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 제주생명평화대행진을 다녀와서
■ 2018 제주생명평화대행진을 다녀와서
  • 주용기 시민기자
  • 승인 2018.08.14 16:19
  • 호수 9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 해군기지 관함식 반대, 제주2공항 건설 반대

그리고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하여…

730일부터 84일까지 제주에서 진행된 ‘2018 제주생명평화대행진과 평화캠프에 참가해 난개발에 신음하는 제주의 모습을 둘러보았다. 주용기 시민기자의 참가기를 싣는다.<편집자>

 

▲7월 29일, 대행진 출발 직전 모습
▲7월 29일, 대행진 출발 직전 모습

지난 730일부터 84일까지 제주에서 진행된 ‘2018 제주생명평화대행진과 편화캠프에 참석하고 돌아왔다. 녹조현상이 심각한 금강호와 새만금 방조제로 인한 어민피해 상황을 조사하고, 서천 유부도갯벌에 계획된 갯벌복원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해 왔던 일을 잠시 접고 제주를 다녀온 것이다. 제주 강정마을에 위치한 해군기지에서 계획중인 국제 관함식 반대와 제주 성산의 온평리, 신산리, 난산리, 수산리에 계획중인 제주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 및 제주시민사회단체가 주관한 행사에 동참하기 위해서이다.

729일 오후230, 해남 우수영에서 여객선을 타고 제주항에 도착해 대중교통으로 강정천옆 잔디운동장에 도착하니 밤 8시가 되었다. 3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야제가 한창 진행중이었고, 결의찬 발언과 즐거운 노래가 이어졌다. 강정마을내 어느 식당으로 들어가 늦은 저녘식사를 한 후 운동장으로 돌아와 1인용 텐트를 치고 숙박을 했다.

오전9, 해군기지 정문 인근에서 대행진 참가자 300여명이 모여 출발 기자회견을 가졌다. 발언자 중 강동원 강정마을해군기지반대 대책위원장은 “2007년 해군기지 공사를 강행 결정하면서 주민들을 속이는 등 마을공동체를 갈기갈기 찢어 놓더니만 올해 10월 국제 관함식 행사를 또 추진하겠다고 한다.

 

해군기지공사 강행, 갈갈이 찟긴 마을

▲8월 1일, 대행진을 하는 모습
▲8월 1일, 대행진을 하는 모습

올해 초 이미 주민투표를 통해 반대의사를 표명했는데도 최근 청와대에서 사람들이 마을로 들어와 주민들을 들쑤시고 다니면서 재투표를 실시하게 하고 찬성을 이끌어 냈다면서 이게 촛불정부라고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가 할 일이냐. 이게 민주주의냐. 법적 소송을 통해 불법적인 주민투표 결과를 무효화 시킬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서 강원보 제주2공항건설반대성산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지금도 제주에 과다하게 관광객들이 유입되면서 난개발이 진행되어 제주의 부동산 값이 폭등하고, 식수용 지하수위 저하, 오폐수 대량 유출, 쓰레기 대량발생 등으로 인해 제주도의 아름다운 경관과 자연이 파괴되고 있다. 여기에 제주2공항까지 건설되어 더 많은 관광객들이 들어온다면 제주는 본 모습을 잃고 사회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면서 제주2공항 건설예정지인 성산은 제주에서도 고유한 민속문화와 농경문화가 잘 보존되어 온 지역이다. 제주다움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이곳을 파괴하는 공항건설은 절대 안된다고 말했다.

문정현 신부의 선창으로 모든 참가자가 강정에서 성산까지! 평화야 고치글라(함께 가자)! 관함식 반대! 제주2공항 반대!”를 외치면서 해군기지 정문을 돌아 나와 서귀포 시내를 거쳐 성산 방향으로 출발했다.

▲8월 2일-4일, 평화캠프에 참가한 모습
▲8월 2일-4일, 평화캠프에 참가한 모습

비옥한 농경지, 2공항 부지로

무더위 속에서 3일간의 대행진 참가자들은 총 65km를 걸었다. 행진하는 동안 쨍쨍 햇빛이 내려 비치다가 구름이 끼다가 바람이 불다가 여러 가지로 자연이 변화무쌍했다. 다행히도 대행진 기간 동안 제주도 날씨가 육지보다 덜 더웠다.

대부분 참가자들은 준비측이 빌린 실내체육관에서 남녀가 좌우측으로 나뉘어 집단 숙박을 했다. 육지 참가자 300여명은 고정 숙박을 했고, 나머지 제주도민은 출퇴근 방식으로 해서 많을 때는 200여명이 추가로 대행진에 참가했다. 다행히 남녀로 구분된 샤워실이 있어서 간단히 샤워를 하고 손빨래를 해서 땀에 절은 옷을 빨아 말려 입었다. 제주에서 개업중인 한의사 몇분이 번갈아 오셔서 대행진을 마친 저녁시간에 찾아와 무료로 치료를 해 주었다.

▲독자봉에서 내려다 본 제주2공항 건설 예정지역
▲독자봉에서 내려다 본 제주2공항 건설 예정지역

82일부터 84일까지는 제주2공항 건설예정지인 성산지역에 머무르면서 평화캠프에 참가했다. 2일은 참가자들이 6대의 관광버스를 이용해 강원보 집행위원장, 마을대책위원장과 임원의 안내 및 설명을 들으면서 성산일출봉, 오조리-종달리 해안, 섭치꼬지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대수산봉에 올랐다. 강원보 집행위원장은 제주2공항이 들어서려면 이 대수산봉의 높이를 40m 정도 깎아내야 한다고 국토개발원 보고서에 나와 있다고 말했다.

▲제주2공항 건설반대 현수막
▲제주2공항 건설반대 현수막

신산리 해안가의 할망바위와 마을내 남근석, 4.3사건 때 만든 돌담성을 들아본 후 제주2공항 예정 부지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독자봉에 올랐다. 평평한 지역에 나무숲 사이로 농경지들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기름진 땅이라는 말이 맞는 모양이다. 화산섬인 제주도에서도 이같은 넓은 농경지를 보기에는 드문 장소다. 40여일간 단식농성을 한 김경배 선생의 집이 공항부지 한가운데 자리해 있기도 하다. 난산리 마을회관으로 가서 점심식사를 한 후 수산리의 수산초등학교로 이동해 문화재로 지정된 돌담성과 학교 북동쪽에 위한 신당, 그리고 온평리의 혼인지를 돌아보았다. 특히 4일 평화캠프를 마친 후, 오후에 1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진오 작가의 안내로 이들 지역에 분포돼 있는 신당을 6곳을 추가로 돌아보았다. 제주가 신들의 땅이라고 말하듯이 제주의 정신과 문화를 온전히 알려면 이곳을 꼭 방문해야 한다고 느꼈다.

 

신들의 땅 제주

▲비자림로 옆 삼나무숲 벌목 장소에서 퍼포먼스를 펼치는 녹색당 제주도당 당원들

대행진과 평화캠프에 참석한 다양한 참가자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제주 선흘리에 위치한 대안학교 볍씨학교의 학생들과 선생님, 제주시내에 위치한 대안학교 보물섬의 학생과 선생님, 하남시에서 오신 평통사 관계자(과거 임진택 선생 등과 민예총 창립 주도), 서울에서 온 평통사 전 임원, 두명의 딸과 함께 참가한 원주에서 온 젊은 아버지, 성산에서 거주하면서 제2공항을 반대하는 주민과 2명의 미디어 활동가, 서울에서 온 오빠와 여동생 형제, 익산에서 온 일곱명의 일가족을 대리고 온 젊은 아버지, 서울에서 아빠의 권유로 혼자 참석한 고등학교 학생, 제주 표선중학교 학생, 서울에서 온 천주교 신자와 아들, 두명의 연세대학교 학생, 제주에서 거주하는 65세 여성 등이다.

그리고 외국에서 온 평화활동가들과도 얘기를 나누었는데 일본 홋가이도의 아이누족을 대상으로 인류학적 연구를 한다는 대만대학교의 석사과정 학생, 대만에서 온 기자, 일본 자위대 해군기지가 건설될 예정인 오키나와 이시가끼섬에서 온 활동가, 미국 LA와 하와이에서 온 활동가, 홍콩에서 온 노동운동가 등과 잠시 얘기를 나누고, 함께 춤도 추기도 했다.

다른 참가자들도 여기 저기에서 삼삼오오 모여 얘기를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매일 밤 10시반에 전체 전등을 껏으나 숙소 바깥에서 밤 바람을 맞으면서 약간의 술과 안주를 구입해 와 대화를 하기도 했다. 이 기간 동안 참가자 모두가 작은 평화공동체, 작은 해방구를 만들어간 것이다. 729일 전야제와 81일 대행진을 마친 날 저녘 문화제를 가졌다. 그리고 83일 전체 일정을 마무리하는 저녘 문화제를 통해 참가자들이 결의를 다졌고, 성주 소성리 할매 십여분이 참석해 사드 가고 평화오라!“라는 목소리를 외쳤으며, 참가자 모두 가수들의 노래에 맞추어 함께 어우러지는 춤을 추는 등 즐거운 시간을 갖기도 했다.

가장 아름다운 가로수 길 삼나무 숲 파괴

이번 제주도 방문을 통해 제주도를 생명평화의 섬으로 보전하고 지속가능하게 이용하기를 희망했다. 그런데 대행진 기간 중이던 82일부터 수백그루의 삼나무를 싹뚝 베어버리는 일이 벌어졌다. 제주도의 허가를 받아 중산간 지역에 위치한 2차선의 비자림로를 4차선로 확장한다면서 말이다. 이는 제주2공항 건설되면 연결도로로 이용하기 위해서 4차선으로 확장하기로 계획된 것이란다. 하지만 아직 제주2공항 건설이 확정되지 않았고, 지금도 별로 차량이 많이 이용하지 않는 도로인데도 공사를 앞당겨 진행해 버린 것이다. 안타깝게도 제주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대부분 대행진에 참여하는 바람에 미쳐 이런 행위를 알지 못했다고 한다. 나도 85일 오전9시반, 제주항을 출발해 목표를 거쳐 전주로 되돌아 온 후 저녁에 인터넷뉴스를 통해 소식을 접했다. 제주도청은 정말 황당하고 얼토당토 않는 일을 벌인 것이다.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로수 길로 선정되었던 이 숲을 훼손한 것에 대해 많은 언론들이 제주도의 행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제주도민과 국민들도 항의를 하고 있다고 한다. 나도 제주의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와 연구자들에게 문자메시지와 전화를 걸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것을 제안드리기도 했다. 제주의 난개발을 근원적으로 막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이다.

제주도는 10여년전 특별자치도로 승격되면서 도지사의 막강한 권력에 의해 무분별한 개발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여러 개의 골프장과 대형 채석장 가동으로 인해 곶자왈이 파괴되고, 각종 숙박시설과 카페들이 늘어나 경관 훼손은 물론 오폐수가 늘어나고 있으며, 연안을 따라 양식장과 풍력발전기로 인해 연안생태계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또한 중국 자본이 집중 개발하고 있음은 물론 엄청난 땅을 매입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해군기지가 들어서고, 제주2공항까지 건설된다면 제주는 아름다운 경관이 파괴되고 생태환경이 훼손되어 더 이상 찾지 않는 지역이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제주의 난개발을 중단시키고, 제주도민과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아 지속가능한 제주사회를 만들어 나갈 것을 제안 드린다. 이같은 제주의 상황이 남의 일이 아니다. 서천군을 비롯한 다른 지자체에서도 타산지석으로 삼아 무분별한 개발이 아니라 지역민과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아 지속가능한 지역만들기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