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송우영의 고전산책
  • 송우영 시민기자
  • 승인 2018.07.26 14:01
  • 호수 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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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가 찜통더위 일 찌라도 나는 공부만 할 것이다.

종횡가縱橫家 경춘景春이 맹자에게 물었다. “위魏나라 사람 공손연公孫衍과 장의張儀가 진짜 대장부이지 않습니까? 그들이 한 번 성을 내면 모든 제후들이 전쟁이 일어날까 근심하고, 그들이 조용히 있으면 온 천하가 조용하지 않습니까?”
그러자 맹자 왈孟子曰, “어찌 그따위를 가지고 사내대장부라 하겠소.<시언득위대장부호是焉得爲大丈夫乎> 그대는 아직 예기禮記 책을 읽어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거기에 보면 이런 말이 있소.<자미학례호子未學禮乎> ‘사내가 처음 성인이 될 때는 아버지가 교훈을 주고,<장부지관야부명지丈夫之冠也父命之> 여자가 시집을 가면 어머니가 교훈을 준다.<녀자지가야모명지女子之嫁也母命之> 어머니는 딸을 전송하면서<송지문계지왈送之門戒之曰> 시집에 가면<왕지녀가往之女家> 시부모님께 존경을 다 하고 자신도 항상 경계하여<필경필계必敬必戒> 남편에게 어기는 일이 없도록 한다<무위부자無違夫子>고 하였소’” <남편에게 어김이 없다는 말은 본래 부창부수夫唱婦隨가 출전出典으로 이 말은 도가계道家系의 관윤자關尹子가 원전原典이다.>

이처럼 순종을 바른 도리로 여기는 것은<이순위정자以順爲正者> 부녀자들의 몫이요,<첩부지도야妾婦之道也> 여기서 그 유명한 맹자의 맹자등문공장구하편의 대장부론이 시작된다. 천하에 넓은 곳에 살며<거천하지광거居天下之廣居>, 천하에 바른 곳에 서며<립천하지정위立天下之正位>, 천하에 큰 도를 행하며<행천하지대도行天下之大道>, 출세하면 백성과 나누고<득지여민유지得志與民由之>, 출세 못하면 홀로 살고<부득지독행기도不得志獨行其道> 부귀해도 타락하지 않으며<부귀불능음富貴不能淫>, 빈천해도 휘둘리지 않으며<빈천불능이貧賤不能移> 위세나 무력에도 꺾이지 않으니<위무불능굴威武不能屈> 이러한 사람이 대장부다<차지위대장부此之謂大丈夫>

맹자의 대장부의 출발은 의외로 소박한 공자의 안빈낙도安貧樂道에서 비롯된다. “자왈子曰, 나물 먹고 물마시고<반소식음수飯疏食飮水> 팔을 베고 누웠으니<곡굉이침지曲肱而枕之> 대장부 살림살이 이에 족하다.<락역재기중의樂亦在其中矣> 의롭지 못한 부귀는<불의이부차귀不義而富且貴> 내게는 뜬구름 같은 것이다<여아여부운於我如浮雲. 論語述而15. 論語里仁5>

”퇴계는 이 문장을 통해서 함양과 공부의 방법론을 제시한다. 물론 이 방법론은 이미 정주학程朱學의 열쇳말이기도 하다. 함양에는 경의 방법을 쓰고<함양수용경涵養須用敬> 공부에는 치지의 방법을 쓴다.<진학재치지進學在致知>
이는 공자의 학습법으로 아비생이지지자我非生而知之者 즉 나는 날 때부터 아는 사람이 아니다/ 호고好古 옛 것을 좋아하고/ 민이구지자야敏而求之者也 부지런히 그 옛것을 구하는 사람이다.<論語述而>

공자는 가난했으며 출신성분 또한 논란에 휩싸이기에 충분했으며 공자는 누군가로부터 이렇다할 공부에 관해서 배울만치 가정 형편이 넉넉치 않았으며 더군다나 그는 소년가장이었다. 늘 먹고 살기에 급급했던... 충분히 현실을 부정하고 불평불만으로 뒤틀린 인생을 살수도 있었다. 그의 처지가 그랬다. 그런 그가 그 악조건 속의 불운의 처지를 딛고 제후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공부에 있었다는 것이 정주학과 퇴계 이황의 주장인 것이다. 오로지 공부에만 자신의 모든 일생을 걸었던 사나이. 자신이 선택한 공부가 옳았음을 증명하기 위하여 평생을 공부로 애썼던 사내. 그런 공자를 고리타분한 옛 이야기 쯤으로 흘려보내는 어리석음을 범하기보다는 내 삶으로 치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인류역사에서 공부를 많이 해서 인생이 결단난 사람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건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마오쩌뚱은 공자 수준에는 감히 이르지 못했지만 옛글에 밝은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는 어려서부터 무슨 까닭인지는 몰라도 논어 맹자를 비롯한 경서와 한시와 사략을 줄기차게 외워댄 것만은 사실이다. 그가 십대 후반에 지어 자신이 공부하는 책상 머리맡 벽에 붙여놨다는 한시 한 편이 그의 치열했던 공부벽癖?을 가늠케한다. 모택동의 공부벽은 다름아닌 황정견문도 범중온의 공부벽을 실천하는 벽이 그것이다. 범중온은 어려서부터 천하기연유지학天下旣然唯志學이라는 독특한 공부벽이 있는데 겨울이면 가장 추운날을 골라 골방에서 문을 활짝 열고 공부로 견뎌내기. 여름에는 찜통더위에 모든 방문을 꼭꼭닫고 공부하기 이런 벽으로 가난한 자신의 처지를 원망하지 않고 극복했다.

훗날 모택동毛澤東 리가구학離家求學 출향시出鄕詩로 알려진 이 시는 이렇게 시작된다.
“해아립지출향관孩兒立志出鄉關 아들은 뜻을 세워 고향을 떠나거늘/학불성명서불환學不成名誓不還 배움을 이루지 못하면 살아 돌아오지 않으리/매골하수상재지埋骨何須桑梓地 뼈를 묻을 곳이 어찌 꼭 고향뿐이랴/인간무처불청산人間無處不青山 사람 사는 곳이라면 청산 아닌 곳 없다네<出典.釋月性將東遊題壁>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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