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취재 : 뜬봉샘에서 유부도까지 (15)세종보-공주보-백제보
■ 기획취재 : 뜬봉샘에서 유부도까지 (15)세종보-공주보-백제보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7.12.20 17:17
  • 호수 8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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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구 이르기 전에 만경강·삽교천 수역으로 빼돌려지는 금강물
4대강 보 개방하며 드러난 뻘층…실지렁이·붉은깔따구 득시글

▲ 금북정맥을 넘어 삽교천 유역으로 넘어가는 금강물
금강은 예로부터 비단처럼 아름답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금강은 그 물줄기를 따라 구간마다 여러 이름으로 불리워 왔다. <택리지>에 따르면 금강의 물 근원이 되는 상류지역을 적등강(赤登江)이라 하고, 공주 부근을 웅진강, 그 아래를 백마강, 강경강이라 하였다. 여기서부터 서쪽으로 구부러져 바다로 들어가는 서천까지 진강(鎭江, 충남과 전북의 도계)이 되어 바다로 들어간다. 뉴스서천 취재팀은 지난 16일 사대강 사업으로 죽음의 강으로 변한 금강의 세종보-공주보-백제보 구간을 살펴보았다. 사대강 사업 이후 금강을 취재해온 오마이뉴스 김종술 시민기자가 동행했다.

뻘로 메워지며 썩어가는 비단강 금강

▲ 세종보 모습
지난 11월 10일 환경부는 (수문 개방을) 기존 6개 보에서 14개 보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개방한 6개 보는 개방을 확대하고, 세종보와 백제보 등 8개 보는 추가로 개방한다는 것이었다.

세종특별자치시 연기면 세종리에 있는 세종보는 2개 1조 총 6개의 수문이 있다. 이 수문을 눕히고 일으켜 세우며 수위를 조절한다.(전도식 가동보) 중간 지점의 2번 수문이 절반쯤 눕혀져 있어 이곳으로 보에 갇힌 물이 쏟아져 내리고 있다. 전력을 생산하는 수력발전소와 맞닿은 수문은 삼각 구조물 받침대로 지탱해 놓았다. 수문을 올리고 내리는 유압실린더에 쌓인 토사 제거를 위한 보수가 진행 중이다.

▲ 물 빠진 세종보 강바닥에서 퍼 올린 펄 흙은 온통 녹조였다. 녹조가 덕지덕지한 곳에서 발견된 붉은깔따구<사진 김종술 기자>
11월 17일에 수문 개방을 한 후 수위는 185cm 낮아졌다. 수위가 낮아지며 바닥에 쌓인 펄층이 드러났다. 세종보는 평균 수심 4m 유지를 목표로 건설되었으나 2m도 안되어 바닥이 드러났다. 두터운 펄이 호수 바닥을 메우고 있는 것이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선착장으로 사용하던 장소도 펄이 높이 쌓여 있다.
이러한 펄에는 붉은깔따구와 실지렁이가 꿈틀거렸다.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온통 펄밭을 뒤덮고 있었다. 붉은깔따구는 환경부가 지정한 수생태 4급수 오염지표종이다. 물 빠진 세종보 강바닥에서 퍼 올린 펄 흙은 온통 녹조였다. 녹조가 덕지덕지한 곳에서 환경부 수생태 4급수 오염지표종인 붉은깔따구가 득시글했다. 보를 개방하자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시끄럽다. 냄새가 난다”며 민원을 제기했다고 한다.
본래 이곳은 능수버들이 자생하던 곳이었다. 능수버들을 밀어내고 강 둔치에에 수변 공원을 조성한 후 상수리나무를 심었다. 이들은 살아남지 못하고 대부분 고사했다. 무성하던 버드나무 군락지는 사라지고 시커먼 뻘밭에 말조개 껍데기만 나뒹굴고 있었다. 새들의 쉼터로 사용하기 위해 박아놓은 말뚝이 펄을 뒤집어쓴 채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었다.
이제 세종보는 더 이상 수위를 낮출 여지도 없다. 보 안에 이미 펄이 쌓여 썩어가며 점점 더 진하게 녹조를 발생시키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 뻘로 메워진 세종보 선착장
준공 앞둔 ‘금강-예당지 도수로 공사’

공주보는 제한적인 개방으로 물 흐름의 변화는 거의 없다. 취수장 임시대책을 완료 후 2018년 1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수문 개방에 착수할 예정이다.

공주보 하류 약 1.5km 지점 공주시 우성면 옥성리 금강변에서는 ‘금강-예당지 도수로 공사’ 취수장 공가 한창이다. 시설용량 21만8000㎥/1일 규모의 양수장 1개소와 송수가압장 3개소 등을 만드는 공사이다. 총공사비는 1226억원이다. 여기에서 취수한 금강 물을 28.3km의 도수로를 통해 금북정맥을 넘어 삽교천의 지류인 무심천 상류에 있는 예당저수지로 보내 삽교천 수역의 예당저수지 전체 관개 면적 7천887㏊에 매일 용수 21만8천㎥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 공주보 모습
2016년 3월에 착공해 본래 올해 7월에 완공할 예정이었으나 12월로 늦춰졌다. 이 공사 착공 무렵인 2016년 3월 충남 시민단체들이 금강 공주보~예당저수지 도수로 사업에 반대하며 농림축산식품부와 기획재정부 등에 공익감사청구를 요구했다.
해당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등 일정 절차가 없어 환경파괴 우려가 뒤따르고, 현재 예당저수지 저수율은 90%에 육박하는 등 사업의 필요성이 없음에도 행정당국이 막대한 재원을 투입 이 사업을 추진한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러나 공익감사 청구는 기각됐다.
대전‧충남 7개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금강 공주보-예당저수지 도수로사업 대책위’는 “예당저수지는 240㎜의 비가 오면 다음해에 필요한 저수량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도수로 공사를 계획했다”며 “긴급공사는 올해 사용할 물에 대한 공사여야 한다. 부여 백제보~보령댐 공사는 긴급공사라고 할 수 있지만, 예당저수지는 농업용 저수지로 10월 이후에는 물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시공사인 대우건설에 대한 특혜 의혹도 불거졌다. 단순한 기술을 요하는 도수로 공사를 기술 계약으로 체결해 수주토록 했다는 것이다.

보령댐으로 가는 물 하루 11만톤

2015년 극심한 가뭄을 겪은 후 이해 10월 30일 “보령댐 도수로 건설공사” 착공식을 가졌다.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충남 서부권 지역 가뭄 극복을 위해 금강 물을 보령댐으로 공급하는 “보령댐 도수로 건설사업”을 결정한 후 한 달여만의 일이었다.
총공사비 625억원이 투입돼 이듬해 3월 3월 25일 준공식을 가졌다. 이로써 백제보 하류 백제교 부근 취수장에서 11만5000톤을 취수해 21km의 관로를 따라 보령댐으로 보내지게 되었다.

▲ 백제교 부근의 보령댐 도수로

보령댐이 위치한 웅천천은 부사호를 통해 서천 북쪽 해안으로 흘러든다. 그러나 보령댐 물은 충청 서북부 지역 5개 시군의 농공용수로 쓰이고 있다.
이처럼 금강물은 하류에 용담댐과 대청댐에 이어 4대강 사업이 끝난 후 중·하류에 이르러서도 수역을 달리하며 삽교천 수역으로 빼돌려지고 있다. 그 양은 하루 최대 24만톤이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금강하굿둑으로 인해 생긴 금강호 물은 다시 군산시 나포 양수장에서 만경강 수역으로 보내지고 있다. 정작 금강물이 서천 앞바다에서 만나는 양은 그만큼 줄어든 셈이다.

▲ 공주시 우성면 옥성리 금강변에 있는 공주-예당지 도수로 취수장 공사 현장


※이 기획취재는 충남도 미디어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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