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취재기 책으로 펴낸 김종술 시민기자
4대강 취재기 책으로 펴낸 김종술 시민기자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8.08.01 10:52
  • 호수 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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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을 제외하고는 매일 금강에 나갔다

화가 나거나 힘이 빠질 때면 무조건 강으로 뛰어갔다
▲뉴스서천을 찾은 김종술 시민기자
▲뉴스서천을 찾은 김종술 시민기자

지난 30일 김종술 기자가 뉴스서천을 찾았다. 부여에서 금강하굿둑까지 녹조가 창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명박 정권이 4대강 사업을 강행하자 금강을 오르내리며 온몸을 던져 죽어가는 금강의 모습을 알렸다. 뉴스서천 시민기자로도 활동하며 그동안 많은 소식을 전해준 바 있다.

그는 2004년부터 공주의 지역신문사에서 일했다. 태백, 경산, 장성, 청양 등에서 벌어진 석산개발의 문제점을 제기, 지역 여론을 환기시켜 만 2년 만에 공주시 석산개발 계획을 중단시키는 성과를 냈다.

2009년부터 다니던 신문사를 직접 인수해 운영했다. 4대강 사업의 홍보성 기사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개발업체에서부터 광고가 끊어졌다. 운영난을 겪다가 결국 신문사를 넘기고 <오마이뉴스> 신문기자로 활동하며 죽어가는 4대강을 온몸을 던져 취재하기 시작했다.

명절을 제외하고는 매일 금강에 나갔다. 차량 기름값이 없을 때는 걸어다니면서 금강의 변화를 기록했다. 물고기 떼죽음, 준설선 기름 유출, 큰빛이끼벌레 창궐, 공산성 붕괴, 붉은깔따구 서식 등을 특종 보도해 사회적 이슈로 만들었다. EBS<하나뿐인 지구:금강에 가보셨나요?>에 주인공으로 출연 금강의 실태를 알렸다.

그간 SBS물환경 대상, 민주언론시민연합 성유보 특별상, 충남 공익대상, 대전충남민주언론 민주언론상 등을 수상했다. 한국기자협회에서 시민기자로서는 최초로 기자상을 받았으며 <오마이뉴스>에서 최고의 시민기자에게 주는 게릴라 상을 2년 연속 받았다.

그는 현장을 확인하고 묻고 만져본 뒤에야 기사를 쓰는 철칙을 지켰다. 이로 인해 정부로부터 한 건의 소송도 당하지 않았다.

▲강에 뛰어들어 녹조를 확인하는 김종술 기자
▲강에 뛰어들어 녹조를 확인하는 김종술 기자

그가 최근에 그간의 금강 취재 활동을 총정리한 책을 냈다. ‘위대한 강의 삶과 죽음’(금강요정 4대강 취재기)이라는 제목으로 한겨레 출판부에서 나왔다. 소설가 이외수는 이 책 추천의 글에서 이렇게 썼다.

그대가 진실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그리고 진실로 나라가 잘 되기를 바라신다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주시고, 우리 주변에 아직도 살아있는 강물과 자연에 지대한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그에게 어떤 책이냐고 물었다.

일기다. 지금까지 4대강 사업에 대해 쓴 1300개의 기사는 매일 금강에서 쓴 나의 일기이기도 하다. 4대강에 댐이 생기는 과정에서부터 그 뒤에 목격한 강의 죽음을 솔직하고 생생하게 기록했다. 4대강 부역자들은 아직도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지만, 일기에 거짓말

▲최근 펴낸 책 '위대한 강의 삶과 죽음' 표지.
▲최근 펴낸 책 '위대한 강의 삶과 죽음' 표지.

을 쓰는 사람은 없다.”

이 책의 1강의 죽음을 기록한 그의 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강변 모래톱은 나의 휴식처였다. 지역신문 기자를 하면서 화가 나거나 힘이 빠질 때면 무조건 강으로 뛰어갔다. 밤이고 새벽이고 가리지 않았다. 모래톱에 누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쏟아지는 별빛 속에서 잠이 들기도 했다.”(25)

그는 이명박 정권이 금강의 뼈를 발라내듯이 모래와 자갈을 퍼내기 시작하던 날부터 나의 전쟁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육두문자가 날아왔다.

, 새끼야, 찍지 말라니까! 개새끼 정말로 말 안 듣네.”

! 파묻어버리든지 해야지, 징그러운 새끼.”

공사장 인부들은 삽을 휘두르며 그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멱살을 잡았다. 이 와중에 이명박 정권은 군사작전을 벌이듯이 속전속결로 강바닥을 파헤쳤다. 그의 휴식처였던 금강은 전쟁터로 변했다. 모래톱이 사라지고 동식물들도 강에서 쫓겨났다. 일개 시민기자인 그는 취재수첩과 카메라를 들고 이에 저항했다. 그는 책에서 당시 심경을 이렇게 적었다.

저들은 골리앗, 나는 말조차 하지 못하는 새와 수달, 너구리, 오리의 편에 선 다윗이었다.”(34)

인터넷 기사에 그를 비판하는 악성 댓글들이 그를 공격했다. 팔도의 욕지거리를 다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후배가 기사에 이렇게 댓글을 달았다. “김 기자야말로 금강을 사랑하고 지켜나가는 요정이다. 보지도 않고 함부로 평가하지 마라(92).” 그러자 거짓말처럼 악플이 사라졌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그를 금강요정이라 부른다.

금강에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 그가 이 책에 쓴 물고기 떼죽음 : 열흘의 기록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생생하고 참담하다. “백제보 인근에서 물고기 수천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는 제보를 듣고 달려간 그곳에서 그는 열흘 동안 수십만 마리의 주검을 목격했고, 이를 숨기고 축소하려는 공무원들과 사투를 벌이듯 연일 특종 취재를 했다.

물고기 떼죽음 현장은 내가 난생처음으로 겪은 생지옥이었다. 취재를 마치자 그간의 고통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내 몸에서 썩은 냄새가 난다며 멀리했다. 하루에도 서너 번 살갗이 벌겋게 벗겨질 정도로 문질러 씻었다. 하지만 몸의 악취는 사라지지 않았고 머리가 빠개질 듯 밀려오는 두통은 줄지 않았다.”

결국 김종술 기자는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세종보와 공주보를 개방하자 모래톱이 되살아나며 흰목물떼새가 보금자리를 틀었다.
▲세종보와 공주보를 개방하자 모래톱이 되살아나며 흰목물떼새가 보금자리를 틀었다.

김종술 기자에게 취재하면서 목격한 4대강 사업의 가장 큰 폐해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지역공동체 파괴다. 보상금은 마을공동체를 한꺼번에 날린 폭탄이었다.”
농민들은 농토를 빼앗겼다. 어민들은 더 이상 시궁창 냄새나는 녹조의 강에 그물을 내리지 않았다. 그는 이 책에서 강에 기대어 살았던 농민과 어민들의 비극적인 삶을 생생하게 묘사한 뒤에 다음과 같이 씁쓸한 감회를 적었다.

“4대강 사업으로 모래와 자갈을 퍼내자, 농지가 사라지고 돈 폭탄이 떨어졌다. 평생 뼈 빠지게 일했던 농민들에게 한순간 달콤한 유혹이었지만, 지속가능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노름과 유흥에 빠져 보상금을 날렸고, 삶의 터전인 농토도 잃었다. 갈 곳 없는 농민들과 헤어질 때마다 발걸음이 무거웠다.”(49)

4대강 사업 완공 첫해인 2010년부터 강의 역습이 시작됐다. 날림으로 지은 댐에 누수현상이 일어났다. 댐 아래쪽에 있는 사석 보호공도 수시로 떠나려갔다. 수심이 깊은 본류와 지천이 만나는 곳에서는 역행침식으로 제방이 무너졌다. 그 이듬해부터 전에 없던 녹조가 창궐했다.

▲지난 30일 웅포대교 부근.
▲지난 30일 웅포대교 부근.

요즘 그는 매일 천국과 지옥을 오간단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열린 세종보와 공주보 구간은 그에게는 천국과 같다. 특히 최상류에 있는 세종보 구간에는 시커먼 펄을 밀어내고 금은 모래톱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는 1급수 전령 재첩을 발견했을 때에 환호성을 질렀다. 금강을 떠났던 멸종위기종 흰목물떼새도 깨끗한 자갈밭에 알을 낳았다.

수문이 열린 구간은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수문이 닫힌 백제보와 하구둑 구간은 예전보다는 나아지기는 했지만 녹조가 짙고, 실지렁이와 깔따구들이 창궐하는 죽은 강의 모습 그대로다. 최근 폭염이 이어지며 진초록빛으로 변한 금강 하류를 담은 사진들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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