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유아교육 현장 돌아보니
■충남 유아교육 현장 돌아보니
  • 충언련 심규상 기자
  • 승인 2017.12.07 23:40
  • 호수 88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은 사회를 배우기 시작하는 출발점은 유치원
잘 나가는 충남지역 유치원의 다섯 가지 공통점

누리과정이 온 국민의 관심사로 회자하던 때가 있었다. 만 3~5세 유아의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을 중앙정부에서 지원하느냐, 지역교육청에서 지원하느냐가 쟁점일 때였다. 안타깝게도 이 논란은 예산 논쟁에서 끝났다. 누리과정의 내용과 현황을 돌이켜보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유아들이 친구를 만나고, 작은 사회를 배우기 시작하는 출발점은 초등학교가 아닌 유치원이다. 그런데도 초·중등교육 만큼 유아교육이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이는 충남도교육청(교육감 김지철)의 누리과정 현황을 짚어본 이유였다.

지난 6월부터 충남 지역 여러 유치원을 틈틈히 둘러보았다. 때로는 유아의 눈으로, 또는 학부모, 교사의 눈으로 유치원을 살펴보았다. 탐방을 통해 살펴본 충남의 칭찬받는 유치원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이를 다섯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잘 노는 아이들

탐방 대상 유치원 모두가 유아들에게 잘 노는 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놀이교육에 공을 들이고 있었다. 아산의 한 유치원은 원감과 교사가 직접 수 년 동안 전통놀이를 배워 학부모와 유아들에게 전수하고 있었다. 독서교육 또한 놀이 수업으로 진행해 책에 대한 흥미를 꾀했다. 계룡 엄사유치원은 널찍한 유아들만의 텃밭을 가꿨다.

교사들도, 학부모도 유아들이 실외로 나가 노는 것을 오히려 권장했다. 되도록 운동장이나 들로 나갔다. 아산지역 5개 유치원에서는 교사들이 동아리를 만들어 '들놀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고 이를 실천했다. 이들은 “유아들이 자연 속에서 놀다 온 날, 가장 행복 해 한다”며 흐뭇해했다.

당진용연유치원은 아예 하루 1시간 이상을 실외놀이 하는 것을 명문화했다. 당진용연유치원 유아들은 “유치원에 다녀올게요” 가 아닌 “물놀이하고 올게요” 라고 인사하는 경우도 생겼다. 보령의 명천유치원은 일상적인 숲 체험은 물론 감염병 예방 수업도 야외 캠페인 놀이와 연계해서 운영했다. 초등학교와 중, 고등학교에서 세월호 사고 이후 안전을 이유로 밖으로 나가는 일을 되도록 꺼리는 것과도 대조된다.

교사들의 밝은 표정

대부분 교사가 아침 일찍 유치원에 출근해서 늦게까지 일했다. 그런데도 모두 아이처럼 표정이 밝았다. 보람도 컸고 그만큼 자존감도 높았다.

부여의 마정초병설유치원, 임천초병설유치원, 장암초병설유치원은 유아수가 적은 소규모 유치원이다. 교사들은 아침밥을 안 먹고 오는 유아 밥 먹이기, 아침 일찍(8시 10분) 등원하는 유아들과 같이 운동하기는 물론 목욕에 빨래까지 하기도 했다. 엄마 같은 선생님을 역할로 정하고 애정을 쏟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농어촌 유치원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인근 작은 유치원을 모아 공동수업, 공동교육과정 운영 등 유아들을 위한 새로운 도전도 멈추지 않았다.

태안 이원초병설유치원(본교:이원초등학교병설유치원, 분교:이원초등학교관동분교장병설유치원) 교사들은 다문화 유아와 학부모를 위해 동아리를 만들어 나라별 놀이를 익히고 있었다. 또 토요일을 이용, 두 가정씩 엄마와 아이들을 데리고 영화 관람을 가는 등 휴일에도 다문화 가정과 체험 활동을 하고 있다. 온양신정초등학교병설유치원 원감은 수십 차례 전문가를 찾아 배운 전통놀이를 현장 유아교육에 적용했다.

교사들은 “힘들지만, 유아들의 변화가 느껴질 때마다 보람을 느끼고 신이 난다”고 말하고 있다. 서천초등학교병설유치원에서 만난 교사들은 유아들과 함께 한복을 입고 강강술래를 했는데 교사들의 표정이 유아들보다 더 신나고 흥겨워 보였다.

참여하는 학부모

전통놀이, 송편 만들기, 실외놀이 수업, 쌀국수 만들기 등 유치원 탐방 때마다 대부분 학부모와 만났다. 유아들과 함께 수업에 학부모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유아 성장발달 책임 교육제’로 유아-교사-학부모가 함께하는 맞춤형 교육을 하는 공주의 한 유치원의 경우 학부모 참여수업에 대부분의 학부모가 참여했다.
유치원 교육이 학부모의 협력이 있어야 완성된다는 것을 잘 이해시켰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학부모들은 유치원의 든든한 지원자였다. 당연 학부모의 유치원 교육에 대한 신뢰와 만족도는 높다. 온종일돌봄교실을 충실히 운영하는 대천동대초등학교병설유치원에 재원하고 있는 한 유아의 경우 부모에게 “좀 늦게 데리러 오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원장·원감의 신뢰 “열심히 해봐라”

원장선생님과 원감선생님은 유치원 교사들을 신뢰하고 지원한다. 그러다 보니 교사가 더욱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일 할 수 있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조성된다.
찾아가는 유치원마다 교사들은 “일은 힘들지만 원장, 원감선생님의 따뜻한 격려와 지원 때문에 열정이 생긴다”고 입을 모았다.
이 안에는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이 있었다. 원장선생님과 원감선생님의 일방적 지시가 아닌 민주적 회의를 통해, 아니면 그때그때 관리자들과 소통하고 있었다. 또한 평소 교사들이 원장실, 원감실에 자주 들러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었다.
서산서림유치원 원장은 유아교육의 성공 요인을 묻는 질문에 "원장의 리더십과 우수한 교사, 이를 신뢰하는 학부모의 삼위일체가 뒷받침 돼야 한다"고 답했다.

도 교육청의 지원

충청남도교육청의 유아교육은 ‘행복한 유치원’, ‘유아 중심 교육과정 운영’을 목표로 지원하고 있다.
중점과제는 유아교육 공교육화 기반 확대, 배움 중심 유치원 교육력 강화, 유아교육지원체제 강화다.
유아교육 공교육화 기반확대는 다문화 가정 유아의 맞춤형 교육 지원, 유치원 회계 신뢰도 제고, 유치원 운영위원회 구성·운영 등이다.

배움 중심 유치원 교육력 강화는 연령별 누리과정 운영 충실, 돌봄교실 운영 등 방과후 과정 내실화에 모아져 있다.
유아교육지원체제 강화와 관련해서는 유치원 안전·건강관리 강화, 소통과 공감의 유치원 운영 을 위한 현장의 요구에 부응하는 유치원 교육과정 지원이다.

물론 충남의 유아교육이 완전한 것은 아니다. 유치원마다 특색을 살리고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진행형'이었다. 교사들에게 자율성을 좀 더 주고, 잡다한 업무를 줄여주거나, 학부모와의 소통이 더 필요해 보이는 곳도 있었다. 실외놀이 수업을 하고 싶어도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이 많아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주변 환경의 문제도 심각해 보였다.

분명한 것은 충남의 유아교육은 앞에서 언급한 다섯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부족한 것을 채우며 새로운 변화의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