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우영의 고전산책
송우영의 고전산책
  • 송우영 시민기자
  • 승인 2018.02.13 00:39
  • 호수 8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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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의 후환은 부모가 만든다.

조선시대 아버지들은 10년의 법칙으로 자녀를 교육시킨다.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을 아는 나이라는 7세부터 시작된 공부는 12세가 되면 매일 새벽마다 새벽에만 정해놓고 읽는 책이 있다.

새벽 책읽기는 임금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 봉림대군(훗날효종)이 한 말이 있다. “이른 새벽<여어조조予於早朝> 이와 같음을 많이 체험했는데<다험기여차多驗其如此> 한낮에 마음이 분잡하고 소란할 때 한 일과는 큰 차이가 있었소.<기여주간심지분요지시자별의其與晝間心地紛擾之時自別矣>”(宋子大全宋書拾遺卷七雜著幄對說話)

이렇게 책 읽는 것으로 시작된 공부는 방년芳年과 약관弱冠을 넘나드는 남아입지男兒立志의 나이 17세를 전후해서 혼례와 더불어 1차 검증을 받는다. 이른바 과거 시험이다. 그리고 위기지학爲己之學으로 2차 10년의 법칙 동안 수백 권의 책읽기를 계속하여<能常保數百卷書> 27세 나이쯤 되면 또 한 번 검증을 받는다.

그리고 마지막 검증, 천년이 지나도 절대로 종으로 무너지지 않을<千載終不壞婢僕也>나이라는37세다. 3차 검증에서 실패하면 그때부터는 세상과 담쌓고 오로지 자녀교육에만 명운을 건다.

여기에는 없는 자는 있는 것마저 빼앗긴다는 법칙이 있다. 가난한 집 자녀는 아버지가 뼛골 쑤셔가면서 번 돈을 뜯어다가 부자를 찾아가 고스란히 바친다는 사마천 사기의 화식열전의 법칙을 증명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화식열전은 말한다. 무릇 보통의 사람들은<범편호지민凡編戶之民> 나보다 열배 부자면 깔보며<부상십즉비하지富相什則卑下之> 백배 부자면 두려워하고<백즉외탄지伯則畏憚之> 천 배 부자면 그를 기쁘게 해주려고 애쓰며<천즉역千則役> 만 배 부자면 그의 종이 되려고 하나니<만즉복萬則僕> 이는 세상의 이치다.<물지리야物之理也>

아버지가 자녀를 공부시키고자 하는 이유는 공부를 하면 세상이 달리 보이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요즘 청소년들 중에 누군들 공부라면 기뻐서 달려들랴마는 여기에는 아마도 진로공부보다는 진학 공부에서 오는 부담감 때문이리라. 언제부턴가 학교가 한 인간의 성품을 근거로 진로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탐구보다는 어떻게 해서든 명문대 진학을 위한 플랫폼에 그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진로보다 진학 중심 교육에서는 친구는 경쟁자가 될 수밖에 없다. 거기다가 명문대에 진학까지 좌절되면 낙오자로 바라보는 듯하다. 전부는 아니지만 몇몇 흙수저 자녀들 중에 중학교 1학년쯤 되면 새벽마다 일어나서 읽는 책이 있다.

어떤 이는 대학 책을 읽기도 하고 어떤 이는 성경책 잠언을 읽기도 하지만 좀 더 현실적인 학생은 헌법을 읽는다. 이는 조선시대 몰락한 양반가 자녀들의 절치부심 공부법임을 알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물론 새벽에 일어나서 학교 가기 전까지의 시간에만 읽는다.

그렇게 중학교3년 고등학교3년 장장 6년 동안 매일 새벽마다 헌법을 읽고 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대한민국헌법 전문이 모두 외워진다고 한다. 이 지경에 이르면 가슴 속에서 공자가 말한 학야녹재기중學也祿在其中<공부를 하면 녹이 그 안에 있다.>에 대한 호승심이 발해서 ‘녹’을 먹는 첫 직급 지방행정직 9급 공무원시험으로 1차 검증을 스스로 받아본다.

붙으면 임용유예가 아닌 검증은 된 셈이니까 합격취소 시켜 놓고 좀 더 큰 공부, 치국평천하를 위해 대학 4년을 준비해서 27세 때 2차 검증을 받는다. 그리고 37세 때 3차 검증 후 비로소 남자나이 40세에 이르면 말만 들어도 가슴이 뛴다는 사십출사四十出仕를 한다.

공자는 논어 위정편論語爲政에서 사십이불혹불혹四十而不惑<더 이상 흔들리지 않을 나이> 이라 했고 맹자는 公孫丑上3-2文章에서 부아사십부동심否我四十不動心<사십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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