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책/조선시대판 청소년 인문학, 숙흥야매잠(1)
■고전산책/조선시대판 청소년 인문학, 숙흥야매잠(1)
  • 송우영 시민기자
  • 승인 2017.11.01 17:47
  • 호수 8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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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흥야매(夙興夜寐)는 일찍 일어나고 늦게 잔다는 뜻이다. 경재잠(敬齋箴)이 권도라면 그의 댓구(對句)인 숙흥야매잠(夙興夜寐箴)은 정도다. 숙흥야매잠은 공맹후 1인(孔孟后一人) 송대 이학(理學)의 비조(鼻祖) 주돈이(周敦頤)로 비롯됐고 경재잠은 공맹사후사성(孔孟死后似聖) 주희에게서 비롯된다.

순우곤이 맹자에게 묻는다. 남자와 여자는 물건을 직접 주고받지 않는다는 남녀수수불친지례가 있는가. 맹자가 “있다.”고 대답하자 순우곤이 또 묻는다. 그렇다면 여자가 물에 빠져 죽을 지경에 이르러 구해달라고 손을 내미는데 남녀수수불친지례라는 예를 내세워 여자를 물에 빠져죽게 하란 말인가.

맹자가 답하기를 “남녀가 손을 잡지 않는 것은 예다. 그러나 여자가 물에 빠졌을 때 손을 내밀어 구해주는 것 또한 상황지례. 즉 권이다.”<순우곤왈淳于髡曰 남녀수수불친男女授受不親 예여禮與. 맹자왈孟子曰 예야禮也. 왈曰 수닉즉원지이수호嫂溺則援之以手乎. 왈曰 수닉불원嫂溺不援 시시랑야是豺狼也. 남녀수수불친男女授受不親 예야禮也 수닉원지이수자嫂溺援之以手者 권야權也. 孟子離婁上17>

여기서 정도正道와 권도權道가 생겨났다. 이 말은 자녀를 교육함에 있어서 아버지는 반드시 자녀에게 정도와 권도를 모두 가르치되 정도에는 인성교육이 있고 권도에는 야성교육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것을 가르쳐 주는 것이 퇴계 이황의 숙흥야매잠이다.

숙흥야매잠은 퇴계의 성학십도 제 10장에 있는 글이다. 성학십도란 성왕이 되기 위한 학문에 관한 열 개의 그림과 해설이란 말로 대학자 제학 퇴계 이황李滉이 68세 때 1568년 선조1년 12월에 17세의 어린 나이로 왕위에 오른 선조가 성왕聖王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찬해 올린 책이다.<進聖學十圖箚幷圖.退溪文集內集退溪全書>

그러므로 이 책을 읽으면 성인의 반열에 이를 수 있다는 말이다. 인조 때 시강원에서 임금의 자녀교육을 위해 임금에게 소를 올렸다. “전하, 숙흥야매잠을 강<가르치다>해야 합니다.” 사부師傅와 빈객에게 문의하였더니 말하길, “방심放心을 잡는 공부에는 숙흥야매잠 만한 것이 없으니 진강함이 의당하다” 하였습니다. 이에 왕이 답한다. “숙흥야매잠을 강講<가르치도록>하라”

왕가王家든 필부가匹夫家든 잠箴에 대한 인식은 각별하다. 당시의 청소년들은 하루를 새벽, 아침, 낮, 오후 넷으로 나눠 매번 공부를 시작할 때마다 네 개의 잠을 외우고 시작 하는데 새벽에 일어나서는 냉수마찰을 한 뒤 숙흥야매잠夙興夜寐箴을 외고, 아침에는 경재잠敬齋箴을 외고, 오후에는 사물잠四勿箴을 외고, 해가 지면 몸을 씻은 후 잠자리에 들기 전 서명잠西銘箴을 왼다. 퇴계는 이러한 공부를 남에게 보이기 위한 공부가 아닌 나를 만드는 공부인 위기지학爲己之學이라 했다.<古之學者爲己之學 今之學者爲人之學.論語憲問>
숙흥야매잠의 시발始發은 송조육현宋朝六賢이다. 염계 주돈이. 명도 정호. 이천 정이. 횡거 장재. 안락 소옹. 회암 주희. 여섯 분의 대학자들이 어려서부터 육화로 검증해놓은 인문학 기초학습법이다. 이제 아버지는 자녀에게 학습법의 기본이 되는 인문학 제1강 숙흥야매잠을 권함은 어떨지. 기본이 충실하면 무너지지 않는다. 왜냐. 내가 흔들릴 때 그 기본이 나를 잡아주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숙흥야매잠이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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