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두려워 말라 하늘을 믿어라
■ 모시장터/두려워 말라 하늘을 믿어라
  • 칼럼위원 정해용
  • 승인 2018.01.02 22:09
  • 호수 89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 정부 들어선 뒤로 너무 적폐청산만 하는 건 아닌가요. 민생을 돌보지 않고 정치보복에만 올인해서 국가경제가 더 어려워진다고도 하는데요. 지금 정권이 좌파 정권이라서 북한에 퍼주기를 계속한다는 말도 있어요. 간첩도 득실거린답니다. 탈북해서 들어온 사람만도 벌써 수십만인데 그 중에 북한 드나드는 간첩들도 많다는군요. 그래서 우린 망하는 거 아닐까요. 세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로 간다는데 대체 뭐가 달리진 건지. 우리만 옛날 방식으로 헤매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최저임금제 때문에 못해먹겠다는 기업들도 많잖아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어디서부터 대답을 해드려야 할지 난감하다.
첫째, 이 질문에서 깔고 있는 전제조건의 절반쯤은 거짓된 정보에 기초하고 있다. 나머지 절반쯤은 상식적이거나 일반적으로 타당한 이야기고, 그 중에 일부는 아주 악의적으로 왜곡되어 있다. 둘째, 이런 얘기는 전혀 새롭지 않고 단지 지금 시점에서 다시 부풀려 강조 확산되는 것에 불과하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불안을 유포해 민간 저변에 불안감과 저항심을 조장하고 있는 듯하다.

우선 세계적으로 경제 안보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는 말은 맞는 말이다. 특히 핵무기를 손에 쥔 김정은과 그 김정은을 견제하려는 미국, 북핵을 구실로 한반도 한복판에 미국이 사드를 배치하자 매우 진지하게 토라져버린 중국, 그 사이에서 불안한 안보환경을 이유로 핵무장을 노리는 일본. 이 엄연한 현실에 대한 우려는 모두 진실에 가깝다. 북으로부터 내려온 탈북 귀순자 수가 늘고 그들이 중국을 통해 북한과 내통(?)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는 말도 거의 맞다. 귀순했던 사람이 북으로 돌아가 남한을 비난하는 방송에 출연하는가 하면, 북쪽과 연락을 계속하여 남은 가족들까지 데려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옛날로 생각하면 매우 놀라운 일이지만 지금은 이 정도 일이 별로 놀랍지도 않다. 청년실업, 외국인 노동자 문제도 이미 오래 전부터 진실이다.

문제는, 이러한 일들이 이미 2000년대 이후 우리 사회의 문제로 첨예하게 떠올랐던 것인데 여기에 ‘민주정부 때문에’ ‘좌파 정부 때문에’라는 구실을 덧붙이며 마치 새 정부가 정치를 잘못해 벌어지는 일인 양 거짓 포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책임이나 무능의 문제를 가리자면 오히려 지난 10년 동안, 이명박-박근혜 두 정권이 했던 정책이나 책임 방기 등에서 그 원인을 찾고 책임을 물어야 할 일이다. IMF 사태로 재정이 파탄되었던 대한민국은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다시 수백억의 외환을 보유한 알찬 나라가 되었다. 그것을 이명박이 집권하면서 다시 순채무국으로 바뀌고 그 채무상태는 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었다. 안보 외교 환경이 최악으로 치닫게 된 데에도 무능한 박근혜 정부의 책임이 컸다. 살림뿐인가. 정부기구의 투명성 지수는 믿기 어렵게 떨어졌고 부패지수는 상승했다. 자살률 최고의 국가라는 불명예도 안았다. 한국인의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압도적 1위이고, 그것도 11년째 1위다. 젊은 층의 사망 이유 중 자살이 차지하는 비중은 암이나 교통사고보다 월등 높다. 살아있는 목숨도 살고 싶지 않은데 아기를 낳아 기르고 싶겠는가. 출생률 최하위는 당연한 결과다.

이런 괴이쩍은 상황의 책임이 어떻게 출범한지 1년도 안된 새 정권에게 있단 말인가. 중국인들에게 비자 없이도 마음대로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준 것은 이명박이었고, 북한에 탈북 권유 비라가 건너가도록 허용하거나 조장하여 탈북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게 만든 것도 이명박 정권부터의 일이다.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 북으로 하여금 마침내 서둘러 핵무기를 갖게 만든 것도 지난 10년 사이의 일이다.

입이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랬다. 지금 국가적으로 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이 문제의 태반은 지금 ‘나라 걱정’을 늘어지게 한다는 새누리인지 자유한국당인지 하는 당의 집권기에 벌어진 일이고 새 정부는 그 문제를 해결하느라 동분서주 하고 있다. 적폐(누적된 폐단)를 걷어내지 않고는 나라를 새롭게 할 수가 없으니 이것은 정치보복이 아니라 진정한 개혁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몸부림이다. 힘을 모아줘도 모자랄 판에 대체 이 허망하고 거짓 왜곡된 흑색선전은 왜 퍼지고 있는 것일까.

사실은 여기에 관심을 둬야 할 핵심요소가 있다. 적폐를 걷어내기 위해 파들어가는 동안 지난 정권의 핵심들이 계속 연루되어 나오고 있다. 어쩌면 그것이 ‘적폐의 몸통’일 지도 모른다. 이 수사는 필연적으로 전 대통령들에 대한 수사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그들은 이 정당한 조사를 피해갈 다른 방도가 없다. 때문에 “적폐청산만 한다”라고 불만과 위기감을 퍼뜨려 정치적으로 제동을 걸어보려는 것이다. ‘정치보복’이란 말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계속해서 이 거짓 마타도어를 확산시키려 할 것이다.

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더 이상 부정부패나 비리가 판치지 않는 공정한 사회, 그 토대 위에서 온 국민이 공정하게 기회를 나누고 사심 없이 협력하여 급변하는 세계적 경제 안보환경을 돌파해나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한 개혁에 방해가 되는 적폐를 치우지 않고는 한 치도 나아갈 수가 없다. 청산 대상인 적폐의 주범들이 퍼뜨리는 거짓 주장, 마타도어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두려워 말라. 하늘은 진실하며 정직한 사람들의 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