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금강 10년의 기록
■특집/금강 10년의 기록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8.05.02 17:33
  • 호수 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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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부추기고 정치인이 키우고, 학자가 공조했다
4대강 부역자들 적폐청산도 문재인 정부가 해야 할 일
▲지난 달 26일 문헌서원 교육관에서 ‘금강 이야기’ 강연을 하는 김종술 기자
▲지난 달 26일 문헌서원 교육관에서 ‘금강 이야기’ 강연을 하는 김종술 기자

2009년 6월 12일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은 연기군 양화리 금강둔치에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과 이완구 충남도지사, 심대평 국회의원을 비롯한 금강유역의 자치단체장들과 주민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금강살리기사업’의 첫 삽을 뜨는 착공식을 가졌다. 많은 시민단체와 주민들이 반대했지만 정부는 2조6천억원을 투입하며 공사를 강행했다. 그러나 1년만에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고 강은 녹조가 뒤덮었으며, 강바닥에서 큰빗이끼벌레와 붉은깔따구가 득시글대는 죽음의 강으로 변했다. 강과 더불어 살아가던 사람들. 강의 추억을 간직한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했다. 평생을 일구던 농토는 사라지고 지역공동체는 파괴됐다. 문헌서원은 지난 26일 오마이뉴스 김종술 특임기자를 초청해 ‘문헌서원 학당 인문학 콘서트’ 4차 강연회를 열었다. 김종술 기자는 4대강사업이 시작된 직후부터 지금까지 온몸을 던져 금강이 죽어가는 모습을 취재해 국민들에게 알려 왔다. 이날 강연 내용을 요약 정리해 싣는다.<편집자>

▲4대강 사업 이전의 금강 공주시 부근
▲4대강 사업 이전의 금강 공주시 부근

첫눈에 반해버린 금강

안개가 자욱한 강변. 넓은 모래사장을 운동장처럼 뛰어다니던 (고라니)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초롱초롱 반짝반짝 빛나던 눈을 가진 녀석은 천적이라도 만나듯 높이 뛰어올랐다.
새벽안개가 걷히면 울긋불긋 색동옷을 걸친 아이들이 몰려든다. 뒤따르는 엄마보다 빠른 걸음으로 황금빛 모래밭에 발 도장을 찍는다. 가벼운 모래, 촉촉이 젖은 모래밭에서 소꿉장난을 치며 모래성을 쌓는다. 행여나 다칠까 봐 멀찌감치 떨어져 나물을 캐던 엄마는 아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 한다.
어스름한 어둠이 내리면 청춘남녀들의 사랑을 꿈꾸는 장소로 변한다. 두 손을 맞잡은 다정한 커플들. 소복소복 눈길을 걷듯 모래밭을 걸으며 사랑을 싹틔운다. 숨죽이며 지켜보던 사람들. 검은 비닐봉지를 든 아저씨들도 찾아든다. 막걸리와 소주를 마시고 노래도 부른다. 흥이 오르면 웃옷을 벗고 발목이 찰랑거리는 모래밭을 지나 허리춤까지 잠기는 곳을 오가며 첨벙거린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살리기’라는 발표가 나왔다. 강변 둔치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농약과 비료를 뿌려서 강물을 오염시키고 있다고 매도했다. 수질이 개선되고 홍수를 예방할 수 있으며, 지역경제가 살아난다는 달콤한 유혹을 했다. 대다수의 국민은 4대강 사업으로 강의 파괴가 불 보듯 뻔한 결과라며 반대했다. 기자이기 앞서 첫눈에 반한 금강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기록하고 싶었다.

▲모래를 파내는 4대강 공사
▲모래를 파내는 4대강 공사

겨울잠 자던 수천 마리 물고기 떼죽음

정부는 반대여론에 밀리자 새로운 전술을 펼쳤다. 하천 정화 활동이라는 목적으로 (공주) 중·고등학생을 강으로 불러들이고 4대강 홍보물을 나눠주면서 동심을 파괴했다. 민방위 교육장과 마을회관까지 4대강 홍보장으로 둔갑했다. 자치단체장들은 관변단체를 이용해 홍보전의 극치를 보여줬다. 
금강에 첫 중장비가 밀려오던 날 그날을 잊지 못한다. 공주대교 아래 돌보를 해체하면서 모래웅덩이에서 겨울잠을 자던 수천 마리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 첫 사고였다. 당시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이 현장을 찾아 사실 확인을 요청했지만, 묵살되었다. 수십, 수백 대의 중장비가 태곳적부터 고스란히 간직한 금강의 뼈와 살을 발라냈다. 

▲물고기 떼죽음
▲물고기 떼죽음

마구잡이로 모래를 파냈다. 군사작전을 하듯 밀어붙이는 4대강 사업은 공사현장마다 규정과 법은 무시됐고, 불법은 판쳤다. 하류 생태계 보호를 위해 설치된 침사지와 오탁 방지막은 형식적이었다. 침사지는 모래에 파묻히고, 오탁 방지막은 뒤집혀서 제구실을 못 했다. 산란기 웅덩이에 찾아든 물고기는 집단 매립되었다. 기자나 환경단체가 찾을 때만 ‘물고기 구출 작전’이 벌어졌다.
수많은 사람이 강을 찾았다. 눈물로 호소했다. 자연의 강줄기가 인간의 탐욕에 사라진다고 하소연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공산성에 ‘금강선원’을 차리고 종교인들과 시민들은 목소리를 높이며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했다. 곡기를 끊고 피 마른 단식 농성과 함께 목숨을 내놓기까지 했다.

▲녹조 창궐
▲녹조 창궐

가정을 풍비박산 내고 마을을 쑥대밭으로

금강은 생명의 보고였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물고기와 어패류의 천국이자 산란장이었다. 그러나 4대강 삽질에 파이고 중장비에 짓밟히면서 어패류가 집단 폐사했다. 
수백 년간 물 속에 잠들어 있던 모래들이 검사도 없이 뭍으로 올라왔다. 대형트럭들은 줄지어 모래를 실어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에 모래 산을 쌓았다. 비산먼지가 발생하고 비닐하우스는 흙먼지에 덮었다. 햇빛이 줄어든 농작물은 시름시름 앓으면서 죽어갔다. 마당에 빨래를 널었던 사람들은 피부병에 걸리고 악취에 시달려야 했다. 소음과 먼지에 시달리던 사람들은 피난 짐을 꾸려야 했다. 후일 (부여군 저석리, 호암리) 주민들은 지옥 같은 나날이었다고 회고했다. 

강에서도 툭하면 사고가 이어졌다. 장맛비에 공사현장은 물에 잠기고 장비는 떠내려갔다. 물고기 집단 폐사가 반복되고 기름 유출의 횟수도 늘어갔다. 속도전이 부른 참사였다. 정부는 그때마다 별일 아니라고 얼버무렸다. 공사만 끝나면 신세계가 펼쳐질 것처럼 사람들을 유혹했다. 
강변에서 농사를 짓던 농민들이 쫓겨났다. 쥐꼬리만 한 보상금을 손에 쥔 사람들은 대토농지를 구하지 못하고 도시로 사라졌다. 평생을 농사만 짓던 사람들은 공사장 인부, 박스나 줍는 도시의 빈민으로 전락했다. 지역공동체가 파괴된 것이다. 4대강 보상금이 주민들을 갈라놓았다. 보상받은 사람들과 받지 못한 사람들은 철천지원수로 갈라섰다. 

인구 7만 작은 (부여군) 소도시에 전국의 노름꾼과 꽃뱀들이 몰려들었다. 평생을 농사만 짓다가 결혼해 딸 낳고 행복하게 살아가던 신망 받던 농부는 꽃뱀에 걸려들었다. 받은 보상금은 고스란히 빠져나갔다. 가정의 불화가 생기고 마을에서 내쳐졌다. 그는 부인과 이혼하고 지금도 공사장을 떠돌고 있다.
강변에서 농사를 짓던 젊은 농부는 큰 보상금을 받아 땅을 샀다. 대형 축사를 짓고 소를 100마리 정도 키운다. 번쩍거리는 자가용을 타고 다닌다. 팔십 평생을 농사만 지었다는 할아버지는 울화통이 터졌다. 손발이 터지도록 농사를 지었건만 가진 것이라곤 2천 평의 밭이 전부다. 젊은 놈이 미웠다. 국가가 원망스러웠다. 먼 친척뻘인 그들은 그날부터 갈라지기 시작했다. 
모두가 보상금 때문이다. 주민들은 4대강 보상금이 가정을 풍비박산 내고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100여 명의 인력 폐사 물고기 수거

4대강 준공과 함께 대형 사고가 터졌다. 2012년 10월 백제보 상류 왕진교 인근에서 발생한 물고기 떼죽음이다. 당시 기자가 현장에서 10일간 한 마리 두 마리 헤아린 숫자만 60만 마리가 넘는다. 단군 이래 최악의 사고였다. 매일같이 100여 명의 인력이 동원되어 물고기 수거에 나섰다. 깨끗하게 수거를 끝내고 돌아서면 다음 날 하얗게 떠올랐다. 눈앞에서 죽어가는 물고기. 야생동물에 찢긴 사체. 죽어서 썩어가는 사체. 젓갈 국물로 변해가는 강물. 지옥 같은 나날이었다.
정부는 단 한 마디 사과도 없었다. 오히려 축소하고 은폐했다. 물고기 떼죽음에 대한 원인도 파악하지 못하면서 4대강 사업과 무관하다고 선 긋기에만 치중했다. 언론은 침묵했고, 학자들은 입을 닫았다. 4대강 동조자들은 화를 냈다. 물고기 몇 마리 죽은 게 무슨 대수냐고 비아냥거렸다.

켜켜이 썩은 펄에서 메탄가스 내뿜어

지난 2010년 기자는 4대강 준설과 함께 하류에 보가 생기면 공산성이 붕괴할 수 있다는 기사를 썼다. 실제로 공산성의 성곽에 이상 증후가 보이기 시작했다. 2660m 성곽 둘레 중 금강과 맞닿아 있는 450m 구간에서 배부름 현상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하루가 다르게 증가했다. 첫 발견에 3~4개에서 70~80곳으로 늘어갔다. 갑자기 땅이 꺼지는 싱크홀이 발생했다. 결국, 가을비 80mm에 공산성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정부는 또다시 가을비만 탓했다.
금강에 녹조가 창궐하기 시작했다. 녹색 페인트를 깔아 놓은 듯 수면을 뒤덮었다. 녹조라떼·녹조잔디구장·녹조카펫이란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간간이 생명을 이어가던 물고기는 또다시 집단으로 죽어갔다. 호주의 국영방송이 녹조 취재를 오면서 국격은 무너져 내렸다. 강물로 농사짓는 농민들의 한숨은 이어졌고 한탄했다. 기준치 이하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정부는 국민을 속였다. 

▲축구공보다 큰 큰빗이끼벌레
▲축구공보다 큰 큰빗이끼벌레

낯선 생명체가 발견되었다. 담수호에서 서식하며 2~3급수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태형동물인 ‘큰빗이끼벌레’다. 세종보부터 공주보·백제보를 넘어서 물속을 뒤덮었다. 작은 축구공 크기부터 3m 50cm가 넘는 세계최대 크기가 금강에서 발견되었다. 정부 돈에 눈먼 학자들은 또다시 국민을 속였다. 큰빗이끼벌레는 녹조를 먹이로 하기 때문에 수질이 정화된다고.
금강의 수질이 최악으로 치달았다. 갇힌 강물이 썩기 시작했다. 바다로 흘러가지 못한 부유물은 보에 유속이 느려진 틈을 타고 바닥에 쌓였다. 강바닥에 쌓인 펄들이 썩으면서 물속 용존산소를 고갈시켰다. 켜켜이 썩은 펄들은 기온이 상승하면서 메탄가스를 내뿜었다. 바닥은 화산 분화구로 변해갔다. 
2~3급수에 산다고 알려진 ‘큰빗이끼벌레’도 다 사라졌다. 어둡고 캄캄한 수면 아래에서 잠자던 잊혀진 생명체가 고개를 들었다. 환경부가 수 생태 최악의 4급수 오염 지표종으로 지정한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다. 한두 마리 눈에 띄던 마릿수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손으로 파헤쳐도 수십 마리가 따라 올라올 지경까지 치달았다.

▲큰빗이끼벌레도 살 수 없게 되면서 나타난 붉은깔따구
▲큰빗이끼벌레도 살 수 없게 되면서 나타난 붉은깔따구

2차 ‘수문개방’은 ‘전면개방’으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4대강 수문개방 지시가 내려졌다. 부역자들의 항명도 시작되었다. 대통령 지시에도 ‘4대강 관피아’는 살아있었다. 수문이 개방되면 농사를 짓지 못한다고 농민들을 팔았다. 대형 콘크리트 수문은 꼼짝도 안 했다. 조그마한 철문만 18°로 기울어 공주보 20cm ‘찔끔’ 방류가 시작되었다. 
전면개방이 아닌 관리수위를 낮추는 식의 수위저하로는 죽어가는 금강을 살리기 역부족이다. 지난 6월 1일 말뿐인 ‘수문개방’이 이를 보여준다. 기자가 현장에서 취재한 결과도 다르지 않다. ‘6.1 수문개방’ 효과는 미비했다. ‘방류쇼’에 지나지 않았다. 금강의 수문이 열린 지 11일 만에 물고기가 잡단 폐사했다. 다음날부터 금강엔 녹조가 다시 폈다. 

▲최근 수문 완전개방으로 되살아나는 강. 세종보 인근
▲최근 수문 완전개방으로 되살아나는 강. 세종보 인근

금강의 수위를 20cm 낮추어 수질을 개선한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허언이었다. 4대강 부역자들은 아우성을 쳤다. 가뭄에 수문을 개방하면, 농업용수가 부족해질 거라 생난리를 부렸다. 물 낭비 잔치를 벌여 전력손실이 발생했다고 했다. 언론이 부추기고 정치인이 키우고, 학자가 공조한 공갈과 협박이었다.  
환경부가 수생태 최악의 오염지표종으로 지정한 붉은 깔따구와 실지렁이는 개체 수가 증가하고 있다. 불어난 강물에 ‘실지렁이 산책로’가 나타나고 금강 물을 먹고 사는 야생동물들도 하루가 멀다 하게 죽어가고 있다. 지난해 1년 360일을 금강에서 노숙하며, 기록한 내용이다.
이번엔 진짜 수문을 열어야 한다. 2차 수문개방은 일종의 보여주기식의 ‘쇼(Show)’가 아니라 사실이어야 한다. 정부가 모든 걸 결정하고 지시를 내릴 게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판단해야 한다. 
강은 흘러야 한다. 상식이고 진리다. 금강이 흐르기 위해선 수문개방을 넘어 하굿둑까지 열어야 한다. 금강이 되살아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약속대로 2차 ‘수문개방’은 ‘전면개방’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명박근혜’와 4대강 부역자들이 쌓은 적폐를 청산해야 하는 것도 문재인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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