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안해줘서 연봉 깎을 것” 충남도 공무원 ‘갑질 성희롱’
“키스 안해줘서 연봉 깎을 것” 충남도 공무원 ‘갑질 성희롱’
  • 충언련 심규상 기자
  • 승인 2018.01.17 16:49
  • 호수 8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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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 직원 대상 수차례 성희롱... 충남도, 행위자 분리 않고 방관

충남도 소속 공무원이 기간제 여직원을 대상으로 성희롱을 했는데도, 충남도가 행위자와 피해자를 분리하지 않고 같은 사무실 공간에 있는 부서로 발령해 논란이다. 2차 피해 우려가 있는데도 행위자와 피해 진정인의 사무공간을 분리하지 않고 방치한 것이다. 이는 충남도가 직접 만든 '성희롱 예방 지침'에도 어긋나는 조치다. 

실제로 성희롱 행위자인 상급 공무원은 자신을 신고한 진정인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서약서를 요구하는 2차 피해까지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충남도는 또 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에 외부 전문가를 위촉하도록 한 정부 지침도 수년째 지키지 않고 있다. 

충남도(도지사 안희정) 기간제 직원인 A씨는 지난 2017년 12월 21일 같은 과 상급(6급) 직원 50대 B씨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며 충남도 성희롱고충처리위원회 문을 두드렸다. 이어 26일 B씨로부터 지속적인 성희롱을 당했다며 고충처리위원회에 서면 신고했다.

<"키스 안 해 줘서 연봉 깎을 것">
 
A씨에 따르면 B씨는 지난달 20일 직원 회식 자리에서 A씨에게 "키스해주면 연봉을 올려주려고 했으나 키스를 안 해 줘서 연봉을 깎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2일에는 출장 목적으로 간 충남 공주에서 식사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B씨가 "뭐를 먹을까요"라고 물어와 "배부르지 않은 것을 먹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자 B씨가 "고추?"라고 말해 불쾌하다며 경고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이 밖에도 B씨가 "같은 방에서 자자", "한번 자보지도 못하고 헤어지게 생겼다",
"왜 재계약을 해줘야 하는지 나를 설득해 봐라"고 말하거나 껴안으려고 하는 제스처를 하는 등 지속적인 성희롱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A씨는 "특히 '키스를 안 해 줘서 연봉을 깎을 것'이라는 말에 심한 모멸감을 느껴 고민 끝에 신고하게 됐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B씨는 고충처리위원회 조사 과
정에서 제기된 내용에 대해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잘못을 인정한다"며 사과할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하자 "내 업무는 기간제 감독" 추가 후 '불이익 감수' 서약서 요구>

그런데 A씨가 서면 신고한 다음 날인 27일 B씨는 실제 연봉을 깎는 기안을 작성했다.
B씨는 또 지난 2일에는 A씨에게 '감독 공무원의 말을 따라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계약해지 등 불이익을 감수한다'는 내용의 서약서에 서명할 것을 강요했다. A씨가 수년 동안 기간제로 일해오는 동안 처음 보는 서약서였다. 게다가 B씨는 자신의 사무분장표에 기존에 없던 '기간제 근로자인력 운영'이라는 업무 내용을 추가했다. 돌연 자신이 A씨의 '감독공무원'임을 명시한 것이다.

A씨는 "서약서에 서명하지 않았지만, 성희롱 신고와 관련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것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B씨는 이날 A씨가 2차 고충처리상담을 하러 가려 하자 찾아와 직원들과 악수를 하기까지 했다. 피해자 요청이 없다는 이유로 행위자와 즉시 분리하는 등 피해자 보호 조치를 소홀히 한 것이다.

A씨는 거듭된 B씨의 압박에 이날 2차 고충처리상담을 통해 행위자인 B씨와 분리해 달라고 요구했다.

<분리 요구하자 행위 직원 같은 과 같은 사무실에 발령>

충남도는 다음 날인 3일에서야 B씨를 다른 팀으로 발령했다. 고충처리위원회 문을 두드린 지 13일 만이었고, 신고서를 접수한 지 8일 만이었다. 그런데 B씨가 발령받은 팀은 팀은 다르지만 같은 과로 사무실 또한 같았다. 같은 과, 같은 사무실로 자리만 이동시킨 셈이다.

A씨는 "피진정인을 같은 과, 같은 공간에 있는 팀으로 발령해 얼굴을 마주치게 돼 실질적 분리 조치라고 생각되지 않는다"며 "지금은 B씨가 휴가 중이지만 휴가가 끝나면 또 얼굴을 봐야 할 상황"이라고 답답해했다.
충남도는 또 성희롱 여부를 판단하는 7명으로 구성된 '성희롱심의위원회'에 외부전문가 2명 이상을 위촉하도록 한 2015년 정부 지침 표준안마저 따르지 않고 있다. 지난해 5월 개정된 충남도 현행 지침을 보면 심의위원으로 도청직원 4명과 노조위원장 추천 인사 3인으로 정해 외부전문가 참여 규정이 아예 없다.

<관련 공무원 "합의 의사 있다면 위원회 열리기 전에 하는 게 좋다"?>

A씨는 "심의위원 중 한 명인 관련 공무원은 '합의 의사가 있다면 심의위원회가 열리기 전에 빨리하는 게 좋다'며 은연 중 행위자 입장에서 합의를 종용하기까지 했다"며 "성희롱 전문가마저 빠져 있는 심의위원회에서 엄중한 징계와 공정한 처리가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한 성폭력 상담 전문가는 "충남도는 외부전문가를 위촉하라는 2015년 정부의 지침조차 반영하지 않을 만큼 둔감한 데다 사안을 접수한 공무원이 공식 절차를 밟지 않고 사적으로 중재(합의 종용)에 나서기까지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마디로 충남도의 성인지정책 민감성이 제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충남도 관계자는 "이번 일을 계기로 세부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이라며 "이번 심의위원회부터 당연직(4명)을 뺀 나머지(3명)를 모두 외부전문가로 위촉해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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