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아프니 내가 아프다
네가 아프니 내가 아프다
  • 편집국 기자
  • 승인 2017.12.20 16:58
  • 호수 88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산은 물을 건너지 못하고 물은 산을 넘지 못한다’
우리의 전통 지리사상이다. 사람들은 물을 중심으로 모여 살며 같은 물을 사용한다는 뜻인 동(洞)을 이루었고, 산줄기는 사람 사는 구역을 나누는 경계가 되었다.

이러한 자연의 순리가 무너지며 물이 산을 뚫고 수계를 달리해 이리저리 옮겨다니고 있다. 금강 상류의 용담댐 물이 만경강 수역으로 떨어져 그 유역 사람들의 식수가 되고 있고 금강 중류에서 취수한 물이 삽교천 유역 내포평야의 관개용수로 쓰이고 있다. 인구가 기형적으로 수도권으로 집중하다 보니 수도권에 더 많은 물이 필요하게 됐고 타지역에 축조된 대형 댐에서 물을 끌어다 쓰고 있다.

4대강사업은 우리나라 4대강을 토막내 호수로 만든 사업이었다. 이로 인해 흐르지 못하는 물은 고여 썩게 되었고 강 바닥엔 뻘이 쌓여 썩고 있다. 심한 녹조 발생으로 산소가 고갈돼 생명체가 죽고 물고기 사체를 걷어내는 일이 관청의 주된 일 가운데 하나가 됐다.

뉴스서천 취재팀이 최근 4대강 사업 현장이었던 세종보, 공주보, 백제보를 살펴보았다. 더 이상 썩어가는 강을 그대로 둘 수 없어 지난 11월 중순부터 갇힌 물을 방류하며 보 수위를 낮추는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수위가 낮아지며 드러난 강바닥은 온통 뻘이 차올라 처참한 몰골이었다. 무성했던 능수버들은 자취를 감추었고 수십억, 수백억원씩 쳐들인 수변 공원은 잡초에 묻힌 ‘비밀공원’이 되어 있었다. 한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다는 축구장의 골대는 빛이 바랜 채 삭아가고 있었다.

공주와 부여에서 금강 물을 취수해 결국 금북정맥 산줄기로 넘기는 현장을 두 곳을 가보았다. 두 곳을 합하면 하루 최대 33만톤의 물을 빼내갈 수 있는 규모였다. 이미 한 곳은 지난해부터 통수식을 갖고 가뭄 때면 물을 빼돌리고 있다. 이러다 보니 정작 금강 하구를 적시며 바다로 흘러드는 물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금강과 만경강 동진강 물이 해역 서해어장의 중심이었다. 잡히는 물고기 양도 많았을 뿐 아니라 그 종류도 다양했다. 그러나 만신창이가 돼버린 강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자 이번에는 바다가 죽어가고 있다. 바다가 사막화 돼가고 있는 것이다. 올해 찾아온 김황백화 현상은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흔전만전해 축제를 마련해 소비했던 주꾸미, 전어 등 생선이 금값이 된지 오래다. 어민들의 삶도 팍팍해졌다. 결국 산과 강과 바다는 하나의 시스템이다. 강이 죽으니 바다가 죽는 것이다. 인도의 유마거사가 말한 “네가 아프니 나도 아프다”는 여기에서 나온 말이다. 그 다음은 사람이 아플 차례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