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아직도 살아 있는 자 전두환
■ 송우영의 고전산책 / 아직도 살아 있는 자 전두환
  • 송우영 시민기자
  • 승인 2018.05.17 11:38
  • 호수 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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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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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인 무왕은 폭군인 천자 주왕을 없앤 후 논공행상에서 1등 공신인 강태공 태공망 여상에게는 제나라를 상으로 주어 다스리게 했고, 자신의 아우인 주공 단에게는 노나라를 상으로 주어 다스리게 했다.

하루는 두 사람이 만나 상으로 받은 나라를 어떻게 다스릴까를 논의했다<수봉이상견受封而相見>.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맹자 양혜왕 8문장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제나라 선왕이 묻는다<제선왕문왈 齊宣王問曰>. “신하인 탕이 천자天子 걸을 추방했고<탕방걸湯放桀> 신하인 무왕이 천자天子 주를 토벌했다고 하던데<무왕벌주武王伐紂> 그런 일이 있습니까?<유제有諸>”

맹자께서 답하길<맹자대왈孟子對曰>, “옛 문헌에 그렇게 쓰여는 있지요<어전유지於傳有之>.” 제나라 선왕이 묻는다. “신하가 그 임금을 시해하는 것이 가능합니까?<신시기군가호臣弑其君可乎?>” 맹자께서 말한다<> “인을 해치는 사람을 적이라 하고<적인자위지적賊仁者謂之賊> 의를 해치는 사람을 잔이라 하는데<적의자위지잔賊義者謂之殘> 잔적한 자를 일개 필부라 말 하지요<잔적지인위지일부殘賊之人謂之一夫>. 일개 필부인 주를 주살했다는 말은 들어봤지만<문주일부주의聞誅一夫紂矣> 임금을 시해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지요<미문시군야未聞弑君也>.”

이 말은 임금이 임금 노릇 못한다면 백성들은 언제든 그따위 임금의 모가지쯤은 뎅겅 잘라버려도 된다는 말이다. 이런 기조 위에 이 대화를 읽어내야 한다.

태공이 주공 단에게 묻는다. “노나라를 어떻게 다스릴 생각인가?<하이치노何以治魯>” 주공 단이 답하길, “귀족을 존경하고 친척을 중히 쓸 걸세<존존친친尊尊親親>.” 그러자 태공이 고개를 갸웃하면서 말한다. “노나라는 이제 약해지겠구나<노종비약의魯從比弱矣>.”

이번에는 주공 단이 태공에게 물었다. “자네는 제나라를 어떻게 다스릴 생각인가?<하이치제何以治齊>” 태공망 여상이 답한다. “현자를 등용하고 공이 있는 사람을 높이 들어 쓸 걸세<거현이상공擧賢而上功>.” 주공 단이 깜짝 놀라며 말하기를 후세에 반드시 군주를 살해하는 사람이 있겠군<후세필유겁살지군後世必有劫殺之君>.”

그 후 제나라는 점차 강해져 패자가 되었지만<기후제일이대지어패其後齊日以大至於覇> 24대 왕 이후로 전 씨에게 나라가 넘어갔고<이십사대이전씨대지二十四代而田氏代之>, 노나라는 날마다 나라 땅을 빼앗기더니만 마침내 32대에 이르러 망하고 말았다<노일이삭비삼십이세이망魯日以削至三十二世而亡. <회남자淮南子제속훈편齊俗訓篇>

본래 죽인다는 말은 서경書經 상서尙書 반경편상盤庚篇上우리 선왕 조을이 오셔서 이전에 도달하여 이곳에 사는 것은 백성들을 소중히 하기 위함이지 모두 죽이려 함이 아니다<아왕래我王來 기원택우자旣爰宅于玆 중아민重我民 무진류無盡劉>에서 류가 본의本義.”

요즘엔 류를 죽음의 의미로 쓰지 않지만 경에 있기에 字典적 의미로 전해지며 예기禮記에 의하면 천자의 죽음을 붕이라 하고 제후의 죽음을 훙이라 하고 대부. 벼슬아치, 양반, 관료의 죽음을 이라 하고 평민의 죽음을 라 한다.

붕어崩御나 훙거薨去는 붕과 훙에 후대의 첨언한 것이고 서거逝去는 근래에 생긴 의 별칭일 뿐이다. 다만 군주가 죽었을 때 명분에 따라서 시와 살로 나눠쓴다. 나라를 쳐들어가도 명분에 따라서 침, , , 모두 다르게 기록한다.

물론 사관은 자신의 판단에 따라서 단어를 선택한다. 선택의 기준은 민심民心 즉 백성들의 마음이다. 이러한 기록 방식을 춘추필법이라 한다. 춘추는 계절, 나이, 역사라는 말로 남녀노소 누가 봐도 틀린 구석조차도 없다는 말이다. 본래 춘추필법의 가장 기본은 당나라 때 관리 등용기준으로 삼기도 했던 신언서판身言書判이다. 은 몸이 바르고 언은 말이 바르고 서는 글이 바르고 판은 행동이 바르다는 말이다. 만약에 여기서 하나라도 부족함이 있음에도 환로宦路에 들어섰다면 욕과 멸시가 충만할 것이니 차라리 누군가를 지도하고 이끌어야 하는 치자治者의 삶이 아닌 나와 내 가족을 위해서 열심히 사는 범부의 삶이 오히려 역사 앞에 죄는 없으리라. 그러나 인간의 욕심이란 게 꼭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 중심에 아직도 살아있는 자 전두환이 있다.

해마다 518일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이름. 사마천은 사기에서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중어태산重於泰山> 어떤 죽음은 새의 깃털보다 가볍다<경어홍모輕於鴻毛>”고 했다. 고우영화백은 만화 삼국지에서 관우가 죽었을 때 제갈공명 입을 통해서 , 드디어 갔군.” 이라는 단발마 탄성으로 촌철살인을 토해낸다. 삼국지 전체를 관통하는 번득이는 통찰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살아있는 자 전두환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매년 5월이면 강철 군화에 스러져간 그때 그 꽃빛 청춘들에게 우리는 일정량 마음에 빚이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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