 선친은 한산산악회를 만드신 분이며 전국의 유명산을 거의 다 가보셨다고 한다. 건지산 정상에 있는 느티나무도 그의 선친께서 심으셨다고 한다.
평생을 타인을 가르쳐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을 하시고 올해 87세에 이른 연세에도 건강해 보이셨다. 지금도 가끔 삼락회에 나가 학생 인성교육, 건강관리 등에 대해 강의를 하는데 한글 가르치는 일보다 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