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우영의 고전산책
■송우영의 고전산책
  • 송우영 시민기자
  • 승인 2018.03.29 17:30
  • 호수 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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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이나 선거는 참모들의 전쟁

장의가 위魏나라 애공哀公을 설득하는데 여기서 유명한 고사성어 4개가 나온다. 
“신이 듣기에<신문지臣聞之> 깃털도 많이 쌓으면 배를 가라앉히고<적우침주積羽沈舟>, 가벼운 사람도 많이 타면 수레의 축도 부러뜨릴 수 있으며<군경절축群軽折軸>, 여러 사람의 입은 쇠도 녹이고<중구삭금衆口鑠金>, 비방이 쌓이면 뼈도 삭힌다<적훼삭골積毀銷骨>.”
장의는 위나라 사람임에도 제나라 첩첩산중까지 찾아가 귀곡자鬼谷子 문하에서 40년에 가까운 세월을 공부하면서 어떤 상황이 닥쳐도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을 해낼 수 있을 만큼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다. 

전국책戰國策 기록에 따르면 졸릴 때는 송곳으로 허벅지를 찔렀고<추자고錐刺股> 더 졸릴 때는 머리카락을 대들보에 묶어놓은 채<두현량頭懸樑>공부를 했다 한다. 한비자는 자신의 책 ‘세난<說難>’편에서 설득의 어려움을 이렇게 말했다.
“설득의 어려움은<범세지난凡說之難>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말하는 게 어려운 것이 아니고<비오지지유이설지지난야非吾知之有以說之之難也>, 또 내가 말솜씨가 없어서 뜻을 정확히 전달하지 못함에 있는 것도 아니고<우비오변지능명오의지난야又非吾辯之能明吾意之難也>, 또 내가 상대방 기에 눌려서 끝까지 말을 못할까 함도 아니다<우비오감횡실이능진지난야又非吾敢橫失而能盡之難也>. 설득의 어려움은<범세지난凡說之難>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서<재지소설지심在知所說之心> 내 말이 그 사람이 듣고 싶은 말이 되어야한다는 데 있다<가이오설당지可以吾說當之>.”
이렇게 똑똑한 천하의 한비자도 자신의 친구 이사를 설득시키지 못해서 결국 이사의 집 감옥에 갖혔다가 허리가 잘려 죽는다.

장의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굴원이다. 굴원이 말한다<굴원왈屈原曰>
“전에 대왕께서 장의에게 속으신 적이 있어서<전대왕견기어장의前大王見欺於張儀> 장의가 오면 신은 대왕께서 장의를 삶아죽이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장의지신이위대왕팽지張儀至臣以為大王烹之> 그런데 지금 차마 죽이지 아니하시고<금종불인살지今縦弗忍殺之> 오히려 그의 사악한 말을 듣고 계시니<우청기사설又聴其邪説> 옳지 않습니다<불가不可>.”
장의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초나라가 망하는 것을 간諫하다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버림받은 사람이 삼려대부 굴원이다. 그는 멱라수 강가에서 늙은 어부의 어부사 한 토막의 핀잔을 듣고는 울분을 삼키며 멱라수에 돌을 안고 가라앉은 자이다.
북시남초北詩南楚라 했다. 북쪽에는 ‘시경’이 있고 남쪽에는 ‘초사’가 있다는 말로 유명한 인류 삼대 문장이라는 경經, 명命, 사辭사 중 하나가 초사다. 경은 시 삼백편 ‘사무사’라는 시경이고, 명은 모세의 십계명이고, 사는 굴원의 초사다. 곽말약은 ‘초사楚辭’를 일러 인간이라면 죽기 하루 전이라도 반드시 읽고 죽어야 하는 명문이라 했다.

사마천은 ‘사기’를 쓰면서 두 사람을 조심하라 했는데<此両人真傾危之士哉> 그중 한 사람이 장의張儀다. 사마천 사기 권70은 장의열전張儀列傳으로 글자 수가 6000여자로 노자의 도경과 덕경에 비하면 두 배가 넘는 분량이다.
사마천은 왜 이런 엄청난 분량을 할애해 가면서 장의張儀의 행적을 기록했을까. 우리의 정치사에 답이 보인다. 지금 대한민국은 4월 29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이 확정되어 있고 5월엔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고 그 다음에는 남북미 삼국정상 회담이 잠정 예정이다. 그리고 6월13일 수요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다.

여기서 공통점은 세치의 혀에 달려있다는 것. 회담이나 선거는 참모들의 전쟁이다. 내가 모시는 주군을 주군의 자리에 올려놓을 수 있는 참모가 누구인가. 참모는 내공이 깊어야 한다. 싸움은 싸워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겨놓고 하는 거다.<已先勝後戰> 참모를 보면 승패는 이미 결판난 거다. 이것이 사마천 사기史記 장의열전이 가르쳐주는 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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