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장터 / 친구를 떠나보내며
■모시장터 / 친구를 떠나보내며
  • 뉴스서천
  • 승인 2018.07.0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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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수 칼럼위원
한기수 칼럼위원

이른 아침, 전화벨이 울렸다. 짜증스러운 눈빛으로 발신자를 확인하니 모르는 번호였다. 받아야 하나 아님, 받지 말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이른 아침이니 광고성 전화는 아니겠지라고 생각하며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받았다.

“OOO, 친구분 되시죠?”라고 묻는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그리고 어젯밤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음성이 들렸다. 난 꿈인가 아님, 내 소설에 한 문장인가······. 잠시, 혼동하며 수화기를 내려놓고 시계를 보았다. 오전 7시가 조금 지나고 있었다. 6월 말의 오전 7시는 해가 중천에 뜨는 시기이다. 하지만 내게는 수년 전부터 그 시간이 잠을 곤히 자는 시간이었다. 그 친구와 인연이 싹튼 시기는 약 20여 년 전, 어느 세미나에서였다. 친구는 공기업 간부로 근무하며 박사학위를 마쳤고, 전공을 살려 대학에서 강의하며 지냈다.

항상 해맑은 미소와 매사에 서둘지 않고 차분한 성격으로 일 처리를 꼼꼼하게 하던 친구였는데, 무엇이 그리 급해 허무하게 떠나다니 너무 안타까웠다. 평소에 건강했던 친구였는데 어찌 그런 일이······. 나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장례식장에 가서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전에는 믿을 수가 없었다. 양치질하는 내 손은 경련이 일었다. 대충 준비를 마치고 친구가 있는 병원으로 향하는 내 머릿속은 온통 그간 친구와 함께 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간혹 내 소설에 평론과 길잡이 역할도 해주던 친구, 수년 전 문학 강좌를 만들 때 나와 친구는 여러 방면의 사람들을 모집하고 열정적인 강의를 논하고 했었는데, 요즘 대학생들은 우리 때와 달라 강의도 젊어져야 한다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소주잔을 기울이던 때가 불과 한 달 전인데 떠나다니, 믿기지 않았다. 나는 병원으로 향하는 내내 잘못 전달받은 전화이길 바랐다.

장례식장은 평일 오전이라 한산했다.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으로 걸어 올라갔다. 왠지 친구의 사진을 빨리 보는 것이 두려웠다.

나는 3층에서 친구 이름을 확인하고 비로소 친구의 사망이 현실임을 깨달았다. 국화꽃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친구는 나에게 왔느냐고 인사를 건네는 듯했다. 나는 눈물도 나지 않았다. 아니 이게 뭐냐고 호통을 치며 끄집어내고 싶었다. 결혼을 늦게 한 친구는 큰딸이 이제 대학생이다. 상주 자리에는 친구 동생이 대신하고 있었다. 그도 역시 갑작스러운 죽음에 맥이 풀린 듯 보였다. 어제 오후에 직장에서도 멀쩡했던 사람이 언제 사망했는지조차 모르게 사망하다니······. 친구는 전날 퇴근 후 평소보다 일찍 집에 도착했다고 했다. 하지만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부인도 직장을 다니기에 퇴근 후 마트를 들려 집에 도착한 시간이 저녁 9시였는데 그때 친구는 이미 욕실에서 사망해 있었단다. 그러니 사망시간조차 명확하지 않았다. 집에 누구라도 있었다면 아쉬움이 컸다. 어느 사람도 죽음을 예측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 60년도 채 못 살고 가려고 그리 아등바등하며 살기에는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인생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라지만 한 줌의 재가 되어 작은 항아리에 묻히는 친구의 모습을 또 바라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우린 대부분 길어야 100년도 못 살고 떠나는 인생인데, 무얼 그리 많이 이루려고 욕심과 과욕을 부리며 남에게 상처를 주고 아픔을 안기면서까지 살아간단 말인가?

경쟁에서 다른 사람보다 앞서가려고 상대를 짓밟고 앞서간들 얼마나 더 행복할까? 라고 나 자신에게도 묻고 싶었다. 친구와 소주잔을 기울이며 정치 경제 사회 문학에 대해 논할 수도 이제 없다. 벌써, 병으로, 사고로 인해 그리 일찍 떠난 지인들이 몇이던가?

마지막 떠나는 친구의 모습을 보고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론 굵은 빗줄기가 친구의 서러운 눈물이 되어 주룩주룩 흐르고 있었다.

이 세상에서 못다 한 삶의 행복을 저세상에서라도 부디 이루길 바라며 친구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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