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장터/정해용 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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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해용 칼럼위원
  • 승인 2017.10.25 16:52
  • 호수 8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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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 우리의 눈과 귀는 왜?

▲ 정해용 칼럼위원
겨울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어느새!’ 계절은 이렇게 바뀐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푸르던 잎이 어느새 낙엽 되어 떨어지고 있고, 며칠 전까지만 해도 덥던 날씨가 어느새 추워졌다.
우리 사회의 변화도 그렇게 오는 것 같다.

오늘날 한국 사람들은 우리가 민주국가에 산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여기지 않는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렇게 개화된 나라에 살았다는 듯이, 자유로운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아주 하찮게 여긴다. 그러나 우리가 겪어온 변화를 새삼스럽게 돌아본다면, 이 변화는 엄청나다. 60년대만 해도 밥 굶어 죽는 사람들이 있었고, 70년대만 해도 중고등학교에 군대식 조회와 상명하복 문화가 있었고, 80년대만 해도 국가 원수에 대한 공개적 비판은 거의 불가능했다.

1987년 시민항쟁으로 권위주의 정부가 항복을 선언한 후(노태우의 6.29선언) 비로소 민주주의의 개념이 회복되어 언론출판의 자유며 집회결사의 자유, 노동조합의 자유로운 활동이 보장되기 시작했다. 뉴 밀레니엄(2000년)을 앞둔 무렵 김대중 정부의 출범과 함께 학교에서 ‘인권’의 개념을 가르치지 시작했고, 교통경찰의 함정단속이라든지, 온 국민이 관공서에 가서 열 손가락 지문을 등록하게 하는 지문날인제도 같은 것이 국민들의 ‘인권’에 반한 행동이라는 걸 그제야 모두 알기 시작했다. 지방자치제를 통하여 주민들이 스스로 원하는 사람을 군수 시장으로 직접선거로 뽑고 공무원을 지배권력의 관리자 아닌 공공서비스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국민이 주인인 나라’가 되었던 것이다. 정부에 국민고충처리위원회나 인권위원회 정부합동민원실 같은 곳이 생겨 일반 시민들도 공권력을 남용하는 권력층에게 대항할 길도 열렸다.

사람들은 이 같은 변화가 인터넷 같은 기계기술의 발전에 따라 자동적으로 생긴 것으로 착각을 한다. 그것은 오해다. 유럽이나 일본, 심지어 기계문명의 선도국가인 미국에서조차 우리나라처럼 촘촘한 인터넷망의 시스템은 갖춰져 있지 않다. 그들은 오히려 영혼 없는 기계의 지배를 경계한다. 첨단 기계를 우리보다 훨씬 덜 쓰고 있는 서구 선진국에서 일찍부터 민주주의가 우리보다 훨씬 더 잘 작동되어온 것을 보면, 민주주의 발달은 인터넷이나 기계발달에 의한 게 아님은 명확하다. 국가 시스템의 운용을 책임지고 있는 정권의 마인드가 보다 더 중요하다는 점을 이제는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전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일부 세력에 의한 여론조작 때문이었다고 믿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국가 권력기구나 공공 언론들을 한 손에 쥐고 국가 기관과 국가 예산을 이용해 인터넷에서 수천 명 이상의 여론조작 조직까지 운영했던 정권이 일부 시민세력의 ‘여론조작’에 밀렸다는 게 믿어지기나 하는 얘긴가. 국가 예산으로 수천 명의 인위적인 댓글조작팀을 운영했어도, 진실을 따라 스스로 움직이는 수천만 민심을 당해내지 못했을 뿐이다.

이전 정권이 언론을 ‘장악’했다는 점에 대해 아직도 이해를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이명박 정부에서 정권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쫓겨났던 언론인들이 정권의 언론장악 전말을 사실(Fact)를 통해 증명하는 영화를 만들었다. ‘공범자들’이라는 다큐영화(1시간 40분)다. 상영관을 많이 얻지 못해 급기야 지난 20일부터 인터넷 유튜브에 무료공개를(11월3일까지) 시작했다. 2000년 무렵부터 세계적으로 칭찬을 받던 민주주의 대한민국이 어떻게 지난 10년 사이에 최악의 채무국가, 최악의 자살률 국가, 빈부격차 상승국가가 되고, 국민행복지수 국가청렴도 언론자유지수는 OECD 최하의 부끄러운 나라로 전락했는지, 그렇게 변하는 동안 우리 국민은 왜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는지, 이 영화를 보는 동안 반드시 공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이 눈을 떠야 권력자들이 국민을 개돼지로 보지 못한다. 식민지면 어떻고 독재권력이면 어떠냐는 식으로 외면하면 할수록 국민은 스스로 무력해질 뿐이다. 좀 귀찮고 마음이 괴롭더라도, 인터넷을 열어 ‘공범자들’을 검색해보시기 바란다. 아는 것이 힘이라고 했다. 진실을 아는 것이 곧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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