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우영의 고전산책
■송우영의 고전산책
  • 송우영 시민기자
  • 승인 2018.04.04 17:59
  • 호수 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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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사람을 배반하지 않는다

역사에는 인생의 바닥에서 출발해서 정상까지 오른 인물들이 하늘의 별 만큼이나 많다. 이들의 공통된 세계관은 의지는 운명을 이긴다는 것이다.

그 의지에는 뼈를 깎아내고 살을 도려내는 공부가 있다. 반역자의 아들로 절망의 절벽에서 13경과 한시만 외워댔던 소년, 훗날 세상은 그를 현대판 황제의 자리에까지 오른 시황제 진핑이라 부른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시장에서 배추 팔면서 죽어라 논어맹자중용대학 네 권만 외워댄 소년, 훗날 중국 천하를 거머쥔 사내. 세상은 그를 중국 건국의 아버지 모주석 택동이라 불렀다. 거지에서 황제가 된 명 태조 주원장. 검은 염소가죽 다섯 장에 팔려 다니는 노예에서 진나라 재상이 된 백리해. 천민으로 사마천 사기 세가편에 기록된 입지전적의 인물 진승陳勝. 사마천은 <사기>를 기록하면서 본기本紀편에서는 왕족의 인물들을 기록했고 세가世家편에서는 제후들의 일을 기록하면서 왕족도 제후도 아닌 천민 진승을 세가世家 삼십 편에 끼워 넣는 으리으리한 역사적 인목을 갖는다.

육국六國을 통일한 진나라 독재에 맞서 사지가 찢겨죽을 각오로 그가 외친 일성은 어찌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으랴’<왕후장상녕유종호王侯將相寧有種乎> 그리고 민란을 일으킨다. 진 시황제 이후 최초의 천민민란이다. 노예보다 낮은 신분의 천민 진승의 민란에 의외에 인물들이 충격을 받는다. 훗날 초한지로 대변되는 패왕별희의 항우와 유방이다.

유방은 공부를 잘한 사람이 아니다. 그냥 미련스럽달 정도로 꾸준히 노력만 하는 사람이다. 한때 대한민국에는 한 명의 똑똑한 천재가 10만 명의 그렇지 않은 국민을 먹여 살린다는 어느 대기업오너의 말이 마치 무슨 메시아의 말씀인 양 천재가 못된 수많은 국민들의 기를 팍팍 죽여 놓는 일이 있었다. 지금 십만 명을 먹여 살린다던 그 똑똑한 한 명의 천재들은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세상은 뜻밖에도 공부를 잘한 똑똑한 책상물림보다는 공부를 꾸준히 하는 다수의 미련스런 이들이 성공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유방이 그 증거이고 그보다 훨씬 앞선 공자의 가장 미련한 제자이며 공자 문하에서 한번 쫒겨난 경험까지 있는 증자曾子가 그 증거다.

여기서 잊지말아야할 사실은 공부가 아닌 꾸중한 공부’, 여기에 방점이 찍혀야한다는 사실이다. ‘꾸준한 공부’, 이 말에 홑따옴표가 붙은 이유는 꾸준한 공부를 안했을 때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암묵적 협박이 내함된다. 그 대표적인 예가 항우다.

항우는 왕족 제후의 후예로서 힘은 산을 뽑을 만했고 기골은 장대했고 그야말로 사내다운 사내였다. 그래서 그는 강동 8천 자제를 이끌고 중원을 넘봤다. 그런데 그는 적군 유방과 100번 싸움에서 99번을 이겼고 마지막 100번째 싸움 해하의 전투에서 사면초가의 노래와 함께 패한다. 그리고 훗날을 도모하자는 부하들의 말을 뒤로한 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항우가 패한 원인을 사마천은 사기에서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항우는 어렸을 때<항적소시項籍少時> 글을 배웠으나 다 마치지 못했고<학서불성學書不成>, 검을 배웠으나<거학검去學劍>이 또한 다 마치지 못했다.<우불성又不成>

항량이 너는 제대로 하는 게 없구나라며 나무라자<항량노지項梁怒之> 항우 왈<적왈籍曰> “남자가 공부는 이름 쓰는 정도면 충분하고<서족이기명성이이書足以記名姓而已> 검은 한 사람만을 대적할 뿐이니<검일인적劍一人敵> 배울 가치가 없습니다.<부족학不足學> 나는 수많은 적군을 이기는 공부를 하겠습니다.” <학만인적學萬人敵>

이에 항량은 항우에게 병법을 가르치니<어시항량내교적병법於是項梁乃敎籍兵法> 항우는 크게 기뻐했다.<적대희籍大喜> 그러나 그것도 잠시 대략 뜻만 알고<략지기의略知其意> 또한 끝까지 배우지 않았다.<우불긍경학又不肯竟學>

홍문관 부제학 주세붕은 이렇게 말한다. 사람을 쓸 줄 모르는 자는 큰 일 하기가 어렵고<불용인자곤위사不用人者困爲事> 배움에 게으른 자는 끝이 좋지 않다.<불근학자부종선不勤學者不終善> 잊지 마라. 세상은 배우지 않은 자를 다루는 법을 정확히 알고 있다.

기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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