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다시 두드리는 민족 하나의 길
■ 모시장터/ 다시 두드리는 민족 하나의 길
  • 칼럼위원 정해용 시인
  • 승인 2018.03.07 21:28
  • 호수 8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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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이 무사히 끝났다. 소박하게 꾸민 개폐회식은 돈을 아끼면서도 알찬 이벤트의 모델이 되었고, 큰 사고 없이 잘 치러진 행사에 대해 올림픽조직위원회도 만족을 표했다. 

사실 이 대회는 준비되는 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것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 대회 평창 유치가 확정된 것은 5, 6년도 더 된 일인데, 대회 준비는 계속 삐걱거리는 것처럼 비쳐져 그것이 제대로 치러지기나 할지 걱정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오죽하면 올림픽 선수촌에 외국 선수단이 입주하기 시작한 기간에도 평창역 등에서는 마무리 공사를 다 마치지 못해 그 어수선한 공사가 계속되고 있었다.

개폐회식을 준비하던 총감독은 중도에 문체부 등에서 멋대로 꽂아 넣는 감독들과 호흡이 맞지 않아 그 준비가 위기를 맞곤 했다고 토로한 적도 있다. 대회를 착실히 준비해야 할 박근혜 정권 기간 동안 평창대회가 어떻게 준비되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염불보다 젯밥’에 정신 팔린 사람은 염불을 제대로 하기 어려운 법이다. 평창대회 준비까지 쥐락펴락했던 최순실 일가는 경기장으로 가는 새 기차역 주변에 땅을 23만㎡(7만여평)이나 사들였다. 최근에는 징역을 살고 있는 최순실이 자기 딸 정유라를 대상으로 이 땅을 함부로 팔지 말라며 소송을 냈다는 보도도 나왔다. 당대의 실세들이 평창대회 준비를 장악한 속셈이 어디에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실례다. 

이런 북새통 속에 정권이 바뀌고 미흡했던 평창대회 준비는 화급을 다투며 이루어졌다. 아마 그 1년이 아니었더라면 평창대회는 제대로 이루어지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무엇보다 나라 밖에서 보는 한반도 상황이 일촉즉발의 위험한 안보 위험지역으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대회를 겨우 한두 달 앞둔 시점까지도 유럽의 어느 국가들은 선수단의 안전을 위하여 이 대회에 참가하느냐 마느냐 하는 고민을 한다는 소식들이 전해졌다. 북한의 핵개발과 미국의 경고, 대북제재 등이 조만간 한반도에서 전쟁이 터질 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았던 것이다. 
새 정부가 추진한 북한 팀 초청은 이런 의미에서 평창 대회를 무사히 완성시킨, 그리고 전 세계에서 대회 사상 가장 많은 나라들이 참가한 성공적 대회로 치러지게 한 ‘신의 한 수’라고 평할 수 있다.

북한이 직접 참가한다는 결정이 내려지자, 대회 기간 전후 한반도의 위기론이 수그러들었고, 참가를 망설이는 국가는 더 이상 없게 되었다. 오히려 위기가 고조됐던 한반도에 새로운 화해의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는 희망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니, 위기가 기회로 바뀐 셈이다. 
물론 북한에 대한 맹목적의 증오를 품은 사람들에게 북한 팀 초청이나 특히 남북단일팀 공동입장 같은 것이 곱게 보였을 리는 없다. 어쩌면 그들은 신성한 스포츠의 제전에서조차 정쟁이나 군사적 대결의 구도가 그대로 이어지기를 바랐던 것인가. 대회 기간 내내 북한을 헐뜯는 보도를 내보낸 언론이나 그런 성명을 남발한 정치세력도 있었지만, 대회는 세계인들의 감동과 지지 가운데 무사히 막을 내렸다. 

말만 앞섰던 박근혜 전 대통령도 원칙적으로 남북대화와 교류가 우리나라나 민족을 위해 필요하다는 데에는 인식이 다르지 않았다. ‘통일은 대박’이라는 구호는 그녀 자신이 뱉은 말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북한과의 화해협력을 추구했기보다 한반도에서 긴장과 어쩌면 국지적 분쟁까지 수시로 벌어지기를 바라는 일부 대결주의자들의 의도에 따랐다. 말 다르고 행동 다른 대북정책이 한반도를 일촉즉발의 위기로 몰아온 주된 원인이었을 것이다. 

평창대회를 계기로 남북 대화가 다시 시작되었다. 물론 우리는 그동안 수차례나 남북 대화가 무산되는 것을 보아왔고, 그것이 단지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보아왔다. 이 경험을 통해 우리는 너무 성급한 기대는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 10여 년간 적대적으로 변해버린 남과 북의 민족 간 대화가 다시 물꼬를 튼 데 대하여 관심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 일단 전쟁의 가능성이 줄어든 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인가. 외교와 안보는 기분이 좋고 나쁘다는 것 이상으로 타산적이어야 한다. 대화는 대결보다 비용이 적게 들고, 화해는 대립보다 안전하다. 대화가 우리 민족 사이에 어떤 새로운 기적을 만들어낼 것인지를 주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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