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책/모택동이 들려주는 독서이야기
■고전산책/모택동이 들려주는 독서이야기
  • 송우영 시민기자
  • 승인 2018.01.10 16:29
  • 호수 8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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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임子任 모택동毛澤東은 5세 때 당숙 모종초毛鍾楚에게서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를읽었고 7세 때 북송의 사마광司馬光이 쓴 자치통감을 읽었으며, 8세에 송나라 주희朱熹가 자치통감에 주석을 단 통감강목을 읽었고, 10세가 되어서는 24史를 별도의 주석서 없이 읽었다고 한다. 참고로 자임은 8세 때부터 집에서 키운 배추를 시장에 팔며 손님이 없는 틈틈이 읽은 책이 삼국지연의, 손자병법이라 했고 손자병법은 글자 하나 안 틀리고 다 외웠다고 한다.

밥은 하루 안 먹어도 괜찮다. 잠도 사흘쯤은 안자도 괜찮다. 그러나 책은 단 하루도 읽지 않으면 안 된다. 당숙 모종초가 5세 때부터 머릿속에 쪼아 박아준 것이 훗날 자임의 좌우명중 하나가 됐다.

이와 비슷한 경구가 대한의군 참모중장 독립특파대장 안중근 장군 유묵에서도 보인다. 일일불독서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口中生荊棘이 그것이다. 자임이 대장정 때 왈, “나는 잡기에 능하지를 못해서 노는 걸 좋아하지 않고... ” 팔로군 사령관 주덕朱德이 묻는다. 그러시다면 무슨 재미로 사십니까. 자임 왈, “독서재미”

우리나라에도 독서광이 한 분 계시는데 후광後廣 김대중金大中 선생이다. 5세 때 신안 하의도 후광리 덕봉강당 봉람재鳳覽齋에서 처음 읽은 것이 ‘역발산기개세’. 항우를 물리치고 파안대소하며 읊었다는 한고조 유방의 대풍가大風歌다. 한시문집 고문진보에 실려 있는데 어려서 한시를 먼저 배웠던 모양이다.

그 이후로 19세까지 사서四書를 완독한다. 후광의 독서법은 일반인하고는 조금 다른 삼복일주三復一注로 세 번 반복해서 읽고 한번 주를 다는 동양전통 독서법이다. 고래로 조선 중국 일본은 5세부터 경전을 읽던 습관 탓에 자구字句마다 쫒아가면서 주注를 달아가는 축자역逐字譯독법이다.

자임의 경우는 세 번 반복해서 읽고 네 번째 익히는 삼복사온三復四溫 독서법으로 후광의 삼복일주三復一注 독서법과 다른 점이 있다면 세 번까지는 반복해서 읽고 네 번째 가서는 뜻을 새김한다는 게 다른데 사실 온溫이나 주注는 주註를 낸다는 점에서는 자구字句의 차이만 있을 뿐 문의적文意的 함의는 같다.

고래古來의 독법이 그러하듯이 경經<성경. 불경>은 무릎[膝]으로 읽고 전傳<시전.서전.주역>은 엉덩이[臀]로 읽고 詩. 사史는 숙[熟]으로 읽고 어語<국어. 논어>子<맹자>學<대학>用<중용>은 강[講]으로 읽는다. 이를 이미 터득한 자임 모택동 왈, “잠도 아껴가며 쉬지 않고 꾸준하게 독서하라.”

1957년 하방下放조치로 쫓겨가는 오척단구五尺短軀 부도옹不倒翁 덩샤오핑鄧小平에게 해준 말 치고는 평범한 말임에도 상당히 인상적인 대목인 이유다. 뼈를 깎는 독서에 대한 완강한 의지력으로 초인적 기억력을 길러낸 자가 모택동이기 때문이다. 고기 잡을 줄 모른다면 아예 둑을 막아놓고 물을 퍼내라고 했듯이 독서에 관한 한 그냥 무지막지하게 덤비는 끝장읽기 정신. 춘당 선생 왈, “세상에 노력처럼 미련한 거 없다 노력은 하면 할수록 는다.”

근자에 이런 지독한 독서법을 이어받은 자가 있으니 시진핑의 염독모주念讀毛主 독서법이다. 15세 때 책상머리에 써놨다는 모주석毛主席의 독서법을 뛰어넘는 독서를 하라는 경구란다. 곽말약은 이런 독서법을 비장하기 이를 데 없는 말로 표현하기를 ‘몸이 기억하도록 몸속에 쪼아 박는 낮은 곳에 선 자들의 벼랑 끝 독서법’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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