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전산책/청춘이 끝나기 전에 반드시 읽어야할 책
■ 고전산책/청춘이 끝나기 전에 반드시 읽어야할 책
  • 송우영 시민기자
  • 승인 2017.12.27 00:44
  • 호수 8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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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의정 미수 허목은 숙종 즉위3년 1667년 이른 봄 숙종께 올린 경설서문經說序文에서 왈曰, “교훈은 말속에 들어있고 도는 사물 가운데 있습니다. 이를 본받는 것이 학學이고 이를 체득한 것이 덕德인데 그 내용은 옛 성인의 글에 모두 실려 있습니다.”<미수기언 제31권 원집 내편>

성인의 글이 경經이고 동양엔 육경이 전해지는데 그중 한 권인 <악경樂經>은 실전됐고 시경詩經, 서경書經, 역경易經, 예경禮經, 춘추경春秋經으로 경經이란 상常을 뜻하며 사람이 항상 좇아야 할 도리를 말한다.
그런데 문제는 경經이 문자 그대로 經이라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역경이라는 책은 건원형이정乾元亨利貞으로 시작하고 춘추경이라는 책은 원년춘왕정월삼월공급주의보맹어멸하오월정백극단우언元年春王正月三月公及邾儀父盟於蔑夏五月.鄭伯克段於鄢으로 시작한다.

쉽게 말해서 이게 도무지 뭔 소린지 알아먹을 수가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후대의 학자들이 주석을 달아 전傳이라 하는데 시경詩經이 시전詩傳으로 서경書經이 서전書傳으로, 춘추경은 내용이 워낙 심오해서 이때부터 악마의 편집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해설서가 장장 세권씩이나 된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춘추곡량전春秋穀梁傳 춘추공양전春秋公羊傳 이를 春秋三傳이라 한다.

옛 선비는 아들이 태어나면 소나무를 심고 딸이 태어나면 오동나무를 심는데 소나무 밑에는 춘추경과 삼전을 묻어두고 오동나무 밑에는 예경을 묻어둔다. 그 후 자녀가 10세에 이르면 아들에게는 춘추경을 꺼내 읽히고 딸에게는 예경을 꺼내 읽게 한다.
특히 춘추경은 일반 가에서 쉽게 읽는 책이 아니라 가슴에 뜻을 감춘 선비가 읽는 책으로 반드시 박학불무택博學不務擇을 한 후에 읽어야한다. 즉 특정 책을 가리지 말고 다양한 책을 읽어 엄청난 지식의 폭을 넓힌 다음 춘추를 읽어야 그나마 한 줄 정도라도 이해한다는 것이다.

일찍이 미수 왈. 나는 독실하게 고서<古書:춘추경>를 좋아하여 늙어서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穆篤好古書老而不怠> 춘추는 존군비신尊君卑臣의 이념으로 낮은 신하가 높은 임금을 어떻게 요리해야하느냐에 대한 답이 기록된 신월군인臣越君引의 비책祕策이 행간마다 번득이는 책이다.

그렇다면 요즘시대에 춘추를 읽어 자신의 뜻을 편 인생이 몇이나 있으랴마는 명확히 드러난 사실만으로 본다면 둘을 꼽는데 이들은 모두 학교 교사 출신으로 천하를 거머쥔 모택동과 중수 박정희다.

모주석은 8세 때 시장에서 배추장사하면서 삼국지를 읽었고 9세 때 춘추를 병행했다고 했으며 중수는 10세 때 교회 갔다 온 날이면 일요일마다 정해놓고 읽었다고 했다. 그의 딸이 9세 때 아버지를 따라서 청와대에 입성했고 훗날 대한민국18대 대통령으로 춘추는 못 읽고 춘추좌씨전을 봤다고 전해지는 지금은 영어의 몸이 된 탄핵 대통령 박근혜다.

일찍이 중국의 영원한 2인자 주은래가 말했다. 아직도 춘추를 읽지 못했다면 천하를 논하지 말라.<미독춘추未讀春秋 물위논천하勿爲論天下> 중국의 시진핑이 16세 때 하방조치당해서 생존하기 위해서 당시300수唐詩三百首와 송사300수宋詞三百首를 외우면서 병행한 책 중에 하나 역시 이 춘추곡량전이라 전한다.
이쯤 되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라도 한번쯤은 읽어봐야 하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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