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마을 지키기에 피곤했던 한 해
사설/마을 지키기에 피곤했던 한 해
  • 편집국 기자
  • 승인 2017.12.27 00:49
  • 호수 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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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년이 며칠 남지 않았다. 이제 4일만 지나면 무술년 새해가 시작된다.

지난 한해를 돌아보니 유난히 주민들이 마을 지키기, 곧 삶의 터전 지키기에 피곤했던 한 해였다.
새해 벽두부터 마산면 주민들은 찬바람을 안고 수목장림 저지 투쟁에 나서야 했다. 마산면 중부지방산림청이 마산면의 중심지인 봉선저수지 옆 야산을 통째로 리모델링해 수목장림을 조성하겠다며 일부 주민들의 동의서도 받아간 것이 드러나자 마산면 주민들 모두가 나선 것이다.
80세 이상 된 고령의 노인들이 난생 처음 머리띠를 두르고 전세버스를 대절해 산림청을 찾아가 데모를 벌였다. 결국 주민들의 거센 저항에 산림청은 물러섰다.

마을 입구에 염산 소분 공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마서면 월포리 주민들이 들고 일어섰다. 염산이라면 냄새만 맡아도 인체에 위협이 되는 독극물이다. 한 여름 땡볕에 주민들은 군청 앞에서 데모를 하고 군수와 면담을 했다.

이미 수목장림조성 사업을 물리치느라 1년 이상 산림청과 지리한 싸움을 벌여왔던 판교 심동리 주민들과 비인 남당리 주민들은 석산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나서야 했다.

종천면 당정리 주민들은 마을 앞 21번 국도 확포장 구간 당정교차로가 당초 약속과는 달리 평면교차로로 설계변경되어 실체가 드러나자 6개월 간의 긴 싸움을 벌여야 했다. 한여름에 전세버스를 타고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을 찾아가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해가 기울어가며 이번에는 비인면 주민들이 머리띠를 두르고 들고 일어섰다. 건축폐기물중간처리장을 저지하기 위해서였다. 

이같은 일련의 사태에 공통점이 있다. 사업신청이 들어오면서 군청이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것이다. 당사자인 주민들은 알지도 못한 채 사업이 눈 앞에 닥쳐서야 알게 됐다. 마산 수목장림 조성사업에서도 일이 한참 추진 되고 난 후에야 주민들이 알게 됐고 월포리 염산 소분업 신청에서도 그랬다. 포클레인이 공사를 시작하면서부터 알게 됐다. 비인면에서도 마을 주민들의 삶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었음에도 사업 설명회도 없었다.

당정교차로 문제도 담당 공무원들은 이미 알고 있던 사안들이었다. 주민 갈등이 본격적으로 일기 전에 충분히 사전에 막을 수 있었거나 주민들의 큰 고생 없이 원만히 해결됐을 수도 있었던 사안들이었다.
새해에는 서천에서 이와 같은 일로 노령층이 나서서 데모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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