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하는 농업 꿈꾼다
상생하는 농업 꿈꾼다
  • 최현옥
  • 승인 2003.10.03 00:00
  • 호수 1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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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저 힘찬 연어들처럼 걸어가다 보면 걸어가다 보면/ 저 넓은 꽃밭에 누워서 난 쉴 수 있겠지…/

강산에의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의 노래 가사처럼 인간 내면의 세계에는 귀소본능이 숨쉬고 있다. 자연으로 돌아와 흙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났다.
“언젠가는 돌아오고 싶었어요. 흙이 좋아서 흙과 더불어 살려고… 자연이 들려주는 무언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이며 살려고요”
한산면 죽동리 귀농자 7명이 주축을 이룬 ‘한산딸기연구회’ 사람들의 일관된 목소리다. 사업가, 모델, 공무원, 회사원 등 이력도 다양하고 연고도 없는 이들, 그저 도심의 생활에 지쳐 더불어 살기 위해 서천행 직행열차를 탔다. 회원들은 그동안 개별농업을 하다 7년 전 귀농해 딸기농사를 지어오던 강인찬(41)씨의 추천으로 지난해 작목반을 구성했다. 최근 작목반 식구들은 8천 여 평에 이르는 비닐하우스에 비닐 피복작업과 묘목을 옮겨 심으며 생명 잉태 준비에 한창이다.
“농사는 노력한 만큼 결실이 얻어지지만 자연재해 앞에서는 어쩔 수 없더라 구요. 지난해 딸기가 냉해를 입어 피해가 컸거든요. 올해는 별 피해 없이 잘 자라줘야 할텐데…”
자식을 다루듯 애지중지 묘목을 심는 회장 오영수(50)씨, 그가 전하는 귀농인들의 삶은 순탄치만 못하다. 정지용 시인의 ‘고향’의 싯구처럼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만은 아니었다. 이정민(31)씨는 올해 8월초 돌풍으로 비닐하우스가 무너지기도 했고 연고 없이 서천에 내려온 초보 농사꾼 최범근(31)씨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에 마음 고생도 컸다.
“귀농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흙을 살리는 농업을 생각하게 되죠. 농사를 짓는다는 것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것이 돼야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이 역시 어렵더라 구요”
가족의 만류에도 소신을 갖고 귀농한 회원들은 고향의 땅과 소비자의 밥상을 살려내는 생명 살리기 농업을 꿈꿨다. 그러나 농업 구조상 투자비용 창출이 어려우며 융자를 받아 재계를 꿈꾸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경영 구조에 속수무책이다.
그동안 꽁꽁 숨겨놓았던 아픔들을 하나, 둘 풀어놓는 회원들. 그러나 그들이 바란 것은 따뜻한 격려의 말이었다. 그래서 회원들은 서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농사 정보를 나누는 것은 기본이며 매주 셋째주 토요일 정기모임을 갖으며 서로의 울타리가 되고 있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는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농업에는 내가 소신껏 생산해 내는 것인 만큼 노동의 기쁨이 있고 정성이 들어가더라 구요. 저희가 생산한 딸기도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세상 유일이잖아요”
귀농 4년 만에 지역에서 성실성을 인정받아 여사리 이장으로 활동하는 조중연(41)씨. 농군으로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작목반은 현재 개성을 중시해 다양한 품종과 다양한 기술로 딸기를 생산하고 있지만 앞으로 단일화된 방법으로 딸기를 생산할 계획이며 농협중앙회에 공동출하를 추진 중이다.
“농업에 대한 애착과 자기만의 생각을 갖는 사람들이 많이 귀농해 더불어 사는 농촌을 만들어야 한다”며 입을 모으는 회원들. 서천 농업의 내일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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