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책/공부한 사람만이 나아갈 수 있다
■고전산책/공부한 사람만이 나아갈 수 있다
  • 송우영 시민기자
  • 승인 2018.01.24 14:40
  • 호수 8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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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은 초나라 여인을 취하여 막내아들을 낳았는데 유장이 그다. 유방의 첫 부인 여후는 남편이 늦은 나이에 낳은 유장이 눈엣가시였다. 이를 눈치 챈 유장은 먼 변방으로 나아가 작은 지역 분봉 왕으로 사는데, 그의 아들 유안이 공부에 그다지 관심을 안 두어 걱정이 산같이 밀려왔다.

남들은 살아남기 위하여 두 눈에 쌍심지를 켜고 공부를 하는데 자식 유안은 아는지 모르는지 공부를 안했다. 부모를 평가하는 것은 자식이다. 자식이 훌륭하면 부모가 시장바닥에서 관인狂人처럼 행동을 해도 남들이 함부로 못하는 법. 그러나 부모가 아무리 잘났어도 자식이 못나면 앞에서는 부모의 위세에 머리 숙일지 몰라도 돌아서서는 손가락질 하는 게 세상이치다.

자식 잘못 키우면 그 부모는 아무리 잘나도 끝이라는 말이다. “아들아, 공부해라”라며 수없이 얘기했지만 아들은 끝내 공부하지 않았다. 그날 이후로 유안劉安은 집을 떠나 멀고 깊은 산속에 가서 몇 년에 걸쳐서 팔공八公 신선으로부터 삼시를 없애고 삼시뇌신단을 이용한 신선이 되는 약을 만드는 비법을 익혀 부모님과 함께 천년만년 불로장생하고자 하여 부푼 꿈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여태후는 유장의 아들이 공부하지 않음을 알고 공부하지 않는 자녀는 훗날 더 이상 두려워할 존재가 못된다고 판단하고는 유장을 역모로 몰아 아내와 함께 효수시킨다.

집에 돌아와 이 사실을 안 유안은 통곡을 하면서 구오자의 시 한수를 읊는다.
“나무는 조용히 있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수욕정이풍부지樹欲靜而風不止> 자식은 봉양하고자 하나 어버이는 기다리지 않으니<자욕양이친부대子欲養而親不待>, 지나가면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이 세월이요<왕이불가추자년往而不可追者年> 돌아가시고 나면 다시는 뵙지 못하는 것이 부모니라<거이불견자친야去而不見者親也> (공자가어孔子家語 치사致思 8편에서는 구오자丘吾子의 시로 나오고 한영韓嬰 한시외전韓詩外傳卷九에서는 고어皋魚의 시로 나온다.)

졸지에 부모의 죽음을 맞은 아들 유안은 이러다간 언제 또 남은 가족이 역모에 연루되어 몰살할까 두려워 하루하루가 불안했던 나머지 일가친척 300명과 함께 신선되는 약을 먹고 하늘로 올라갔다. 그 후 일주일이 지나자 약그릇에 남은 신선되는 약을 핥아 먹은 닭과 개들도 하늘로 올라갔다.

포박자를 쓴 진晉나라 갈홍은 자신이 지은 ‘신선전神仙傳’에서 이 내용을 기록하면서 닭과 개도 하늘을 오른다는 뜻의 계견승천鷄犬昇天이라는 고사성어를 만들었는데 훗날 이 말은 개나 소나 다 하늘을 오른다는 비아냥으로 권세에 빌붙어 집안사람 가운데 누군가라도 높은 자리에 오르면 가까운 식구는 물론 사돈에 팔촌까지 줄줄이 출세하는 것을 비꼬는 말로 쓰인다.

유안과 달리 어려서 머리에 쥐나도록 공부한 청춘이 있었으니 심저량沈諸梁 섭공葉公이다. 섭공葉公은 초나라 변방 산촌 마을 섭현葉縣의 태수인데 후일 섭공만 따로 재론하겠지만 춘추좌씨전 기록에 의하면 섭공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외모에 용을 좋아했고 불로장생을 위해 애썼다고 한다.<葉公好龍不老好生> 그가 젊은 날 공부 할 때에 공부한 자만이 앞으로 갈수 있다며 수불석권위인지학手不釋卷 爲人之學으로 밥 먹을 때만 빼고 하루 종일 책을 소리 내어 읽었으며 공자의 공부에 관한 무용담을 듣기를 굉장히 좋아했는데 특히 공자는 밥 먹는 것도 잊고 공부했다는 <발분망식發憤忘食> 대목에 이르러서는 기절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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