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민겨’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민겨’
  • 최현옥
  • 승인 2003.09.26 00:00
  • 호수 1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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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풍농 장항공장 관리부장 이태희씨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민겨’
그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문득 전우익씨의 책제목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나만 잘 살면 되지’식의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해 진 요즘, 지역의 어두운 곳에 불을 밝히며 모두가 함께 잘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는 그. 이론보다는 실천으로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지역 사랑을 묵묵히 펼치고 있는 그. 하지만 그의 고향은 서천이 아니란다.
“내가 서천에 처음 왔을 때가 아마 중학교 3학이었을 거예요. 충청도라 그런지 포근했고 앞으로 이런 곳에 살아야겠다 생각했죠. 그 이미지는 40여 년이 흐른 지금의 나를 만들었네요”
엔피코비료사업본부 장항공장 관리부장으로 근무하며 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이태희씨. 77년 입사 후 지역 발전을 위하는 일이라면 지역민보다 한발 앞장 서왔다.
“좀 의아했어요. 말로는 지역사랑을 외치면서 대부분의 주민들이 소비는 외지에서 하고 있더군요.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실천을 하면 주민 의식도 자연스럽게 변할 것이라는 생각에 서천사랑 봉사단을 조직하려 했죠. 비록 사조직이라는 이유로 회사에서 거부됐지만…”
지역 사랑을 실천으로 옮긴 이야기 봇다리를 하나, 둘 풀어놓기 시작하는 이씨, 그의 첫 번째 실천은 이처럼 무참히 무너졌다. 그러나 지역의 정서를 읽고 서천을 제2의 고향으로 삼기로 한 만큼 그는 작은 부분에서부터 실천에 옮겼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기자재 구입 시 전자입찰을 하거나 전자상거래로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지역의 물건만을 고수하는 것과 직원 채용시 서천 출신을 일 순위 요건으로 삼는 것이 그것이다. 그 결과 지역 업체 중 직원 95%가 지역 출신이며 하청 업체에게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있다.
“지역 사랑요? 글쎄 어찌 보면 쉬운 일이지만 또 어려운 거죠. 직원 채용이나 기자재 구입시 본사를 설득하는 과정이 힘들었거든요. 오해는 기본이고요”
20여 년 동안 걸어온 길을 회상하던 이씨는 말로는 그 고초를 다 풀어내기 어렵다는 듯 갑자기 입을 다문다. 그러나 진실은 통했다며 미소를 짓는다.
그의 지역 사랑 실천은 다양하게 이뤄지는데 3년 전 지역 상품 팔아주기 운동의 일환으로 ‘지역쌀 팔아주기’가 그것이며 명절에 친척들에게 지역 특산물을 선물, 홍보역할을 하고있다.
또 직원 교육시간이나 회식시간에 자연스럽게 지역에 대한 애착을 갖도록 대화를 유도하는 가하면 지역 사랑 실천 사례 등을 신문이나 뉴스에서 참조, 자료로 활용한다.
“지역 발전은 그의 소망이며 반드시 이뤄지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이씨는 장항 국가산단 계획이 발표됐을 때 너무나 기뻤지만 정치논리에 이용당한 현실이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며 지역이 실질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할 때임을 강조했다.
‘평소 사물을 긍정적으로 보자’를 소신으로 삼고 있다는 이씨는 더욱 어려워지는 경기 속에 주민들이 하나 둘 떠나고 있지만 희망만은 잃지 말고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길 바란다.
기업의 일개 직원이지만 기업이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지역과 함께 발전하는데 헌신하도록 공헌할 것을 다짐하는 이씨.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발전을 이루기 위해 자발적인 참여의식과 희생적인 봉사만이 더불어 다같이 잘사는 지역사회를 이룰 수 있다는 굳음 신념을 보인다. 그는 더불어 사는 재미를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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