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장터/신웅순 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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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웅순 칼럼위원
  • 승인 2017.11.29 18:18
  • 호수 8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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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 아를

  화실을 나서는 길이었다.
  “아를 여인 같다”
  “그래요?”
  아내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 말이 꽤 기분 좋은 모양이다.

  아를은 프랑스 고흐가 사랑했던 프로방스의 어느 마을 이름이다. 알퐁스 도테의 희곡 작품 이름이기도 하고, 비제의 관현악곡, 칠레아의 오페라 이름이기도 하다.
  오늘은 아내의 66번째 생일이다. 아내를 행복하게 해 줄 일은 무엇일까.
  ‘사파이어? 에메랄드? 큐빅? ’

  오헨리의 단편 ‘크리스마스 선물’이 생각난다. 비싼 보석보다 부부간의 사랑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아를’이라는 여인의 이름을 애칭으로 붙여주었다. 그리고는 증표로 ‘아를’ 이름을 전각돌에 새겼다. 나는 부채에다 시를 쓰고 낙관 자리에 전각 ‘아를’을 찍었다. 사랑과 정성이 담뿍 들어있는 것 같았다.
  선물은 부채와 시, 애칭과 새김의 4중주가 되었다. 오늘은 알퐁스도테의 아를, 고흐의 아를 여인보다 더 아름다운 여인이 되지 않았을까. 비제의 미뉴엣보다 더 멋진 실내악 4중주가 되지 않았을까. 
  전에 아내를 위해 써준 ‘꽃’이라는 시이다.

      꽃은 잠시
      당신은 영원히
      피어있습니다
 
      내 곁에
      영원히 피어있습니다.

 딸 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며칠 전에 왔다갔으나 정작 생일은 오늘이었다. 딸이 제일 비싼 저녁을 예약해놓았다는 것이다. 어느 ‘비트라’라는 레스토랑 11층이었다. 메인 요리가 스테이크, 리조또, 피자였다. 여기에 이름 모를 몇 종류가 더 얹혀지고 와인까지 이어지는 코스 요리였다.

  이름도 낯설고 먹기도 낯선, 우리에겐 처음 겪어보는 저녁이었다. 고급 요리답게 음식맛은 일품이었다.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건강이 제일이 아닌가. 따지고보면 먹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도 남는 것이 없다. 밥상엔 맨날 된장, 동태 찌개요 맨날 김치, 깎두기요, 맨날 밥과 국이 아닌가.
  오늘 아내의 생일상은 여느 때와는 달랐다. 그렇다. 요란한 이벤트는 아니더라도 자식들이 정성껏 준비해준 격이 있는 서양식 저녁상이었다.

  다시 아내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김장 준비를 위해 밤늦게까지 고추 꼭지를 따고 있었다. 고추 꼭지를 따는 아내의 뒷모습이 오늘 저녁처럼 아름다웠다. 일하고 있는 모습만큼 매력있는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아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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