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장터/권기복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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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국 기자
  • 승인 2017.11.16 11:38
  • 호수 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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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 권기복 칼럼위원
며칠 전, 막 퇴근하여 집에 들어서자마자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아내가 상당히 분개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 당신 다음 칼럼 쓸 때에는 이걸 써줘요.”

지역신문 두 곳에 길게는 10년, 짧게는 5년째 칼럼을 쓰다 보니 마감 날짜가 닥칠 때까지 고민을 많이 하게 되곤 한다.
‘이번에는 무슨 내용을 쓰지? 이도저도 다 써먹은 것 같은데…….’
그래서 가끔씩 아내 앞에서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였다.

“응? 이번에는 쓸 것이 있는데…….”

나는 일부러 빼는 척을 하였다. 그러면서 한 번 말해 보라고 했다.

“오늘 우리 반 아이들을 데리고 목적지까지 자기 스스로 찾아가기 프로젝트 학습을 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정말 그럴 수 있어요?”
“무슨 일인데, 그래요?”

아내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동안 자초지종을 늘어놓았다. 7명의 아이들이 학교에서 나와서 H읍내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고자 했다. 아내는 뒷전에서 잘 하는지 관망만 하고자 했다. 그런데 그 버스의 기사가 한 명씩 버스요금을 내고 타려는 아이들을 가로막았다. 그러고는 너희들 선생은 어디 있느냐고 화를 냈다는 것이다. 순간 아이들이 자기에게 시선을 돌려도 모르는 체 하였다. 버스 기사는 욕설까지 섞어가면서 교사를 비난했다.

“요즘 선생은 시내버스비도 아이들에게 내게 시킨다. 싸가지가 없다.”는 등의 막말을 했다. 아내는 안 되겠다 싶어서 그 기사에게 지금 아이들 스스로 교통편을 이용하여 목적지까지 찾아가는 학습 중이라고 말을 했다. 그런데도 그 기사는 한 명씩 버스 요금을 내면 안태우겠다고 하면서 막무가내였다. 결국 한 아이가 7명의 버스비를 다 내고 승차할 수 있었다. 10분 정도 가는 도중에도 버스 기사는 요즘 교육이 이러니저러니 하면서 비난 섞인 말을 늘어놓았다. 아내는 말대꾸를 자제하고, 먼 산 바라기만 했다.

그런데 그 날은 버스에서 불편한 일로 끝나지 않았다. H역에서 아이들이 줄 지어 기차표를 끊고자 했다. 기차표를 판매하는 역무원도 줄 선 아이들에게 물어보더니, 기차표 값을 한꺼번에 내라고 했다. 아내는 아이들 교육 중이라고 서둘러 말했는데 소용없었다고 한다. 결국 눈치 빠른 아이가 자기 돈으로 7명의 표 값을 한꺼번에 지불하고서야 해결되었다.

아내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면서 울분을 토했다. 나는 아내에게 그 시내버스의 기사 성명과 차량 번호, 그리고 그 역무원의 성명은 알아보았느냐고 물었다. 아내는 그 당시에 너무 화가 나고, 경황이 없어서 못 알아보았다고 했다. 다음에 그런 일이 발생하면, 정신 바짝 차리고 그런 사람들의 인적 사항부터 잘 알아두라고 언질을 하는 선에서 마무리 지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어린 학생들을 과다 보호를 하면서, 또 한 편으로는 함부로 대하는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아마 그 아이들이 도시 아이들만 같았어도 그 기사와 역무원은 봉변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순박한 시골아이들이다 보니, 항의를 하지 않은 것이다. 아내도 성품이 여린 편이어서 크게 화가 나거나 속상한 일이 있으면 말문이 막히는 성향 때문에 사건화를 시키지 못한 것이다.

부모나 성인의 길 안내를 받지 않으면 낯선 지역을 찾아가는 것을 꿈도 꾸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모험심과 자주성을 길러주기 위한 프로젝트 학습, 이는 교사의 힘만으로 도저히 안 되는 일이다. 우리 모두가 아이들을 위한 교육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사회 교육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이번에는 각자 버스비 내는 것을 경험하고, 다음에 함께 갈 때에는 버스 기사님의 일손을 도와 줄 겸 대표가 준비했다가 한꺼번에 내주면 고맙겠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그 역무원도 마찬가지이다.

오늘날의 교육은 사회 전체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러므로 누구나 학생들이 정직하고 바른 길을 학습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자 하는 태도를 함양해야 한다. 결코 요령이나 눈치 것 하는 것을 가르친다거나 비교육적 언행으로 대하는 태도를 근절해야 한다. 어른이 해야 할 도리를 하지 않고, ‘요즘 애들 버릇없다느니 예의없다.’고 혀를 찰 일이 아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말은 오늘날에도 귀를 씻고 경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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