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송우영의 고전산책
  • 송우영 시민기자
  • 승인 2018.06.27 18:05
  • 호수 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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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래된 인문학 서당공부

세상에는 삼성불언三聲不諺라 하여 시끄럽다고 말해서는 안 되는 소리가 세 개가 있는데 오밤중임에도 젖 달라 울어대는 아기울음소리가 그중 하나이고, 과거보러가는 남편 여비 마련을 위해 삯바느질하는 아낙네의 다듬이 치는 소리가 그중 하나이고, 서당에서 어린 학동들의 글 읽는 소리가 그중 하나이다.
여기에는 삶의 치열함이 아닌 간절함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이는 곧 서당 공부가 삶으로 읽어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삶이란 권리가 아닌 의무다. 권리는 내가 싫으면 그만둘 수 있지만 의무란 내가 싫다고 해서 그만 둘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공부의 방점은 권리가 아닌 의무에 찍혀야한다.

서당공부에는 몇 개의 의무가 있다. 첫째 서당 가거든 목이 터져라 글을 소리 내어 읽어야 하는 것이다. 직업으로서의 공부가 아닌 사람 됨됨이로서의 공부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둘째 서당의 하루는 연암처럼 하룻밤에 아홉 강<일야구도하一夜九渡河>까지는 아니어도 여섯 개의 강을 건너야 한다. 흔히 육강도하六講渡河라 하는데 제1강은 신강晨講이요 제2강은 조강朝講이요 제3강은 오강旿講이요, 제4강은 석강夕講이요 석강을 마치고 나면 개인의 학습량에 따라 제5강인 배강背講과 제6강인 면강面講으로 하루 공부를 점검받는다.

책을 보고 읽는 배강과 책을 안보고 읽는 면강은 일종의 쪽지 시험이다. 여기서 관주冠註와 적주赤註를 내면서 훈장과 제자가 교감을 한다. 이 시험의 통과 유무에 따라서 다음날 학습 진도가 결정 되는 것이다. 신강에서 하루의 학습량이 결정되는데 신강은 곧 인시를 말함인데 공자 삼계도三計圖에 일일지계재어인一日之計在於寅이라 했다. 명심보감의 입교편入敎篇에 나오는 말로 하루의 계획은 새벽<인시寅時>에 있다는 말이다. 차성次聖 순자荀子는 권학편權學篇에서 말한다. 공부를 하면<위지爲之> 사람이 되지만<인야人也> 공부를 하지 않으면<사지舍之> 짐승이 된다.<금수야禽獸也>

셋째 위대한 평민이 되는 공부다. 서당교육이란 부모로부터 부여받은 된 사람의 성품을 세상을 살아내기 위한 든 사람으로, 난 사람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1561년 겨울 퇴계의 제자 김성일은 도산 완락재玩樂齋에서의 퇴계 선생의 하루를 기록했는데 “닭이 울면 일어나서<계명이기雞鳴而起> 글을 큰소리로 한동안 읽으셨다<면강성송面講聲誦>”고 기록한다.
“왜 이렇게 힘들게 글을 읽어야 합니까<하유何由>” 라는 제자의 질문에 스승은 “범부凡夫”라고 짧게 답한다. 범부란 일반 필부를 말함인데 갸우뚱하는 제자를 향해 부언 설명하기를 “반드시 평범한 사람이 될 수 있어야<수주득개우부우부須做得箇愚夫愚婦> 비로소 사람들에게 학문을 강할 수 있는 것이다<방가여인강학方可與人講學. 退溪傳習錄答聶文蔚1>”

여기서 송서율창宋書律唱이 나왔는데 이렇게 성송聲誦 횟수가 작게는 100회에서 많게는 1000회에 이른다. 그리고 밤이면 하루 읽은 분량을 필사하여 책으로 묶는다. 책이 다 묶어지면 그때부터 훈장과 1:1 공부를 하기 시작한다. 서당에서 견디면 세상이 쉽다는 말이 여기서 시작된다. 잊지마라. 견딤은 쓰임을 낳는다.
*이 글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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